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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도국에서 보는 공정사회
[김윤상 칼럼] "종부세 무력화, 상속세 폐지론은 공정사회 역행"
2010년 12월 12일 (일) 01:10:53 평화뉴스 pnnews@pn.or.kr

안녕하십니까? 저는 활빈당 홍길동 할아버지가 세우신 율도국의 국민입니다. 조선, 아니 한국은 율도국의 뿌리이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나라입니다.

2010년, ‘정의’와 ‘공정’에 대한 관심 폭발


2010년 한국 사회는 남북관계 악화로 인해 큰 시련을 겪었습니다. 천안함과 연평도가 아마도 매스컴에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이건 현 정권이 북한 무시 정책을 유지해온 결과이므로 새삼 놀랄 일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부자 감세와 인권 후퇴로 일관해온 정부가 ‘공정사회’를 말하고, 무한경쟁을 해서라도 잘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던 나라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서가 엄청난 판매 실적을 올렸다는 사실이 더 놀랍습니다.

정의란 아무도 억울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힘을 가진 국가나 조직이 권한을 남용하면 억울한 일이 생깁니다. 촛불집회를 했다고 불이익을 받는다거나 노조활동을 한다고 사장에게서 매질을 당하면 정말 억울하지요. 또 제도의 이름으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도 억울합니다. 누구는 인삼 뿌리 먹고 누구는 무시 뿌리 먹는 경우입니다. 이와 같은 상대적 억울함이 없는 상태를 공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렇게 보면 공정은 정의의 한 측면이 됩니다.

율도국에서는 공정한 사회제도를 위해 진지한 사회 논쟁을 벌인 일이 있었습니다. 혹 참고가 되실까 하여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국민 사이에 공정에 대한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견해 차이를 어떻게 수렴하여 일관된 정책을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할 뿐입니다.

모든 국민은 똑같이 존엄하다

율도국은, 적서차별의 쓰라림을 겪은 홍길동 할아버지의 건국이념에 따라 ‘모든 인간은 존엄하며 또 똑같이 존엄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는 인간적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의 기본 생활 즉 기본적인 의식주, 교육 및 보육, 의료를 모든 국민에게 완전히 그리고 똑같이 보장합니다. 율도국은 출발할 때부터 복지국가였습니다.

다만 재원 마련 방식에 관해서는 다양한 입장이 있었습니다. 재원이 무엇인지 상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있었으나, 토론을 계속하면서 재원에 따라 공정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재원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복지를 포함한 정부 비용은 그 명목이 무엇이든지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소득에서 충당하는데 어떤 소득부터 징수하는 것이 공정한가에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최우선적인 재원에 대해서는 쉽게 합의하였습니다. 율도국민은 똑같이 존엄하므로 누구에게도 특권을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특권을 설정할 경우에는 그 특권으로 인한 이익을 모두 환수하여 가장 우선적인 재원으로 삼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범법자의 벌금이나 추징금, 과태료 등이 최우선이지만 이 점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공정사회에서는 특권 이익 환수부터

‘불가피하게 특권을 설정한다고?’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누구나 자연을 활용해야 하는데 하늘로부터 주어진 자연을 특정인이 독차지한다면 이건 특권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토지 소유, 천연자원 채취, 환경오염을 허용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또 정부가 공익 목적으로 특권을 설정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도, 전기, 가스, 통신과 같은 공익적 독과점사업을 일부 기업에게 특허할 수 있습니다. 또 일시적으로 일부 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불균형 성장 전략을 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원의 다음 순위는 모든 국민에게 인생의 출발을 동일하게 만들기 위한 환수액으로 합의하였습니다. 출발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요인으로는 천부적 자질, 가정환경, 상속 재산이 있는데, 이 중에서 상속으로 인한 불평등을 막기 위해 강력한 상속세 제도를 채택하였습니다.

천부적 자질과 가정환경의 차이에서 생기는 소득격차를 방지하여 출발을 동일하게 만드는 정책에 대해서도 격론을 벌였지만, 자질의 발휘를 억제한다거나 개인에 대한 지나친 간섭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요인에 의한 소득격차는 혹 재원이 불충분할 경우에 한하여 소득세를 통해 보정하기로 하였지만, 아직 그런 예는 없었습니다. 정부가 꼭 할 일만 한다면 그 이상의 재원이 필요 없다는 것이 율도국의 역사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종부세 무력화, 상속세 폐지론은 공정사회 역행

한국에서는 현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 무력화를 강행했고 다른 부자 감세도 공정성과는 무관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상속세 폐지론까지 들먹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율도국의 공정성과는 반대되는 흐름입니다. 한편, 최근에는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하는데, 이 분들이 복지를 위한 공정한 재원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합니다.

율도국의 공정성이 유일한 정답이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공정성에 대해 철저히 고민한다면 율도국과 거의 같은 결론에 이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율도국 자녀들에게 한국을 자랑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우리는 뿌리가 같잖아요.

   





[김윤상 칼럼 34]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skim@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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