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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닷새 내내 학교에 갇혀...대구 학교 경비원들 "유급휴일 보장"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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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5일 동안 하루 8시간 학교에 갇혀
"추석에 가족들과 시간 오래 못 보내 아쉬워"
정기상여금 50만원, 다른 직군 대비 절반↓
월 2회 무급휴일에도...직접 대체인력 구해야
주 1회 유급휴일 부여·근속 수당 보장 등 촉구
교육청 "노조 교섭 중, 주휴일 당장은 어렵다"

대구 동구 A초등학교 3년차 당직경비원 노동자 김상광(64)씨는 올 추석 연휴 기간에도 학교를 지켜야 한다.

김씨는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1시간 30분을 근무하고 퇴근한 뒤, 오후 4시에 다시 출근해 6시간을 근무하고 오후 10시에 퇴근한다. 주말을 포함해 이번 추석 연휴 5일 동안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을 학교 숙직실에 갇혀 일해야 한다.

그는 "다가오는 추석에 아들, 딸이나 친척들이 다 모이는데 함께 시간을 오래 보내지 못하는 게 많이 아쉽다"면서 "결혼식 등 경조사나 친구들과 약속도 주말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휴일에도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당직경비원 주 1회 유급휴일 보장 촉구 기자회견'(2024.9.10.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당직경비원 주 1회 유급휴일 보장 촉구 기자회견'(2024.9.10.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지역 학교 당직경비원 노동자들이 긴 명절 연휴에 하루도 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명절 상여금 등 복리후생에 있어서도 차별받고 있다며 대구시교육청에 "처우개선"을 촉구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지부장 정경희)는 10일 대구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에도 당직경비원들은 학교에 갇혀 명절을 보내야 한다"면서 "당장 올해 추석부터 당직경비원들의 명절 유급휴일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대구 내 공립 초·중·고·특수학교에 근무하는 당직경비원은 모두 388명이다. 초등학교 209명, 중학교 83명, 고등학교 63명, 특수학교 5명, 교육지원청 5명, 학생문화센터 등 교육청 직속기관 22명, 기타 2명 등이다.

당직경비원의 근무 방식은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 1시간을 근무하고 퇴근한 뒤, 오후 4시에 다시 출근해 10시에 퇴근 ▲오후 4시 출근, 다음 날 오전 8시 30분 퇴근 ▲숙직 근무(오후 5시 30분 출근, 다음 날 오전 8시 30분 퇴근)등으로 이뤄졌다.

"명절 유급휴일 당장 이번 추석부터 시작하라" 피켓팅(2024.9.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명절 유급휴일 당장 이번 추석부터 시작하라" 피켓팅(2024.9.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월급은 시간급을 적용한다. 주 50시간 기준 기본급 206만1,934원에 식대비 15만원을 받는다. 식대비를 포함해 시급으로 계산하면 1만193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9,860원보다 400원가량 더 받는다. 휴일은 월 2회 무급휴일 뿐이지만, 이마저도 직접 대체인력을 구해야 해 사실상 쉬는 날이 없다.

학교 당직경비원은 대부분이 50·60대 이상 중년이거나 고령 노동자들이다. 특수운영직군으로 교직원과는 다른 처우를 받는다. 그동안 비정규직으로 용역업체에 채용돼 학교에서 일하다가, 2018년 대구교육감 직접고용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시간, 휴게·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매년 1월과 8월에 지급받는 정기상여금도 다른 교육공무직 직군보다 절반가량 덜 받는다. 조리실무원, 사서 등 36개 교육공무직 직군은 2회에 걸쳐 100만원을 받는데, 학교 당직 경비원과 환경미화원은 25만원씩 2회, 모두 50만원을 지급받는다. 

대구교육청은 지난 8월 노조와의 단체교섭에서 당직경비원들에게 명절 유급휴일 6일(설 3일, 추석 3일)을 부여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단체교섭이 마무리되고 협약이 체결된 뒤에야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며 당장 올해 추석은 적용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직경비원 김상광(64)씨, 정경희 학비노조 대구지부장(2024.9.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당직경비원 김상광(64)씨, 정경희 학비노조 대구지부장(2024.9.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노조는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주말과 명절에 가족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은 이들에게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라며 ▲올해 추석부터 명절유급휴일 적용 ▲당직경비원 주1회 유급휴일 보장 ▲근속수당 지급 ▲다른 교육공무직과 동일한 액수의 정기상여금 지급 등을 촉구했다.

정경희 학비노조 대구지부장은 "당직경비원들이 지난 2018년 교육청에 직고용될 당시만 해도 처우 개선이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면서 "강은희 교육감은 당직경비원들이 최소한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휴일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대구교육청은 명절 유급휴일 보장에 대해 노조와 교섭 중이라는 입장이다. 

대구교육청 행정관리과 관계자는 "유급휴일은 현재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라며 "우선 명절 유급휴일을 먼저 협의한 뒤 주 1회 유급휴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학교 의견 수렴 등 당장 진행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직경비원 관리 기관인 학교시설지원센터와 부서 간 협의를 통해 관련 로드맵을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다"면서 "정기상여금의 경우 전국 시.도교육청이 모두 모여 매해 임금교섭을 진행해야 해 당장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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