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수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보신탕 식당에 왔다. 오토바이 뒤 뜬장(철창)에 작은 개가 실렸다.
지난 6일 오후 '00건강원', '토종 개고기 식당', '00개소주' 간판이 적힌 대구 북구 칠성 개시장. 골목길 양쪽에 빨간 철장들이 늘어섰다. 이미 앞서 잡혀온 것으로 추정되는 개 40여마리가 철창 안에 빽빽하다. 개장수 오토바이 소리가 다시 들리자 개들은 짖고 토하고 침 흘리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철창 한 칸에 최대 5마리, 운 좋은 개들은 3마리가 들어있다. 철창에 가까이 다가가자 어떤 개들은 벌떡 일어나 혓바닥을 내밀고 애교를 부렸다. 아무 기운 없이 축 늘어진 개들도 많다. 간판 없는 곳엔 이름도 모를 기구들이 놓였다. 이방인을 날카롭게 감시하는 도축업자들과 개고기 식당 사장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악취, 기름 때. 오늘도 대구 도심 한복판 칠성개시장 '개고기' 장사는 성업 중이다.
대구 북구청에 따르면, 대구지검은 전류가 흐르는 전기 쇠꼬챙이를 개 입에 넣어 감전사 시키는 방식으로 개를 죽인 칠성 개시장 도축업자 남성 A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지난 6일 결정문에서 밝혔다. 북구청은 앞서 칠성 개시장 현장 점검 중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개를 전기도살한 A씨를 적발해 지난 7월 3일 '동물보호법 제8조(동물학대) 위반' 혐의로 대구 북부경찰서에 고발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는 행위', '같은 종료(동종)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 고발 이후 북부서는 수사를 통해 A씨에게 죄가 있다고 보고 '기소의견'으로 A씨를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불기소했다.
검찰은 "범죄는 인정된다"면서도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는 점, 전과자가 될 경우 생활에 지장이 우려되는 점 등 정상을 참작해 기소유예를 결정했다"고 결정문에서 밝혔다. 피의 사실은 인정되지만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A씨를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북구청의 항고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동물보호법이 있으나마나 잔인한 도살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 7월 복날부터 전국 3대 개시장 주 유일하게 남은 칠성 개시장에 대해 대구동물보호연대·동물권행동 카라·동물자유연대 등 전국 동물보호 단체가 대구시청 앞에서 '폐쇄' 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와 북구청도 성과를 내기 위해 매달 현장 점검을 나가고 있다. 최소한 도살장 2곳은 폐쇄해야한다는 데 뜻을 같이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도살장이 칠성 개시장 상인회 소속이 아닌 점, 정식 등록 업자가 아닌 임차인 자유업으로 운영돼 행정적인 강제 조치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시 경제국 농산유통과 한 팀장은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고 있지만 현장 단속이나 현행 법 위반이 나오지 않는 이상 강제 폐쇄가 어렵다"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북구청 민생경제과 동물복지 한 담당자도 "스스로 짐 싸서 나가지 않는 이상 폐쇄 명령을 할 수 없어 답답한 부분이 있다"면서 "이런 저런 방식으로 점검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3대 개시장 중 구포 개시장은 부산시, 상인회, 동물단체 3각 협업으로 폐쇄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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