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시인의 대구 생가터 '라일락뜨락 1956'이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 대상에 뽑혔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26일 확인한 결과, 제23회를 맞은 '이곳만은 지키자' 공모에 올해 모두 19곳이 신청을 해 현장 심사와 네티즌들의 평가를 거쳐 최종 보존 대상 9곳을 선정했다. 이들 단체는 매년 보존 가치가 높지만 훼손 위기에 놓인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선정하는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을 열고 있다.
올해 보존 대상에는 ▲대구 중구 이상화 시인 생가터 '라일락뜨락 1956'을 비롯해 ▲제주 서귀포 동흥동 100년 솔숲과 잔디광장 ▲제주 신양리 해안사구와 신양리층 ▲경남 마산만 암반 조간대 ▲경남 마산 원동무역 사옥 ▲서울 문래동 영단주택 ▲충남 청양군 지천 까치내 계곡 ▲강원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 예정지 ▲경남 산청군 철수마을과 병연정이 이곳만은 지키자 보존 대상 9곳에 포함됐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심사단은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시인인 이상화 시인의 체취가 묻은 공간"이라며 "대구지역 정체성과 직결된 자산으로서 라일락뜨락 1956은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대구 중구 서성로 13길 7-20 '라일락뜨락 1956'은 일제 식민지 아픔을 그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민족시인 고(故) 이상화(1901년 4월 5일~1943년 4월 25일) 시인이 태어나 32살까지 자란 곳이다. 수령 200살 라일락나무도 일제강점기를 거쳐 2025년 현재까지 매년 꽃을 피우고 있다. 중구 계산동2가 84번지에 있는 '이상화 고택'이 생가터로 잘못 알려졌지만, 실제 생가터는 라일락뜨락이 있는 곳이다.
권도훈 대표는 2018년 생가터를 매입해 옛집 뼈대만 남기고 대부분 복원 수리해 시인의 정신을 살린 복합문화공간 카페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이후 경영난을 겪으면서 현재는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 과정에 있다. 권 대표는 대구시나 공공기관이 매입해 지역 자산으로 남길 바라고 있다.
권 대표는 26일 "이상화의 삶과 일제강점기를 지켜온 역사의 증인, 역사적 가치가 큰 곳"이라며 "없어진 생가터는 복원하지 못한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선정을 계기로, 대구시나 중구청이 꼭 지켜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생가터는 현재 '서성지구 재개발지역'에 묶여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생가터만 보존지역으로 묶어 재생사업을 하고, 나머지는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지 않냐"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시민인 자연과 문화유산이 주인'이라는 슬로건 아래 활동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이들은 오는 10월 25일 서울 종로구 교원빌딩에서 제23회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을 열 예정이다. 보존 대상에 선정된 라일락뜨락의 권도훈 대표와 마산 원동무역 사옥의 마산YMCA 등은 시상식에 참가해 상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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