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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통일꾼 시인' 류근삼⑤ / 지는 꽃과 흐르는 물-세월이 흐르면...
2010년 12월 29일 (수) 10:03:52 평화뉴스 pnnews@pn.or.kr

   
▲ 류근삼 시집 '글마가 절마가'
아부지와 아들이/ 목욕탕에 갔는데/
뜨끈뜨끈한 열탕 속에서/ 아들놈 보고 아부지 한마디 한다/
“아따 시언하다 시언하다 어서 들온나”
아부지가 어찌 아들놈 속일까/
아들놈 풍덩 하다가/ 풀쩍 뛰어 나간다/
“아이고 뜨겁어라”
오만상으로 찡그리고는/
“요새 세상 믿을 놈 아무도 없데이”
그러구러 아들놈 나이 들어/ 또 아들 낳아/ 3대가 목욕하더니/
할배가 손자 귀여워/ 고놈 고추 한번 귀여워/
“아따 시언하다 이리 들어온나”
손자놈 아비한테 들은 말 있는지/ 애비곁으로 쪼르르 가 하는 말
“아부지 글마가 절마가?”
고얀 놈들/ 고얀 아들놈, 고얀 손자놈


그가 스스로 출세작이라고 말하는 민담시집에 나오는 ‘글마가 절마가’입니다. 그는 위트 한마디로 세상의 진솔한 소리를 담아내려 했습니다. 그 자신 진실 앞에서 당하는 수난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1995년 대구의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의장을 맡았다 또 한 번 구속 됩니다. 대구에서만 7명이 구속됐습니다. 다행히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습니다.

   
▲ 류근삼(71)님

“(통일)운동을 조금 한 것 가지고 내세울게 있나요. 저야 반쯤은 사이비인 셈이죠. 그에 비하면 문학이야 창작으로 말하므로 저의 경우만 본다면 덜 사이비라 할 수도 있겠지요. 또 시집을 낸다니 처음과는 달리 아내와 자식들이 말려요. 이유야 뻔하지요. 돈 들어간다고….”

그는 최근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도 그만두고 작품 활동에 시간을 좀 더 쓰고 있습니다. 바로 여섯 번째 시집을 준비 중입니다. 민족자주평화통일(민자통) 대구경북회의 의장은 여전히 맡고 있습니다. 민자통은 1961년 2월에 창립되었다 5.16 쿠데타로 해체된 뒤 1988년 10월에 재탄생한 조직입니다.

당시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랬듯 그 또한 그다지 평탄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1966년 결혼한 그는 한때 농사를 짓고 장사도 하고 토건회사에 취직을 했다 사업도 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조직사건’이 나면 불려가기를 반복했고 4번이나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그러다 쉰이 넘어 뒤늦게 시에 입문한 그는 2007년 낸 ‘거미울 고개’가 다섯 번째 시집입니다. 그는 한편으로는 통일서예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2005년과 2007년에는 각각 대구시립중앙도서관과 서울 혜화역 전시실에서, 또 지난 6월에는 대구 덕영아트홀에서 시화전을 열었습니다. 그는 빛고을 광주에서도 전시회를 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 그는 다시 시작입니다. 교동시장에서 몇 달 전 산 하모니카에 푹 빠져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이~강산’으로 시작하는 옛 노래 낙화유수(落花流水)를 제법 폼 나게 붑니다. ‘낙화유수’의 지는 꽃과 흐르는 물-세월이 흐르면 아무리 힘자랑을 하던 세력이라도 보잘것없이 약해진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갈라진 남‧북한 민족의 애틋한 정을 말해주는 것일까요.

작년에 그는 인혁당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나경일 선생의 팔순을 맞아 축시를 지은 적이 있습니다. 일흔의 후배가 이제는 고인이 된 여든의 선배에게 새해 인삿말 같은 축시를 낭송했습니다.
“여든,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박창원의 인(人) 39]
여덟 번째 연재 '통일꾼 시인' 류근삼⑤
글.사진 / 평화뉴스 박창원 객원기자



▷'곡주사 이모' 정옥순 ▷'하회마을 뱃사공' 이창학 ▷'노동운동가' 장명숙 세실리아 ▷'장승쟁이' 김종흥,
▷'고서 일생' 박창호' ▷'사주쟁이 기자' 우호성 ▷'농사꾼 철학자' 천규석, 그리고 ▷'통일꾼 시인' 류근삼.
<박창원의 인(人)> 여덟 번째 연재는 민족.자주통일에 힘써 온 '통일꾼 시인' 류근삼(71)님의 이야기 입니다.
류근삼 시인은 민족자주평화통일대구경북회의 의장과 (사)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통일꾼 시인' 류근삼 님과 사연 있으신 독자들의 글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사연 보내실 곳 : 평화뉴스 pnnews@pn.or.kr / 053-292-6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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