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가 지자체 차원의 통일사업 근거가 되는 '남북교류협력' 조례를 결국 폐지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해당 조례를 없앤 곳은 대구와 울산 2곳 뿐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022년 채무 감축을 이유로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없애더니, 대구시의회에서는 지자체의 남북 교류 협력 관련 사업 조례까지 폐지해 지역 통일단체로부터 "평화통일 노력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구시의회(의장 이만규)는 6일 오전 제311회 본회의에서 '대구광역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원안 가결시켰다.
폐지 이유로 ▲대구시 남북교류협력기금 폐지 ▲남북교류협력위원회 비상설화 후 위원회 미개최 ▲협력사업마다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 등 대구시 차원에서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전개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들었다.
윤영애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은 본회의에서 "남북교류협력기금의 폐지와 위원회 비상설화로 실효성을 상실한 조례를 폐지하는 것"이라며 "상임위에서는 존치의 실익이 없는 조례는 일괄 정비할 것을 재의하며 재석의원 전원 찬성으로 원안 가결했다"고 설명했다.
폐지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김태우(수성구 제5선거구) 대구시의원은 6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조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구시 차원의 남북 교류 협력사업이 진행된 적이 없어 유명무실한 조례라고 생각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교류가 이뤄져야 지방 정부도 교류가 가능한데, 현재 상황으로는 어렵다. 향후 남북관계가 바뀌게 되면 그에 맞춰 조례를 새로 만드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는 지난 2005년 대구시가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관련 기금 운영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됐다. 지자체 차원에서 남북간 문화·예술·학술·경제 협력 증진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홍준표 시장 취임 이후 '재정혁신'에 따른 예산 절감이라는 이유로 54억 3,700여만원에 이르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폐지했고, '남북교류협력위원회'도 비상설로 운영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남북교류협력 조례를 폐지한 곳은 대구와 울산 2곳뿐이다. 울산시는 지난 2022년 조례와 기금을 함께 폐지했다. 세종시의 경우 지난해 조례를 폐지해 기금을 일반회계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시의회에서 부결됐다.
지역 통일단체는 반발했다. 남북관계가 일시적으로 경색됐다는 이유로 조례를 폐지해 평화통일에 대한 지자체의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대구경북본부, 대구경북겨레하나,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등 11개 단체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남북교류협력조례가 유명무실해지는 경우는 목적이 달성됐거나 상위 법령을 통한 지원·위임 내용이 변경됐을 경우"라며 "위원회를 열지 않았다거나 대구시 차원에서 사업 전개가 어렵다는 것은 대구시와 시의회의 조례 집행 의지가 없다는 반증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급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고 다음 회기에 부의해도 될 사안인데도, 최소한의 절차만 갖춘 채 서둘러 폐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재 대결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 정황상 교류 협력이 어렵다고 해도, 이는 현재의 정치적 조건일 뿐 상황이 달라지면 재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의 의무를 저버리는 역사적 퇴행"이라고 규탄했다.
박석준 6.15대경본부 상임대표는 "남북관계가 경색돼 교류 사업이 어렵다고 해도, 현재 조건만을 바라보고 폐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관련 시민사회단체와의 논의도 없이 조례 폐지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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