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 금지'...대구 칠성개시장 등 전체 보신탕집 폐업·전업, 대책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용 행위 모두 안돼 '개식용 금지법' 통과
3년 이하 징역, 3년 유예 27년부터 단속
74년 칠성개시장 13곳 영업, 일부 간판 숨겨
대책 이견...상인 "자유침해, 몇억 지원"
지자체, 규모 파악 못해 "정부 방침 나와야"
동물권단체 "동물 생명복지 역사 진일보"


'개식용 금지법' 통과로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칠성개시장은 74년 만에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칠성개시장뿐 아니라 대구 전체 보신탕집과 건강원은 3년 내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꿔야 한다.


국회는 지난 9일 '개식용 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 도살, 가공, 조리, 유통, 판매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했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3년 유예 기간을 주고 2027년부터 단속한다. 개 식용 문화를 법적으로 금지시킨 것은 조선시대 이후 수백년만이다.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 안에 있는 '칠성개시장' 내 한 보신탕집. '개식용 금지법'이 통과되자 간판에 흰종이를 붙여 '개고기' 글자를 숨겼지만, 간판 불빛을 뚫고 글자가 보인다.(2024.1.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 안에 있는 '칠성개시장' 내 한 보신탕집. '개식용 금지법'이 통과되자 간판에 흰종이를 붙여 '개고기' 글자를 숨겼지만, 간판 불빛을 뚫고 글자가 보인다.(2024.1.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시장 홍준표)와 북구청(구청장 배광식)은 후속 조치를 세워야 한다. 규모를 파악해야 하는데 아직 전 지역 보신탕집 숫자를 파악하지 못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길 기다리고 있다. 

상인들은 불만이다. 생계권 침해라는 것이다. 이후 대책을 놓고도 갈등이 예상된다. 폐업, 전업 대가로 철거비, 보수비 일부를 지원해달라는 상인이 있는가 하면, '몇억' 지원을 바라는 상인도 있다. 저리 융자를 대안으로 거론하는 정부와 괴리가 있다. 동물권단체는 동물복지 진일보라며 환영했다. 

● 74년 칠성개시장 13곳, 간판 숨겨..."폐업·전업"...협회 "권리침해, 수조 지원" 

전국에서 마지막 남은 74년 된 개고기 판매 시장 대구 북구 칠성개시장. 10일 상인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보신탕집을 하는 A(68)씨는 "가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는데 나라가 못하게 하니 사실상 방법이 없다"며 "문 닫으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불만은 많지만 따를 수 밖에 없지 않냐"면서 "노인들 가게인데 이렇게까지 해야하냐. 몇억 지원해주면 모를까.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나라가 뭘 먹으라 마라, 어떤 직업을 하라마라 정하는 것은 권리침해라는 주장이다. 상인 B(63)씨는 "개고기는 안되고 소고기는 된다? 왜 나라가 정하나. 자유침해로 소송하고 싶다"고 따졌다. 
 

'보신탕'에 종이를 붙여 가렸지만 불빛을 뚫고 글자가 보인다.(2024.1.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보신탕'에 종이를 붙여 가렸지만 불빛을 뚫고 글자가 보인다.(2024.1.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일부 상인는 벌써 간판에서 개고기, 개보신탕, 개소주 글자에 흰종이를 붙여 '개' 글자를 숨겼다. 불빛을 뚫고 개고기 글자가 보이지만 일단은 지웠다. 손님들도 어김없이 식당을 채웠다. 단골 손님 C(61)씨는 "이제 개고기를 먹을 수 없다는 말에 찾아왔다"며 "솔직히 잘 이해는 안된다"고 했다. 

대한육견협회(회장 주영봉)는 "직업 선태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예고했다. 육견 1마리당 200만원, 지원과 보상 액수로 수조원을 촉구하고 있다.  
       
● 전국 보신탕집 1,666곳, 대구 파악 못해...대책 "저리 융자 등, 현실성·형평성"  

대구시와 북구청은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정부 방침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북구청에 따르면, 칠성개시장 인근에서 개고기와 개소주 등을 판매하는 보신탕집(4곳)과 건강원(9곳)은 13곳이다. 북구 전체로 보면 일부분이다. 모두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영업하고 있고, 판매 종류는 구체적으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구청에 등록된 일반음식점만 4,900곳, 이 가운데 어떤 곳이 개고기를 판매하는지 앞으로 조사를 해봐야 한다. 대구 전체 지역의 개고기 보신탕집과 건강원은 이보다 훨씬 많다. 등록하지 않고 판매하는 미등록의 경우는 추정도 불가능하다. 
 

   
▲ 간판에서 '개'에 종이를 붙여 영업하는 칠성개시장 한 보신탕집(2024.1.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칠성개시장 좁은 철장 안에 갇힌 개들의 모습(2021.2) /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의 지난 2022년 '식용 개 사육·유통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고기를 판매하는 전국 '보신탕집'은 1,666곳, 식용 개를 사육하는 '개농장'은 1,156곳, 도축·유통업체는 253곳, 이곳에서 기르는 개는 52만1,000마리. 식용을 목적으로 도축하는 개는 연간 38만8,000여마리다. 개 농장주의 평균 연령은 63.8세다. 지역으로 보면 서울 200여곳이다. 대구지역은 정확한 추정치가 없다. 구체적인 숫자는 앞으로 조사를 해봐야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개식용 금지법'과 관련한 법제화 등 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실태조사를 통해 전국의 개고기 보신탕집, 건강원 규모를 파악하고 이후 지원 대상을 정할 예정이다. '종식 이행 계획서'를 낸 상인을 대상으로 철거나 전업, 운영자금 등을 지원한다. 저리 융자(금리 1~2%)를 지원하거나, 점포 철거비 최대 250만원, 전직 장려수당 최대 2,000만원을 지급하는 대책을 논의 중이다.  

대구 북구청 민생경제과 관계자는 "칠성개시장은 일부고, 전 지역 보신탕집을 상대로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일단 정부 기본계획이 나와야 지자체들이 이를 기준으로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현재로서는 전체 규모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 대책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칠성개시장 일부 상인들은 폐업을 조건으로 몇억씩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현실성과 형평성을 따져서 지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마침내 개식용 종식"...'개식용 금지법' 국회 통과 이후 내걸린 환영 현수막(2024.1.9) /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 "이제는 때가 됐다. 개식용 없는 대한민국" 현수막 / 사진.동물자유연대


● 고통 속에 죽어간 개들에게 작은 위로...동물권단체 "생명복지 진일보"

동물권단체들은 환영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전진경)는 9일 성명에서 "마침내 완전한 개 식용 종식의 역사가 왔다"며 "극심한 고통 속에 죽어간 개들이 없는 대한민국, 고통 속의 개들을 구원하는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진일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앞으로 개 식용 농장의 개들에 대한 보호시설, 돌봄, 훈련, 치료 등 제반 사항을 파악하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는 9일 공동 성명을 내고 "생명 존중을 향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며 "개를 식용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우리 사회의 의지를 법으로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개 식용은 다른 동물 삶까지 퇴보시킨 악습으로, 개 식용 종식은 개를 넘어 모든 동물의 삶에 희망을 조명한 것"이라며 "고통 속에 죽어간 개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