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 남짓 쪽방촌들. 여름이면 냉방기 부족으로 인해 방 안이 온통 '찜통'이 된다.
사회적 취약층들의 마지막 보금자리인 이곳의 여름은 더욱 가혹하다.
대구시는 전국 처음으로 쪽방촌 주민들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해 에어컨 냉방비 지원 사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갑자기 냉방비 지원을 중단하기로 해 복지계에서 당황해 하고 있다.
"항의성 민원이 있었다"는 게 냉방비 지원 중단 사유다.
본격적인 대구의 폭염이 이제 시작되는데, 쪽방촌 주민들은 에어컨이 있어도 켜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구, 전국 첫 쪽방촌 주민 에어컨 냉방비 지원...2년 만에 갑자기 중단, 왜?
대구시가 쪽방촌 '에어컨 냉방비 지원 사업'을 시행 2년 만에 중단하기로 해 논란이다.
대구시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27일 확인한 결과, 지난 2023년과 2024년 대구지역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한 '쪽방 거주민 혹서기 냉방비 지원 사업'을 올해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폭염 기간 쪽방 주민들에게 에어컨 전기료를 지원하는 게 이 사업 내용이다. 세대당 2~3개월 동안 10~50만원을 지원했다. 2023년 31세대, 지난해 35세대가 혜택을 받았다. 예산은 대구시가 사랑의열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사용했다. 사랑의열매는 2023년 ㈜삼송비엔씨, 지난해 DGB금융그룹(현 iM금융그룹)으로부터 1,000만원을 기탁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예산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복지계에서 항의했지만 더 이상 지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단 이유에 대해 대구시는 "항의 민원"을 들었다. 쪽방촌 주민들에게 "왜 에어컨 냉방비를 지원해주냐"는 민원이 많았다는 것이다. 쪽방 주민 다수가 기초생활수급자라 "이중 지원 가능성" 도 중단 이유라고 했다. 게다가 또 다른 계층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원을 중단하게 된 배경이라고 밝혔다.
강경희 대구시 복지정책과장은 "지난해는 폭염이 길어서 공동모금회 후원금으로 간신히 지원하긴 했지만, 시민 성금으로 에어컨 전기료를 지원한다는 것으로 항의 민원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며 "또 쪽방 거주민들이 기초생활수급자인 분들이 많아 이중 지원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까지 광역단체 단위에서 쪽방 거주민들에게 에어컨 전기료를 지원한 곳은 대구시가 처음이었다"며 "올해는 현금성 지원보다는 냉수 등 물품 지원이나 반찬 지원 등 거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되는 사업으로 바꾸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처음에는 대구시에서 쪽방 거주민들에게 에어컨은 지원했는데, 전기료 때문에 이용을 못하는 분들이 있다고 해서 모금회에 지원을 요청했다"며 "올해는 별도로 지원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당장 무더위가 시작되는데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시가 쪽방 거주민 등 폭염 취약계층의 보호를 위해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재난관리기금은 재난 예방·대비를 위한 교육이나 훈련, 조사·연구사업이나 지자체가 소유·관리하는 재난 피해시설에 대한 응급 복구 등에 사용하도록 용도가 정해져 있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소장은 "에어컨 전기료 지원 사업에 민간 예산을 연계하는 것도 안 돼서 현재는 각자 집주인과 알아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대당 5만원만 지원해도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기료 부담이 덜해지고, 쪽방 거주민들도 추가로 비용을 더 지불하지 않아도 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 기준에서 1,000만원 정도면 큰돈도 아닌데, 재난기금은 규정에 걸려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이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쪽방은 보증금 없이 일세나 월세 형태로 운영되는 거주 공간으로, 기초생활수급자나 노인 1인 가구 등이 주로 생활한다. 최저 주거 면적인 14㎡(4.2평) 미만의 크기로, 독립적인 취사나 세면, 세탁 등의 부대시설이 없는 주거 공간이다. 대구쪽방상담소가 쪽방 거주민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구에서는 올해 6월 기준 53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75.9%인 407명은 에어컨 없이 선풍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시는 지난 2023년부터 올해까지 쪽방에 에어컨 121대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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