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 종식법' 시행 한달을 앞두고 대구 보신탕집 10곳 중 6곳이 폐업하거나 전업 절차를 밟고있다.
하지만 '전면 판매 금지'는 2027년까지 3년 유예했다. 때문에 일부 상인들은 여전히 간판을 걸고 영업 중이다. 찾는 손님은 예전에 비해 줄었지만 완전히 발길을 끊은 것은 아니다.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법을 제정한 지 반년이 지나, 내달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국회가 여전히 폐업이나 전업 절차를 밟는 상인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적절한 '보상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탓이다. 때문에 정부를 믿고 생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상인들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대의 변화로 개고기 식용 문화가 사라지지만, 일부 상인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일이기 때문에 답답하기만 하다. 하루 빨리 보상안을 마련해 달라는 게 상인들 입장이다.
전국 3대 '개시장' 중 마지막으로 남은 대구 북구 칠성개시장. 74년째 시장 곳곳에서 개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25일 중복(中伏)날 점심시간에 칠성개시장을 찾았지만 이전과 달리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날 보신탕을 판매하는 식당 중 4곳이 영업을 했다. 식당에는 손님 3~4명이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개시장 곳곳에 "폐업",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상인들은 개고기를 먹는 사람이 줄어 수입이 줄고 있다고 한탄하면서도, '개식용 종식법'에 따른 보상이 이뤄질 때까지는 계속 영업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철거비나 보수비 등 폐업이나 전업에 따르는 실질적인 보상 비용이 나와야 앞으로의 생계에 부담이 덜 가지 않겠냐는 이유다.
보신탕집을 하는 A(65)씨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보상해주면 미리 나가는데, 아니면 2027년까지 할 것"이라며 "보신탕을 먹는 사람이 줄어 수입도 지난해의 반도 안된다"고 토로했다. 70대 상인 B씨도 "구체적인 보상안이 나와야 폐업을 하든지 결정한다"며 "대체 뭘 먹고 살란 말이냐"고 한탄했다.
상인 C(69)씨는 "정부가 이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뒷전으로 보는 것 같다"며 "법이 적용되는 날까지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보신탕을 먹으러 온 손님 이모(77)씨는 "한 달에 한 번은 보신탕을 먹으러 온다"면서 "어떤 사람은 개고기를 왜 먹냐 하지만 허약한 사람은 이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법을 만들어 개고기를 못 먹게 한다고 하니 아쉽다"며 "이제 어디 가서 먹어야 하냐"고 한탄했다.
◆ '개 식용 종식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2월 제정된 지 6개월이 흘렀는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구체적 보상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개 식용 종식법'은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 도살, 가공, 조리, 유통, 판매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오는 8월 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포일부터 식용 목적의 개 사육 농장 등 시설의 신규 또는 추가 운영이 금지되며, 식용 개 유통·판매의 경우 3년 유예기간을 둬 2027년 2월부터 전면 금지한다.
이에 따라 대구시도 관련 영업장을 대상으로 폐업·전업 이행계획서를 받고 있다. 기한은 오는 8월 5일까지다.
대구시(시장 홍준표)에 25일 확인한 결과, 보신탕, 건강원 등 대구 9개 구.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개고기 취급 업소는 모두 106곳이다.
지역별로 보면 중구 5곳 ▲동구 23곳 ▲서구 12곳 ▲남구 1곳 ▲북구 23곳 ▲수성구 3곳 ▲달서구 8곳 ▲달성군 15곳 ▲군위군 16곳 등이다. 이 중 폐업·전업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곳은 ▲중구 2곳 ▲동구 13곳 ▲서구 11곳 ▲남구 1곳 ▲북구 15곳 ▲수성구 3곳 ▲달서구 5곳 ▲달성군 9곳 ▲군위 12곳 등 모두 71곳으로, 67% 수준이다.
폐·전업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면 바로 영업을 그만두게 하는 것은 아니다. 계획서 내에 영업장명, 규모, 운영현황뿐 아니라 영업일과 관련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다만 이행계획서를 제한 영업장은 처벌이 가능해지는 2027년 2월까지 전·폐업 처리를 마쳐야 한다.
김종오 대구시 농산유통과장은 "개고기를 파는 상인들도 구체적 보상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보니 이행계획서 제출을 미루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면서 "다만 8월 5일까지 전업·폐업 이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보상에서 제외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상인들에게 안내하고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상인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예산 등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안은 없는 상황이다. 오는 9월 중으로 '개 식용 종식 지원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개 식용 특별법 시행령'을 재입법예고했다. 도축장·유통·식품접객업 종사자의 폐업·전업을 위해 시설과 운영자금 융자 지원, 전업 교육훈련, 시설물 철거 지원, 전업 시 시설·물품 등 교체 비용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개식용종식추진단 관계자는 "개 식용 종식법은 8월부터 시행하지만, 관련 예산은 정부안이 나오는 8월 말이나 9월 초에 나온다"면서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 아직 지원 예산 규모가 확정된 것은 없다. 구체화되는 대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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