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도 출산도 당사자에게 이익이 되는 제도
지난 6월 제21대 대선의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37.2%, 30대 남성의 25.8%가 이준석 후보(개혁신당)를 선택했다고 답변했다. 이준석 후보의 총득표율이 8.34%인데도 2030 남성층의 지지율이 이렇게 높은 원인은 주로 젠더 갈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6급 이하 공무원 및 기능직 공무원 채용 시험에 적용하던 '군 가산점' 제도를 위헌이라고 판결하였고, 여러 분야에 여성할당제가 도입되는 등 여성의 지위가 상승하면서 2030 남성의 상당수가 역차별을 느끼게 되었다. 그 때문에, 연령층도 비슷하고 반페미니즘 성향을 보이는 이준석 후보를 정치적 대변자로 여기는 듯하다.
반면 2030 여성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전통적인 여성 차별 구조가 아직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출산과 육아에 따른 어려움이 심각하다고 느낀다. 이러한 젊은 남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문제가 복잡할수록, 현실적 여건을 뛰어넘어, 원론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실, 원론적인 해법은 간단하다. 병역과 출산·육아가 당사자에게 불리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익이 되는 제도를 만들면 된다.
군 입대 남성의 박탈감 해소책으로서 사병의 보수를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대기업 사원의 초봉 수준으로 올리고, 취업에서 여성할당제처럼 군필자 할당제를 두고, 직장의 보수와 승진에서 군대 경력을 충분히 인정해주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군 복무가 당사자에게 이익이 된다면 여성의 자원입대 기회도 보장해주어야 한다. 현대의 국방에는 단순한 체력 이외에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므로 여성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젊은 여성에게는 그보다는 출산에 대한 보상이 더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출산은 여성이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개인적 내지 가족적인 일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저출생 추세가 나라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 시대에는 커다란 사회적 과제로 부상했다. 출산에 대해서도 군 복무와 동등한 대우를 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즉, 임신·출산 여성에 대해서는 1년간 군 입대자와 다름없이 대우한다. 취업 여성의 경우에는 출산휴가 기간에 동일하게 대우한다. 또 출산 여성이 취업 또는 복직할 때도 채용, 보수, 승진 등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한다. 육아 역시 ‘독박육아’가 되지 않아야 한다.
병역·출산 보상 재원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이런 제안에 대해 원론적으로 동의하는 독자도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다. ‘병역과 출산에 대한 보상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그럼, 비용을 대충이나마 계산해보자. 2025년 병사 봉급은 이등병 75만 원, 일병 90만 원, 상병 120만 원, 병장 150만 원이고, 복무기간 중의 적금인 ‘내일준비지원금’ 월 55만 원이 추가된다. 1인당 연간 약 2,000만 원꼴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대졸 취업자 초임 연봉은 3,500만 원 정도이고 대기업에서는 5,000만 원이 넘기도 하다. 따라서 모든 병사에게 연간 5,000만 원을 지급한다면 군 복무가 매력 있는 진로가 될 수 있다. 병사 30만 명에게 1인당 연간 약 3,000만 원을 더 지급할 때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연간 10조 원 정도다.
여성 출산에 대한 보상 재원도 계산해보자. 2024년 출생아 수는 약 24만 명이었는데 앞으로 출산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30만 명이라고 하자. 산모 중에는 취업자도 적지 않지만, 모든 산모가 무직자라고 가정하고 병사들처럼 1년간 5,000만 원을 지급한다며 연간 15조 원이 든다. 이를 병사 보수 증가액 10조 원과 합하면 연간 25조 원이다.
이런 재원은 부동산 소유자가 아무런 생산적 노력도 없이 차지하고 있는 불로소득에 과세하여 마련하는 게 최선이다. 병역으로 국토와 부동산을 지켜주고 출산으로 미래의 희망을 낳아주는 젊은이들에게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보상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과세 대상 부동산 공시가격 총액은 2023년 기준 9천조 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며(토지+자유연구소 자료), 시가는 공시가격의 1.5배 정도 된다. (참고로,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국민대차대조표에 의하면 2024년 말 부동산 시가총액은 약 1경 7천조 원, 토지 시가총액은 약 1경 2천조 원이다). 현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지방교육세) 총액 약 25조 원과 병역·출산 보상에 필요한 재원 약 25조 원을 합하면 50조 원으로, 과세 대상 부동산 공시가격 총액의 0.55%, 시가의 0.37% 정도다. 미국의 재산세가 취득가격의 1% 전후인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 세금 부담은 무리가 아니다.
더구나 부동산 불로소득에 과세하면 부동산 투기가 억제되고 집값 상승에 제동이 걸리며 부당한 빈부격차가 줄어들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게 된다. 또 젊은 남녀 간의 젠더 갈등만이 아니라, 부동산 불로소득을 부당하게 차지해온 장·노년층과 내 집 마련의 어려움에 절망하는 청년층 간의 세대 갈등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제도는, 제대로만 알리면, 일부 이기적인 부동산 부자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국민이 동의할 것이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김윤상 칼럼 155]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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