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단보' 마애불 앞 1080배 정진의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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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 / 경북 의성군 '낙단보'...국보급 문화재, 그 뒤로는 거대한 댐 공사


4대강사업 낙동강 32공구 낙단보 건설현장에서 발견된 마애불. 천년 전인 고려 초 낙동강변의 큰 너럭바위에 새겨진 이 ‘마애불 보살좌상’ 앞에서 2월 18일 오후 조계종 민족문화수호위원회 소속 스님들과 불자들이 1,080배를 올리는 ‘생명살림 민생안정과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1080배 정진’ 법회를 가졌다. 

경북 의성군 '마애불 보살좌상' 앞에서 열린 '1080배 정진' 법회(2011.2.18) / 사진. 정수근
경북 의성군 '마애불 보살좌상' 앞에서 열린 '1080배 정진' 법회(2011.2.18) / 사진. 정수근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낙단보 건설현장 좌안에서 지난 10월 이 국보급 마애불(10월 29일 문화재청, 중요문화제(국보급) 가지정)이 훼손된 채 발굴되었고, 마애불 오른쪽 상단에 난 천공 구멍을 두고 조계종에서는 국토부와 시공사를 상대로 고의훼손 여부에 대해서 강하게 책임 추궁한 바 있다. 

이날 정진 법회는 조계종 호계원장 법등스님, 교육원장 현응스님, 총무부장 영담스님 등을 비롯한 중앙종무기관 종무원들과 인근사찰의 스님과 불자, 마을주민들 500여명이 참석해 오후 1시부터 낙단보 마애 부처님 참배와 삼귀의, 반야심경 낭독, 발원문 낭독, 교육원장 현응스님의 법문에 이은 ‘1080배 정진’, 마지막으로 장적스님의 결의문 낭독과 사홍서원 순으로 진행됐다.

'1080배 정진' 법회에는 스님과 주민 500여명이 참석했다 / 사진. 정수근
'1080배 정진' 법회에는 스님과 주민 500여명이 참석했다 / 사진. 정수근

이날 1080배 정진은 지난 청계광장에서의 불교계 차원의 현 정권에 대한 ‘항의의 행동’에 이은 두번째로, 지난 연말 국회 예산안 날치기 폭거 이후 불편해진 현 정권과의 관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현 정권이 목을 매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한 항의의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4대강 살리기란 이름의 폭력"

정진 불자들은 이날 ‘생명살림 환경보호를 위한 발원문’ 낭독에서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폭력에 의해 뭇 생명의 존엄과 가치가 짓밟히고,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속도에 의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자산이 훼손 파괴되어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마저 내팽개쳐지고 있으며,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건설에 의해 배품과 나눔 대신 수많은 민생의 삶이 수장되고,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개발에 의해 환경은 인공과 조작으로 ‘자연’이 상실되고 있는 현장”이라며, 이 참혹한 파괴의 현장에 “나투하신 마애 부처님”을 향하여 깊은 발원을 올렸다.

이어 1080배 정진을 위한 법문에서 교육원장 현응스님도 “오늘 우리가 모신 부처님은 낙동강변의 관수루(觀水樓)와 같은 의미로 수월관음의 현신이다. 강을 굽어보며 중생의 탐욕과 무지를 씻어주기를 서원하고 계신 것이다. 문수스님도 이곳 낙동강변에서 4대강 공사 즉각 중단‧폐기을 외치며 소신공양했다. 4대강 공사가 화쟁위원회의 합리적 중재도 무시하며 강행하는 현실에 불자들 모두 매우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이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공사에 대해 깊이 우려했다.

현응스님의 법문에 이어 참여자들은 모두 마애 부처님을 향해 서서 일제히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타종에 맞춘 긴 기도의 의식이 이어졌다. 봄날 같은 포근한 날씨에 뙤약볕 아래서의 1080배 정진인지라 참여자들은 이내 땀을 비 오듯 흘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총 3시간에 걸친 기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법회 때도 '공사중'..."시늉이라도 할 만한데"

그리고 그 옆으로는 ‘낙단댐’의 참으로 ‘눈물겨운 위용’이 펼쳐져 있다. 불자들은 천년 전의 국보급 문화유산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고, 뒤로는 거대한 댐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그 아래 낙동강은 온통 파헤쳐져 있는 이 기막힌 풍경. 이것이 바로 4대강사업의 적나라한 속도전의 일단이다.   

4대강 사업 '낙단보' 건설현장(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 사진. 정수근
4대강 사업 '낙단보' 건설현장(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 사진. 정수근

그래서 정진에 참여한 종무원의 한 관계자도 “공사를 하면서 마애불을 훼손해 놓고도 자신들의 잘못은 전혀 인정 않고, 공사도 중단하지 않고 그대로 강행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공사를 당장 중단할 것과 최근 제기된 제2 마애불의 존재도 확인할 것 그리고 4대강사업 자체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저항이 따를 것이다”라고 주장한 것일 터이다. 

그랬다. 이 대규모 항의 법회에도 불구하고 이날 낙동강은 여전히 ‘공사중’이었다. 굴착기는 강바닥을 열심히 파고 있었고, 덤프트럭은 쉴 새 없이 준설토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천년 전 마애 부처님이 나투한” 이 현장에서 이 같은 종단 차원의 법회가 진행될 때는 잠시 공사를 중단하는 시늉이라도 할 만한데도 말이다. 4대강사업에 목을 맨 이 정권에 그런 양식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인가?


낙동강에 다시 오신 마애 부처님은 이 기막힌 광경을 굽어보고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부처님 저 어리석고 탐욕에 가득 찬 인간들을 어찌 해야 하나이까?” 인근 낙정리에서 오셨다는 할머니는 그렇게 부처님께 저 무지의 인간들 대신 용서를 구하고 계신 듯했다.






[기고]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낙동강을생각하는대구사람들(http://cafe.daum.net/nakdongdg) 까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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