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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HIV 장애 인정' 국내 첫 행정소송...구청장? 동장? '피고 적격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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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인 A씨 '장애 인정' 요구→반려
남구청 상대로 취소소송 2차 공판
실제 반려 처분, 구청 X '행정복지센터'
재판부 "행정청 달라, 피고 적격성 없다"
"애초 처분 권한 없는 곳, 소 성립 불가"
소송 무효 가능성..."당황, 법률 재검토"

대구에서 진행 중인 'HIV(에이즈 원인인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을 장애인으로 인정하라는 국내 첫 행정소송이, '피고 적격성 여부'로 인해 소송 무효화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송 당사자인 A(72)씨 측 변호인단은 대구 남구청(청장 조재구)을 상대로 반려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려 처분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의 쟁점은 엉뚱하게도 '처분의 적격성 여부'가 아닌, 소송 '피고 당사자의 적격성 여부'로 옮겨졌다.   

"HIV감염인 장애 인정과 장애 범주 확대를 요구한다"...재판이 끝난 뒤 소송 당사자 A씨를 포함해 변호인단, 시민단체 인사들이 피켓팅을 진행했다.(2024.6.26.대구지법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HIV감염인 장애 인정과 장애 범주 확대를 요구한다"...재판이 끝난 뒤 소송 당사자 A씨를 포함해 변호인단, 시민단체 인사들이 피켓팅을 진행했다.(2024.6.26.대구지법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지법 행정1단독(부장판사 배관진)은 지난 26일 A씨가 남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 등록 반려 처분 취소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남구청 측은 준비서면을 통해 "반려 처분 당사자는 남구청장이 아닌 남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장(동장)"이라고 주장했다.

또 "HIV 감염인 당사자의 장애 상태가 장애 기준에 명백하게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반려처분은 적법하다"는 입장을 냈다.

재판부는 남구청 측 주장을 인용했다. A씨 측 변호인단에 "반려 처분은 남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장이 한 것으로 돼 있는데, 그렇다면 처분 행정청이 남구청이 아니라 행정복지센터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장애인복지법'상 처분 권한은 구청장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처분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상관없이 실제로 처분한 행정청이 피고 적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 경정을 해도 처분 권한이 없는 행정청에 반려 처분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무효가 된다"고 했다. 

피고를 행정복지센터장으로 변경해도 처분 권한이 없는 행정청이 반려 처분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무효가 돼 소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때문에 남구청장 명의의 장애 등록 반려 처분 서류로 다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A씨 측 변호인단은 "법률적 검토를 다시 해보겠다"고 말했다.

3차 변론기일은 오는 7월 17일이다.

"HIV감염인도 장애인정 필요하다" 피켓팅(2024.4.1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HIV감염인도 장애인정 필요하다" 피켓팅(2024.4.1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재판을 방청한 소송 당사자 A씨는 울분을 토했다. 행정소송을 추진한 시민단체 인사들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김지영 레드리본인권연대 대표는 "행정소송법과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남구청에 처분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예상치 못한 지적이 나와 당황스럽다"면서 "변호사들과 판례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A씨는 "처음부터 처분 권한이 없는 행정복지센터가 왜 반려 처분을 한 것이냐"면서 "행정 사무를 위임한 남구청도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면, 누가 당사자냐"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남구 한 행정복지센터에 HIV를 이유로 장애 등록을 신청했다. 행정복지센터는 장애 "진단 심사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 등록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에서 장애 진단 심사용 진단서를 받아야 하는데, HIV는 장애 유형에 포함되지 않아 진단서 발급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A씨는 지난 1월 10일 남구청을 상대로 '반려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이후인 지난 4월 16일에도 A씨는 HIV를 포함해 우울증, 말초신경염, 골다공증, 고지혈증, 당뇨 등을 진단받은 의사 소견서를 갖고 다시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행정복지센터는 "장애 심사용 진단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애 등록 접수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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