대구 중구청 공무원들이 소상공인이 하는 작은 치킨집을 찾아 바닥에 맥주를 쏟으며 폭언을 하는 등 '갑질'을 해 비난이 커지고 있다.
항의성 민원이 구청으로 쏟아지자 구청장까지 나서 사과했다. 문제가 된 공무원들은 감사를 받고 있다.
중구청은 19일 최근 갑질로 논란이 된 구청 소속 공무원 4명에 대해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감사팀 관계자는 "(사건) 내용을 접수한 이후로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내부 조사 이후 징계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 경징계가 내려질 경우 견책과 감봉, 중징계에 해당하면 해임, 파면, 강등 또는 정직에 처한다.
'지방공무원법' 제69조는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 징계 의결을 요구해야 하고, 의결 결과에 따라 징계 처분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같은 법 제70조는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으로 구분한다"고 돼 있다.
문제는 지난 7일 발생했다. 대구 중구에서 A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부부는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마음이 힘드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남편인 B씨는 "지난 7일 매장 마감 직전 40대~50대로 보이는 남성 4명이 방문해 치킨과 맥주를 주문했다"며 "음식을 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테이블 바닥은 맥주로 흥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본 아내가 '물을 흘리셨나요'라고 물었고, 손님 한 명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행동을 취했다"면서 " 다른 손님들도 서로 장난을 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전했다.
하지만 "계산을 마치고 나간 일행 중 한 명이 다시 들어와 '바닥 치우는 게 뭐 그리 대수냐'며 아내에게 고함을 치고 삿대질을 했다"며 "다른 일행들도 따라 들어와 폭언을 일삼았다. 나에게도 '당신이 사장이냐. 무조건 죄송하다고 고개 숙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을 밖으로 내보내자 일행 중 한 명은 '나 여기 구청 직원인데 동네에 모르는 사람 없다. 내가 이런 가게는 처음 본다. 바로 장사 망하게 해주겠다'고 협박했다"면서 "또 다른 한 명은 가게 상호를 말하며 'SNS에 올려 망하게 해 주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아냐. 이 동네에 아는 사람이 많다' 등 언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남편 B씨는 뒤늦게 CCTV를 확인하고 고객들이 고의로 바닥에 맥주를 여러 차례 쏟는 장면을 확인했다. 고민 끝에 인터넷 게시판에 하소연 글을 남겼다.
B씨는 "맥주를 바닥에 일부러 붓고 와이프에게 욕설과 협박을 하는 장면을 보니 그 순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제 자신이 너무 초라했다"며 "와이프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너무 마음이 힘들다"고 말했다. 또 "그날 이후로 잠을 이루기 힘들고 와이프는 가게에 못 나오겠다 한다"면서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고 지난해 말 결혼해서 이제 신혼부부인 저희에게 한 줄기 희망조차 안보인다. 속상하고 무섭다"고 했다.
이후 중구청으로 항의가 빗발쳤다. 대구 중구청 홈페이지 '칭찬합니다' 게시판에 이들을 규탄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관련 글만 19일 오후 2시 기준 60여건이다. "갑질로 유명한 대구 중구청", "갑질 구청 칭찬합니다", "자영업자 어떻게 해줄 건지 궁금하다. 공지 띄워라"는 쓴소리가 대부분이였다.
중구청은 뒤늦게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다. 모두 중구청 소속 공무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논란이 커지자 류규하 구청장이 사과문을 올렸다.
류 구청장은 지난 18일 구청 홈페이지에 "정중히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사과문에서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구청 직원의 맥주 사건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해당 업체 사장님과 주민들, 그리고 이번 사건을 접하신 많은 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지역의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구청의 중요한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불미스러운 일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구청 직원 전체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분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에 따른 모든 행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직원의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보다 낮은 자세로 올바른 구정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직원들은 사건 발생 이후 내부 감사를 받으며 현재 구청에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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