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이 ‘소신’임을 강조하면 정운찬 총리가 ’효율성‘ ’국가안위‘로 나팔을 부는 행각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하면 "세종시 수정 반대" 한 목소리인데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론을 듣겠다‘며 애써 시간을 끌고 있다. 정말 여론을 몰라서일까?
지난 주 KBS와 MBC, TBC 대구방송은 MB 정부가 세종시 수정에 '끈질기게 반대하는'(?) 국민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요즘 방송이 무엇을,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지 의미심장한 뉴스를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먼저 대구.경북 시.도민이 시청자인 TBC 대구방송은 다음 두 꼭지-이 대통령 "세종시에 정치적 논리 없어", '세종시 원안추진 토론회'-를 보도했다(12월 7일 프라임 뉴스).
TBC, MB오찬과 분권토론
이 대통령 "세종시에 정치적 논리 없어" 꼭지는 지난 7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 지방 방송.신문 편집.보도국장들을 초청해 놓고 오찬간담회를 마련한 자리에서 '세종시'에 관해 자기 입장을 밝힌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세종시 원안추진' 토론회는 전국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단체 관계자들이 대구에 모여 나름의 입장을 밝힌 것이 역시 그 주요 내용이다. 이런 정도라면 크게 문제될 게 없는데 그게 아니었다.
문제는 보도 자세.
시사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을 것 같은 중학생들도 "MBC.세종시가 뭔데요?" 라고 물을 정도로 방송동향과 '세종시'에 대한 관심이 요즘 여론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TBC는 당연히 이 두 기사를 한 곳에 배치해야 했고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TBC는 이날 이런 당연함과 역행하는 보도 자세를 보였다. 즉 MB가 지방방송.신문 보도.편집국장 청와대 오찬에서 자기 입장을 홍보한 관련 기사는 앞에서 네 번 째 꼭지로, 그것도 기자 보도-중요기사로 다룬 반면 주제는 같지만 입장은 다른 전국 지방분권.균형발전 단체 관계자들의 토론회 내용은 끝에서 두 번째, 맨 끝 기사인 화재 기사 바로 앞자리에 단신으로 처리하고 말았다.
TBC의 이날 보도 자세는 언론의 기사 편집.보도 'ABC'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한 마디로 MB의 홍보 나팔수(다른 말로 단추만 누르면 일방통행 식으로 전달하는 '확성기') 구실을 스스로 다한 것이다. 대구.경북의 첨단의료복합도시.혁신도시.경제특구에다 시민 살림살이까지 다 빨아들이는 ‘세종시 수정안’ 때문에 대구와 지방이 사느냐 죽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있는데도 이날 보도 자세로만 보면 TBC는 ‘수도권 집중 전도사’ 구실을 충실히 했다. TBC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다시 보게 한 보도가 아닐 수 없었다.
MBC, 역사가 선택과목?
다음은 MBC의 11일 보도 '역사가 선택과목?'
정부가 고등학교 역사 과목을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역사학자들이 현 정부가 이념에 따라 민감한 근현대사 교육을 피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금은 중학교 때 중세까지의 역사를 배우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근현대사를 배우는데, 선택과목으로 바뀌면 근현대사는 아예 안 배워도 된다. 역사학자들은 나아가 최근 정부가 내놓은 ‘미래형 교육과정 개정안’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는 전했다. '미래형 교육과정 개정안'은 국어, 영어, 수학을 뺀 다른 과목들을 모두 선택으로 돌리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국.영.수 위주 입시교육이 극도로 강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 모르는 청소년 만들기
KBS가 미 국무부 '비밀 해제 문건'을 단독 보도한 것인데 1979년 전두환을 보스로 하는 신군부의 12.12 쿠데타를 미국이 '사실상의 쿠데타'로 규정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는 배경을 다룬 것. 이해를 돕기 위해 장황하지만 특파원 보도 전문을 인용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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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가 지금의 8차 교육과정은 시행한 지 1년도 안 됐는데도 그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역사 교육을 선택과목으로 돌려 대입 수능에 내몰린 학생들로 하여금 필수과목이 아니어서 관심을 안 가져도 되도록 배려(?)하려는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역사-근현대사에는 MB 정부와 한나라당이 애써 피하고 싶은 '친일파' '이승만 독재' '4.19혁명' '박정희-전두환 군부 쿠데타' '인권유린' '평화통일'…도 담겨 있어 내일의 주역인 자라나는 세대들이 배우지 않기를, 그래서 영원히 모르기를 바라는 것이 절망(切望-간절한 바람)임을 엿보게 한다.
청소년들이 근현대사를 배우면 반독재-민주의 정의감은 물론, 지방 균형 발전을 국가 운영의 지표로 정한 헌법(제122조, 제123조 등) 정신에도 부합하고 지방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함께 미래에 대한 비전도 가지게 하는 '세종시', '혁신도시', 남북 간 대결 아닌 평화 공존 등에 관심을 가지려 할 것이다. 근현대사를 구태여 선택과목으로 돌리려는 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제 나라, 자기 고장의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못하도록 싹을 자르는 것으로서, 무엇을 이유로 내세우더라도 진정성이 약하다. 다시 말해 당략적 배경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세종시 수정 + 4대강 사업 = 대구시민 부담
자기 고장-대구.경북-의 일이란 별 다른 게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4대강 부대사업비’를 지방에다 전가하는 바람에 당장 각 가정.기업체마다 물어야 하는 하수도사용료가 대폭 올랐다(가정용 경우 1~20㎥ 사용 경우 14.28%, 인상. 그보다 많이 쓰면 차 상위 단위 인상률(㎥당) 적용-21~30㎥ 340원 17.24% 인상, 31㎥ 이상 450원 18.42% 인상. 대구시 예시에 따르면 가정용 25㎥ 경우 : 240원×20㎥+340원×5㎥=6,500원). 여기에다 상수도 사용료는 별도이다. 생존을 위해 마시고 배출하는 모든 행위에 '4대강 부대사업비'를 물린 것이다.
대구시가 내년 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인 5조원대로 편성하면서 장애인.노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도입 예산은 절반으로 대폭 삭감한 것도 MB정부의 '4대강' 예산 염출에 따른 ‘후폭풍’으로 볼 수 있다. 기자 보도와 같이 우리와 우리이웃 사회적 약자의 희생.부담 위에서 이런 사업들은 진행되고 있다(대구MBC, 12월 12일 ‘저상버스 예산 줄어’). 지방 방송을 포함한 지방언론이 이 맥락을 보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인 것이다.
역사관 상실...지방 죽이기
MB 정부의 방송장악은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과 직결되고, 그것은 대구.경북 혁신도시, 경제특구, 산업단지 위축, 대구시민 부담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MB가 쥐고 있는 동전의 앞면이 ‘방송장악’이라면 그 뒷면은 대구.경북, 지방의 희생이다. 방송장악은 시도민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다. 나아가 MB 정부는 청소년들에게서 우리역사를 떼어놓으려 하고 있다. 역사관을 상실한 국민 만들기인데 한층 심각한 문제이지만 지방 죽이기와 동심원 관계임을 부정할 수 없다.
MB와 MB정부의 독선적 정책-세종시 수정․4대강 사업․역사 선택과목 만들기․언론법…-은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지방이 살고 대구시민․경상북도민이 살고 나라에 미래가 있다. 중앙․대구의 위 방송보도는 어떤 방향이었든지 간에 이점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보도내용과 보도 자세는 지금 청소년들이 어른 세대에 읽을 2009년의 지방․언론인․언론의 역사가 될 것이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61]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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