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높은 플라스틱 1회용컵 사용률로 뭇매를 맞았던 경주시.
텀블러 세척기까지 예산을 따로 들여 도입했지만, 지난 1년 사이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청사 내 다회용컵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시행하고 1회용컵 사용 줄이기 조례도 제정했지만, 1회용컵 사용률은 97%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다회용컵 사용률은 2.9%에 불과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8일 '2025년 경주시청 공무원들의 1회용컵 사용현황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1일과 2일 이틀 동안 점심 시간을 활용해 외부에서 식사 이후 1회용컵 음료를 들고 경주시청 청사로 복귀하는 경주시청 공무원들의 수를 모니터링했다. 연인원 1,254명 중 21.3%인 267명이 1회용컵을 반입했다. 다회용컵 사용자는 고작 8명으로 사용률은 2.9%에 그쳤다.
지난 2024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1회용컵 반입률은 1년 전과 비교해 23.4%에서 다소 줄었다. 다회용컵 사용률(1.9%)은 전년 대비 1% 증가했다. 하지만, 컵을 들고 들어온 공무원 수(275명)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1회용컵을 사용한 공무원의 비율은 97%로 친환경 정책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모범이 되어야할 공무원들의 1회용컵 사용률이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은 뒤 경주시가 1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펼쳤음에도, 1회용컵 사용률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 관련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앞서 3월 19일 전국 지자체에 국무총리 훈령으로 '공공기관 1회용품 등 사용 줄이기 실천 지침'이 내려왔다. 이 훈령 제3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장은 1회용품 품목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청사 내 사용 금지 또는 반입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올해 3월 31일 "청사 내 1회용컵 줄이기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1회용컵 사용률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청사 내 다회용컵 재사용 촉진 지원사업 시행 ▲ 경주시 1회용컵 사용 줄이기 조례 제정 ▲청사 내 다회용컵 지속 공급을 위한 경주지역자활센터와 수거, 세척, 살균, 공급 전 과정 체계화 ▲청사 내 카페 앞 텀블러 자동세척기 추가 설치 ▲시청 내 회의와 지자체 행사 시 다회용컵 사용 의무화 ▲공공기관 주최 축제와 행사에도 다회용기 도입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회용컵을 사용 금지 '강제성'이 없어 정책이 먹히지 않고 있다. 다른 지자체와도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충청남도 당진시청의 경우, 1회용컵 반입금지라는 강력한 정책을 도입했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도서관 등 24곳에도 같은 정책을 추가 도입했다. 이 정책으로 당진시청 공무원 1회용컵 반입률은 4.6%, 다회용컵 사용률은 무려 80.6%에 달한다. 경주시와 정반대의 수치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당진시청 사례를 보면, 공무원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경주시의 세밀한 정책 수립 미비와 정책 실현 의지 부족 탓"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경주시청 내 1회용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경주시청 등 지역 내 관공서에 1회용컵 반입 전면 금지 정책 시행 ▲공무원 인사고과에 1회용컵 사용 현황 반영" 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주낙영 경주시장은 적극적으로 1회용품 규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APEC(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전 모든 1회용품을 근절하는 모범도시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주시 환경녹지국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8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조사 결과를 본 뒤, 1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면서 "우리가 주최하는 행사의 경우에는 가능하면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별관에 텀블러 세척기도 들여서 많은 직원들이 다회용컵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회용컵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하고 있다"며 "텀블러 세척기 같은 기구를 시청 본관이나 도서관 등 다른 곳에도 들여서 테이크아웃 1회용컵의 사용률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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