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보기

한반도 ‘깨지기 쉬운 상황’ 이라는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상태 칼럼] '전쟁을 피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에 대한 불안한 민심


  “수십 배의 경제력 우위에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합심해 북한의 도발에 맞선다면 우리가 전쟁을 피해야 할 이유는 없다” 2010년 12월 11일자 매일경제신문 ‘테마진단’에 실린 글의 한 부분이다. ‘전쟁을 각오해야 막을 수 있다’는 제목으로 실린 이 글은 어느 대학의 학장이 쓴 칼럼이다. 우리에게 정말 전쟁을 피해야 할 이유는 없는 걸까? 이 글을 읽은 A씨와 B씨의 이야기가 항간의 불안한 민심을 대변하는 것 같아 여기 소개한다. 그들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보통 사람들이다.
 
<매일경제> 2010년 12월 11일 A31면
<매일경제> 2010년 12월 11일 A31면

  A: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함부로 전쟁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 한참 도가 넘은 발상 아닐까. 얼마 전 신문에 오바마와 후진타오의 통화에서 후진타오가 한반도 정세를 두고 “깨지기 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는 워싱턴 특파원의 글이 실린 걸 읽었어. 정말 한반도가 깨진다 해도 미국과 중국이 크게 답답할 것은 없을 텐데 그 쪽에서 오히려 우리를 더 걱정해주는 건가.

 B;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터진다면 경제력이나 군사력 우위 운운하고 있을 여가가 없지. 쌍방이 포격하고 공습을 한다면 한반도가 박살이 나는데, 누가 이기고 지고가 어디 있겠어. 어느 쪽 우방의 힘이 더 세고 안세고 하는 문제도 별 의미가 없어. 결국 한반도가 이권다툼의 현장이 될 것뿐이니까. 생각해봐. 우리의 국력을 창출하는 산업현장이 피폭되면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중국의 라이벌 기업들이 얼씨구나 하고 앞 다퉈 자기네들의 공장을 증설하고 야단법석을 떨 것 아닌가 말이다. 그 사람들이 하는 한반도 걱정의 속내를 알아야지. 겉 다르고 속 다른 거지.

 A; 전쟁이 터지면 세계의 무기생산업자들도 살판이 나겠네. 그들은 세계의 어디에서든 전쟁이 터져야 공장을 돌릴 수 있을 것 아닌가. 지금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에서도 무기가 별로 팔리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무기업자들의 형편이  별로 좋지 않을 거야.

 B; 미국이 2차 대전의 참전국 리더가 되면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할 수 있었고, 전후의 유럽 재건을 통해 대공황의 후유증을 끝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 있잖아. 또 원자탄을 맞고 잿더미가 된 일본이 그렇게 빨리 재기할 수 있었던 것도 한국전쟁의 덕이었다는 이야기도 맞는 것 같고. 결국 이라크처럼 전쟁터가 되는 당사국은 폐허가 되는 대신, 그 반대로 다른 나라의 분란으로 엄청난 덕을 보는 쪽도 있게 마련이지. 하긴 베트남전이나 이라크 전에서의 미국처럼 참전했다가 승리하지 못하면 국가재정이 거덜 나는 경우도 없지 않으니, 힘 있다고 함부로 전쟁하려드는 나라도 이젠 별로 없을 걸.  

 A: 그런데도 ‘전쟁불사’ 같은 과격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B; 북한이 또 도발을 한다 해도 국지전으로 그칠 거라는 판단이겠지. 만약에 전면전이 된다면 미국과 중국이 개입할 터이고, 그런 전쟁은 두 나라 모두 원하지 않을 터이니, 전면전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 아니겠어. 따라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대응작전이 도발을 억제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A: 그렇지만 모든 일선 지휘관들이 항상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고만 기대할 수는 없지 않나. 과격한 일부 지휘관들의 과잉 행동이 큰 분쟁을 불러 올수도 있지 않겠어. 세계의 전쟁사를 봐도 작은 분쟁이 전쟁으로 확대된 사례가 많잖아.

 B: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에 자위대를 보낸다하고, 중국은 한반도가 깨지기 쉬운 상황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판에, 우리는 강력 대응한다는 한 가지 방법만 고수하고 있으니 어쩐지 허탈해져. 분명히 더 좋은 방법이 나와야 하는 건데…

 A: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전쟁분위기를 돋구는 상황이 오래가면 저쪽 뿐 아니라, 우리도 국력소모가 클 것 아닌가. 도발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은 고수하더라도, 대화의 물꼬는 터놓는 게 옳지 않을까. 그 이외의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 같으니 안타까운 일이지.

 B: 그런 소수자의 목소리가 통하지 않는 분위기가 문제 아닌가. 무엇보다도 미국 측 시나리오가 아직은 그게 아닌 것 같고. 며칠 전에는 북한의 공습에 대비, 구제역이 심한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민방위 특별대피훈련이 열렸잖아. 민방위법 제정 이래 그런 큰 규모의 대피훈련은 처음이었다니, 그날 기분 우중충한 사람들 많았을 거야.






[김상태 칼럼 9]
김상태 / 언론인. 전 영남일보 사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치를 생각하는 대안언론, 평화뉴스 후원인이 되어 주세요. <후원 안내>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