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외치고 산화한 고(故) 전태일 열사의 54주기를 맞아, 그가 어린 시절 살았던 대구 중구 남산동 옛집이 복원됐다.
전 열사가 일기장에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표현한 대구 중구 남산동 2178-1번지 옛집 담벼락에는 그의 이름이 적힌 문패와 함께 "시민의 기적, 열여섯살 전태일의 귀향"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담벼락을 지나 입구에 들어서면 과거 주인집이었던 기와집이 보인다. 기와집 외부 벽면에는 시민들이 전 열사에게 쓴 엽서들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당신의 삶이 오늘을 만들었습니다. 더 좋은 내일을 만들겠습니다", "어머니와 오세요. 가족같았던 여공분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세요" 등의 글이 적혔다.
기와집 내부로 들어가면 전 열사와 어머니 이소선 여사, '전태일 평전'의 저자 조영래 변호사가 살아온 생애를 적은 연표와 그들의 일기 등이 전시됐다.
전태일의 여섯 가족이 살았던 3.8평 셋방 자리에는 '열여섯 태일의 꿈'이라는 이름의 의자 형태 동판 조형물이 놓였다. 학업을 이어가고자 했던 전 열사의 꿈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조형물 옆에는 전 열사의 영정사진과 국화꽃 등 추모 공간도 마련됐다.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은 13일 오후 중구 남산동 2178-1번지에서 '전태일 54주기 추모식 겸 전태일 옛집 개관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송필경 전태일의 친구들 이사장과 윤종화·정은정 부이사장, 전태일 열사 여동생 전순옥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포함해 대구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진보정당 인사 등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송필경 ''전태일의 친구들 이사장은 "남산동 옛집은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노동운동 정신을 다진 곳"이라며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들에게 가졌던 연민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가슴 속에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전순옥 전 민주당 의원은 "3,000명이 넘는 시민들의 힘으로 마련된 공간에 오니 온 가족이 함께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 공간을 통해 오빠 전태일과 어머니 이소선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전태일의 친구들'은 2019년 5월부터 옛집 매입을 위한 시민모금 운동을 펼쳤다.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 없이 시민 후원으로만 이뤄졌다. 지난 5년간 옛집 매입비 5억9,000만원, 복원 비용 3억원 등 모두 8억9,000만원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사업이 2년 정도 중단되기도 했지만, 올해 4월부터 옛집 복원을 시작해 11월까지 7개월 동안 집 뼈대를 손보고 일대를 가꾸는 등 작업을 해왔다.
현재까지 상근 직원 등 관리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논의와 함께, 실내에서는 강연이나 소모임을 할 수 있도록 대관 신청을 받고, 야외 마당에서는 공연 등 행사를 할 계획이다.
한편, '전태일의 친구들'은 오는 16일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옛집 개관 기념 음악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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