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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MB담론 틀 안에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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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보도...대구MBC '행안부' 의도 재생산 / KBS '임시직' 그늘


방송장악 = 국론 왜곡

방송을 포함한 언론은 이명박 대통령이 ‘준예산 편성 준비’ 운운하는 것은 예산안을 이명박 대통령의 의도대로 통과시시는 것에 반대하는 야당을 옥죄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경상도 말로 '시근있는' 국민이라면 그런 언론 ‘분석’이 아니라도 직관적으로 안다). 국회를 통법부로 만들어서라도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려는, 그토록 무리를 하면서까지 그가 수도권 집중(지역균형발전 역행)에 전력투구하는 배경을 우리는 방송 보도를 통해서 두 가지로 요약해서 찾을 수 있다. 하나는 내년의 지방선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관심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철학문제이다. 이 글의 성격상 그의 철학문제는 생략하고자 한다.

대구MBC는 지난 12월 26일 ‘시사광장’을 통해 대구경북의 2009년 쟁점과 과제를 취재기자들을 불러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사광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단연 세종시수정안, 4대강, 혁신도시, 영남권신공항입지 등이었다.

대구MBC '시사광장'(2009.12.26 방송)
대구MBC '시사광장'(2009.12.26 방송)
그런데도, 세종시수정안, 혁신도시와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장래, 영남권신공항 입지 선정 일정 연기 등 지역균형발전의 터 위에 자리하며 대구경북을 먹여 살릴 성장동력이 세종시법 수정안이나 2010년 지방선거에 휘말려 대구경북-지방이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짚었다(이런 점에서 대구MBC '시사광장'은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 시청자들에게 방송이 때로 정보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선거는 결국 중앙이든 지방이든 권력획득을 가능케 하는 절차이지만 지방권력은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독립적이지는 못하다. 중앙정치에 철저하게 예속돼 있는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을 버리고서라도 수도권 집중으로 수도권 표를 몰아가려는 의도로 볼 수 없다. 수도권의 표를 온갖 개발로 얻고 지방의 반발(여론)은 한편으로는 지방을 분열시킴으로써 희석시키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그것은 그가 세종시법 부인 문제를 충청도 문제로 애써 축소하고 그것도 소지역별로 분할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방이 정신 못 차리면 밑천 대주고도  뺨 맞고 그러면서도 할 말도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방송-정권의 확성기? 여론의 공론장?


방송은 방송을 장악함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려는 정권의 수단기능으로 자리매김 할 것인가. 다시 말해 집권 정치인의 이야기 구도에 말뚝을 박고 그것을 확대 보도하는 확성기 기능을 할 것인지, 아니면 전파의 주인인 국민의 입장에서 공론이 지향해야 할 틀을 전체 모습 그대로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제대로 여과된 공론장 기능을 할 것인지 스스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 대구경북의 공중파 TV 방송은 어느 좌표에 위치하고 있나? 보도사례로 검토해보자.


▲지난 6월부터 시작된 경북 희망근로사업에는 모두 911억원이 투입돼 하루 만 3천여명이 참여했습니다. 한 달 평균 86만원의 수입은 경제 위기 속에서 힘든 이웃들의 소중한 생계 수단 이었습니다.
행정안전부 설문 조사에 따르면 희망근로 참여자의 94%가 만족을 나타냈으며 98%는 내년에도 사업을 계속하기를 바랐습니다. 한 달 수령액의 30%를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지급하는데 대해 일부 불평도 있었지만 대부분 상인들은 지역 상권 회복에  도움이 됐다고 대답했습니다.올 한해 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희망근로 사업은 내년에도 이어지지만 참여인원과 기간은 올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대책에 나선 경상북도는 우선  65살 이상 고령자의 참여를  줄여 나갈 방침입니다.(대구MBC 12월 28일 뉴스투데이 '서민생계에 도움')

▲지역 취업자 수는 늘었어도 고용의 질이 문젭니다. 업체들이 정규직 채용을 꺼리면서 일자리는 임시직 위주로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지난달 대구 취업자는 117만명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임시직 위주로 늘어 근로자 4명 중 1명이 임시직입니다. 경북의 경우는 더 심해 전체 취업자가 137만 명으로 일년 새 5만 명이나 줄어든 가운데 임시직만 늘어 일자리의 질이 훨씬 나빠졌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업체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임시직 고용을 늘리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기업의 인력 투자 외면은 지역경제 악영향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경기 회복세에 취업자 수는 늘지만 업체는 정규직보다 임시직으로 충당해 고용 불안은 이어지고 있습니다.(KBS대구, 12월 22일, 뉴스9, '임시직'만 늘었다‘)


MB식 ‘일자리’, 취업자-기업-지역경제 3중 불안 족쇄


대구MBC 보도는 안동 발 보도이고 농촌지역의 실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전국의 희망근로사업을 다루면서 설문의 객관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안전부의 자료를 진실판단의 유일한 잣대로 전달했다. 이 보도로만 보면 대구MBC는 행정안전부의 의도를 확대재생산하는 확성기 구실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의도를 방송보도란 이름으로 여론에 그대로 꽂은 셈인데 작은 보도이지만 방송이 정권에 장악당하면 어떤 폐해를 가져올지 예감하기에 충분했다.

이와는 달리 KBS대구 보도는 취업의 질, 다시 말해 대구에서 취업하고 있는 시청자 4명 중 한 명은 임시직으로서 언제 내 자리가 잘릴까 걱정해야 하고 임시직에 매달리는 기업도 고용불안으로 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으며 지역경제도 악화된다는 '1석3조'(공멸)의 보도이다. 결국 이 보도는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일자리’가 가정경제의 주역인 가장이나 지역의 기업이나 지역경제 모두에 그늘을 드리운다는 점을 대구경북에서 나타나는 현실을 토대로 환기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일자리 담론’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재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방송을 통해 수없이 수도권 집중 당위성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방송도 공론장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권력에 순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가의 건전한 발전-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은 내팽개쳐야 하는 것인가? 방송 바로 세우기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수도권도 지방도 모두 지역이다. 그리고 지금은 지구촌시대이다. 지역균형발전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확실하고 검증된 방법이다(주요국가의 사례가 웅변으로 말하고 있다).

‘세종시수정’‘4대강’ 수도권 표몰이…지방반발은 분리 희석


지난 2주간 중앙 공중파 TV 뉴스의 최대 화두는 변함없이 세종시수정안, 4대강이었고, 그것은 현재도 그렇다. 대구경북 TV 뉴스를 관통하는 최대 이슈도 역시 세종시수정안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슈가 될 수 있게 한 것은 시청자-시.도민의 관심이었다. 그것을 기자들이 보도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야기꾼 방송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적인 이슈는 물밑에서(잠재적.潛在的) 수면위로(현재적.顯在的) 떠오를 수 있었다.

이것이 방송의 기능이자 속성이기도 한데 그러나 여기서 놓칠 수 없는 것은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정신을 팔 다 보면 그 이야기의 정체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주간의 중앙과 대구경북 이야기꾼들이 들려준 이야기의 맥락을 다잡고, 이야기꾼들을 무대 앞으로 끌어내 그들의 정체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중앙과 지방 공중파 TV 보도의 본질을 보는 것이 방송 바로보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MB 담론의 중심은 ‘세종시 부인’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수정안은 사실은 세종시법(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부정하려는 것이다. 누가 말하든, 무엇을 말하든 그것은 세종시 특별법을 부인하려는 것이 목적이고 그 중심에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KBS 12월 22일 뉴스9, “세종시 대안 내 책임”). 이명박 대통령이 ‘소신’을 내세워 사과 시늉을 한 것이나 총리가 ‘효율성’을 강변하는 것 모두 세종시법 부인(‘세종시법 수정’은 결국 ‘세종시법 부인’의 말 바꾸기이다)이리는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왜 세종시법을 부인하려고 하는가? 시청자들은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대로 듣고 판단하기 쉽다.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안방에 가면 시어미 말이 옳게 여겨지듯 해서는 안 된다. 방송은 공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세종시법을 부인하자는 이야기구도는 지방분권을 거부하는, 그래서 수도권 집중화를 목적으로 하는 담론이다. 방송이 공론장이라면 이 점을 그들이 ‘하늘처럼 떠받든다’는 시청자들에게 환기해야 한다. 그러나 방송을 시청하면 그런 보도는 거의 없다. 싸움을 하는 목적은 가려버린 채 싸움판만 비추고 그러다 싸움판에 염증이 날만하면 이번에는 토론을 해야 한다고 방향을 선회한다. 이것이야말로 MB가 노리는 것인데, 수도권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느냐, 지방이 죽느냐는 문제는 공론장에서 더 이상 비추지 않는다.

그러면 방송이란 이야기꾼들은 왜 세종시법 부인을 방송의 화두로 삼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논리를 열쇠로 삼아 풀어나가기 때문인데 KBS사장 내쫓기에 이어 MBC의 본부장 사표 수리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일련의 방송장악 기도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세종시 수정-수도권 집중, 4대강사업을 관통하는 것

여기서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논리가 무엇인지 살펴야 하는데 그것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세종시=수도권 집중화, 4대강 사업(낙동강사업)=대운하로 귀결된다. 즉 ‘이명박=수도권집중화=대운하’란 공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국민의 반응(판단)을 종합해도 이것 이상이 아니고 그 여론의 추이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수정.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국민이 많다.

토목회사 CEO식 리더십이 위기 자초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계속 ‘소신’을 말한다. 이 경우 그 소신은 ‘고집’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어떻게 그가 고집을 계속 피울 수 있는가?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고려해볼 수 있다. 하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풀어나가는 태도인데 독단적이고 타협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국익을 말하지만 국민건강권.검역주권은 고려하지 않은 채 독불장군 식으로 빗장을 푼 미국산 쇠고기 재개방으로 자초한 촛불저항도 그 반증 가운데 하나이다. 이것은 ‘그가 생각하는 국익’을 민주적인 가치.방법으로 실천하는 정치인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그는 지금 국민과 벽을 쌓은 자신의 성(토목회사 CEO식 리더십) 안에서 자신의 목적을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세종시법수정.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국민이 많은데도 그것을 강변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은 전문 이야기꾼인 방송을 (법원의 잇따른 판결에서 드러나듯이) 비정상적으로라도 장악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비정상적인 방송 장악=국론왜곡’이란 등식이 도출되는 것이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63]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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