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원들이 지난 10월 14일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 교육청 국정감사에서 대구경북을 두고 ‘보수꼴통’이라고 지목했다고 해서 지역신문들이 펄쩍 뛰었다. 이런 발언을 한 국회의원들을 매도하는 기사가 연일 대서특필되었다. 세종시문제가 한창 시끄러울 즈음 ‘분지적사고’에 빠져 있다고 꾸짖은 정부고위인사의 지적에는 대꾸 한마디 않던 것과는 자못 대조적이었다. ‘보수꼴통’과 ‘분지적사고’라는 지적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을 터인데도 말이다.
이런 지적이 나오기 전에도 대구경북 사람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그런 보수성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탄을 받아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외지인들의 지적에 발끈 하기보다는, 이를 계기로 우리에게 정말 문제는 없는가하고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보수는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을 말하고,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일컫는 속된 표현이다. 그러니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자신도 모르게 저항하는 경향이 강한 머리 나쁜 사람이 보수꼴통의 의미인 셈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예부터 많은 인재가 배출되었고, 명문대 입시성적도 타지에 비해 뒤지지 않으니, 꼴통이라는 말에 섭섭해 하는 지역민이 많을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보수라는 표현에는 그렇게 서운한 감정을 가질 여지가 별로 없을 것 같다. 우리 지역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한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타지에서 대구를 찾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여기 사람들은 뭘 먹고사는지 모르겠네.” “어딘지 답답한 기운이 짙게 깔려 있는 것 같아.”라는 말이 쏟아지기 일쑤다. 정치적으로 보수성향인 점을 부정할 수 없고, 지형적으로도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분지란 점에서 그렇지만, 사람들의 행동이나 말에서 확실히 보수적 색깔이 짙은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역민들에게는 진보는 위태롭고, 보수는 대세다. 이런 분위기 아래서는 진취적인 의견이나 발언이 입지할 공간이 없고, 남보다 앞서 튀거나 소수(小數)적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이상한 부류로 취급된다.
‘우리가 남이가’식의 TK적 사고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며칠 전 대구에서 발행되는 어느 신문에는 TK가 지난 15년간 중앙부서 인사에서 홀대를 받았다는 보도가 커다랗게 실렸다. 이런 분석도 피해망상 적 발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구태여 지역을 논하자면, 지난 15년은 한 차례만 빼고 모두 영남출신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시기가 아닌가.
지역민의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우리 지역신문의 논조는 때로 지나치게 지역이기주의에 함몰돼 있다. 지역매체니까 지역민의 편을 드는 충정이야 이해가 가지만, 그것이 아전인수 일변도여서는 곤란하다. 우리 지역민에게는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뜻을 인정할 줄 알고, 지역의 경계를 뛰어 넘는 사고를 할 줄 아는 도량(度量)이 아쉽다. 다른 사람이 지적한 우리의 약점에 지나치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열등의식의 표출일 뿐이다.
[김상태 칼럼 8]
김상태 / 전 영남일보 사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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