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강을 흐르지 않게 하면 강이 제 스스로 갈 길을 찾아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큰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
17일 저녁 대구를 찾은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같이 말하며 4대강사업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4대강사업에 대해 "자연에 대한 오만의 극치"라며 "싸워 이길 수 없는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사업 현장의 실상을 담은 영상 상영과 강연이 대구에서 열렸다. '강의 눈물'이라는 주제로 대구교육대학교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학자, 종교인과 교육인, 예술인을 비롯한 100여명이 참석해 3시간가량 진행됐다.
"8개 보 물 빼려면 열흘...홍수 위험"
이날 강연에서 김정욱 서울대 교수는 4대강사업에 따른 자연재해를 경고했다.
김 교수는 "보 주위의 제방보다 인근 농경지와 마을의 지대가 낮아 집중호우 시 침수의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홍수 예방을 위해서는 보 안의 물을 빼내야 하는데 낙동강 8개보의 물을 모두 빼내려면 적어도 열흘이 걸린다"며 "지난해 광화문 홍수 때 비가 내린 뒤 호우경보를 발령한 것처럼 홍수를 열흘 전에 예측하고 물을 빼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2천년에 한 번 있는 홍수도 막을 수 있다던 황하강 제방도 30년 동안 세 차례나 무너져 수백만명이 사망했고, 국내에서도 연천댐이 두 차례나 무너졌다"며 "여름철 집중호우 시 보와 제방에 막힌 낙동강 본류와 200여개의 지류, 수천 개의 지천에서 물이 빠져 나가지 못해 제방이 무너지고 물이 넘쳐 큰 홍수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수 억톤 물 저장, 큰 재앙 닥칠 수도" / "일자리 37만개 빼앗은 사기극"
이승렬 영남대 교수는 최근 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예로 들어 4대강사업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자력은 원래 파괴적인 에너지"라며 "파괴적 에너지를 원자로라는 제한된 공간에 저장해 제어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한 믿음 때문에 이번 사태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또 "지진과 해일을 비롯한 자연자해와 파괴적 에너지는 결코 인간의 뜻대로 제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올해 연말 4대강사업이 마무리되면 보와 보 사이에 수억톤의 물이 저장된다"며 "원자력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파괴적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저장해 결국 내년 여름 쯤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국회의원은 일자리 통계를 들어 정부의 4대강사업에 따른 일자리창출 효과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유 의원은 "4대강사업 일자리 통계를 조사한 결과 상용직 130명과 일용직 2,295명을 비롯해 고작 2,425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오히려 강 주변에 있던 37만개의 일자리를 빼앗아 버린 대국민사기극"이라고 말했다.
4대강 현장 영상에 탄식... "언론이라도 진실 보도를"
강연에 앞서 지난해 연말 야5당과 4대강저지범대위가 UCC공모전을 통해 선정한 영상과 인터넷방송 라디오인TV 촬영팀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상영됐다. 4대강사업이 진행되기 전 강 주변의 절경과 공사가 시작된 뒤 변화된 강의 모습이 번갈아가며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특히, 포크레인 굴착 소음에 철새들이 달아나는 장면과 낙단보의 시멘트 타설 작업 중 흘러나온 오수가 그대로 강에 흘러들어가는 영상이 나오자 객석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날 상영된 영상을 제작한 에코채널 라디오인TV 고철 대표는 "만약 언론이라도 4대강사업에 대해 진실 된 보도를 했다면 4대강사업이 진행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강의 생명들이 죽고 문화재가 파괴되는 모습을 보고 진실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영상 상영과 강연은 국회의원과 교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기자, 온라인 독립 미디어로 구성된 '강의 눈물, 전국 영상.강연투어단'이 기획했으며, 원주와 과천, 영주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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