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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폭력의 법·제도적 문제, 이재명 정부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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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달서구, 통탄의 여성살해 사건과 안동스토킹 사건

대구 달서구에서 50대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한달 전에도 가해자에게 흉기로 위협을 당했고 경찰에 신고 했다. 경찰은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등으로 가해자를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영장을 청구했지만, 대구지방법원은 가해자가 성실히 수사에 임하고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풀려난 가해자는 피해자의 집 출입구에 설치된 안면인식이 가능한 지능형 CCTV를 피해 가스 배관을 타고 아파트 6층까지 올라가 피해자를 살해하고 세종시로 달아나 나흘 만에야 검거 되었다. 가해자가 구속되었다면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 출처. KBS뉴스「스토킹 살해 피의자 구속…범행 동기 집중 추궁」(2025.6.16)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뉴스「스토킹 살해 피의자 구속…범행 동기 집중 추궁」(2025.6.16) 방송 캡처

지난 달에는 경기도 동탄에서 여성납치살해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경찰에 3차례나 신고하고, 80쪽 분량의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600쪽이 넘는 고소이유보충서 및 학대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100m 이내 접근금지 및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제한 등의 '긴급임시조치'와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반납하라고 요구했고, ‘안전조치가 종료된다’는 통보까지 했다. 또한 가해자에 대한 신병확보와 신속한 수사, 영장 신청을 하지 않아 피해자는 피신해 있던 곳에서 납치 살해되었다. 동탄경찰서장은 유족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피해자는 이미 사망한 후이다. 

이런 와중에 경북 안동에서 20대 여성들의 집에 30대 남성이 무단 침입해 속옷을 뒤지고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모습이 CCTV에 포착되어 증거도 충분했지만 검찰은 “초범이고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기각했다. 문제는 피해자들의 일상이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과 피의자가 반경 약 30~40m 이내의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고 피해자들은 피의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다. 경찰이 무죄 추정 원칙, 개인정보호 등을 이유로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피해자에게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사건 발생 후 자신들의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으며 직장도 그만두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여론이 들끓자 경찰은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하여 다시 구속 영장을 신청한다고 발표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먼저 관련기관들의 인식부족이 문제이다. 위의 세 개의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했으며 적극적인 처벌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대구 달서구 사건은 법원이, 안동 사건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기각했으며 동탄 사건은 경찰이 영장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2023년 판결문 분석에 의하면 스토킹 범죄는 56%가 폭력범죄, 주거침입, 디지털성범죄 등 강력 범죄를 수반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말다툼’, ‘사랑싸움’이 아니라 강력범죄를 수반하며 살인에 이르고 있다. 2024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살인미수 피해자 수는 555명에 이르며 2024년 '교제폭력' 112 신고 건수는 88,394건으로 2020년 대비 79.57% 증가했다. 친밀한 파트너 폭력으로 1차 신고 후 2차 범행이 발생한 경우는 52.3%나 된다. 

그러나 구속율은 떨어지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스토킹 처벌법 시행 당시 구속률은 7%였지만 2022년은 3.3%, 2023년은 3.2%로 하락세 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 보호를 할 수 있는 현장의 인식제고와 암수범죄가 많은 범죄의 특징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 

두 번째 문제는 법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IPV·Intimate Partner Violence)’을 규율하는 법으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있다. 그런데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이 두 법률에 포섭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관계에 기반한 가정폭력 처벌법의 경우 배우자 이거나 사실혼 관계하에서의 폭력을 규율하며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를 기반으로 처벌규정과 대응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니 사실혼 관계도 아니고 스토킹 행위도 없을 때에는 규율할 수 있는 법이 마땅하지 않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다. 

사진 출처. 사이좋은 디지털 프렌즈, "스토킹 처벌법 강화...엄중처벌한다"
사진 출처. 사이좋은 디지털 프렌즈 홈페이지..."스토킹 처벌법 강화...엄중처벌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여성인권단체들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2023 김효정 외)를 살펴보면 기존의 가정폭력특별법의 근간을 대폭 개정하여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규율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이 피해자의 인권보장이 아니라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는 것’이 먼저이고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인권을 보호’는 부차적인 것이라는데 있다. 이에 가정폭력사건에 있어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를 실시하고 형사사건이 아니라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폭력피해를 당하면 경찰에 신고하고 가해자가 법의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여성에게 지배와 통제, 폭력을 행사하면 상담을 받으면 되거나 처벌전력이 남지 않는 가정보호 사건으로 처리하고 있다. 국가가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그래도 된다’는 싸인을 주고 있는 것이다. 가정폭력특별법은 제1조 목적조항과 법률 전반의 패러다임을 ‘가정유지·보호’가 아니라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보장’으로 개정해야 하고, 데이트폭력을 포함한 다양한 친밀한 관계가 포괄되도록 제2조의 정의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상담 등 보호처분 삭제 및 범죄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새 정부, 기대해도 될까

21대 대선 6일 전에 새 정부의 밑그림이라 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21대 대선 정책공약집이 나왔다. 여성공약은 20대 대선 공약에 비해 실망스러웠다. 친밀한 관계 내 폭력피해와 관련한 내용은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범죄 대응체계 강화’가 전부이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주장해온 가정폭력특별법 개정과 비동의강간죄 도입 등은 빠져있다. 다만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 한다는 발표는 기대해볼 만하다. 양성평등이 아니라 성평등을 썼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나 인수위를 대신하는 국정기획위원회 여성 비율은 21.8%에 그치고 있고 성평등전문가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새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에 발생한 대구 달서구와 동탄, 안동의 스토킹 사건은 잊고 있던 여성폭력의 문제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새 정부가 성평등사회 실현의지와 젠더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남은주 칼럼 65] 남은주 / 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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