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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곳, 어찌 흩트리려 하십니까?
정수근 / 영주 내성천과 무섬마을, 금빛 아름다움 앗아가는 '4대강 사업' 현장
2011년 03월 21일 (월) 12:21:48 평화뉴스 pnnews@pn.or.kr

뱀이 기어가는 형상이라는 사행천 내성천의 아름다움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경북 영주시 수도리 무섬마을과 바로 그 상류에 들어서고 있는 영주댐 공사현장을 지난 3월 초 두차례에 걸쳐 둘러보고 왔습니다.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착공되고 있는 영주댐 공사로 인해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금모래의 강 내성천이 지금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 무모한 사업은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사업인지를 다시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현장 소식을 전해 봅니다. - 필자

   
▲ 내성천이 휘돌아가는 바로 저 중앙에 놓은 마을이 물 위의 섬마을이라는 무섬마을이다. 금모래의 강 내성천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 사진. 정수근

사행천 내성천과 무섬마을

뱀이 기어가는 형상이라는 사행천(蛇行川). 그 사행천의 전형을 보여주는 강이 바로 내성천이다. 사행천인 내성천은 뱀과 같이 구불구불 기어가면서 봉화와 영주, 예천 일대 곳곳에 금모래밭을 펼쳐놓는다.

그 내성천의 진면목을 대면해 볼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수도리 무섬마을이다. 그 유명한 회룡포와 같이 물길이 거의 360도 휘돌아가는 이 무섬마을의 강바닥에 낮게 드리운 외나무다리에 서보면 내성천은 한마디로 자연이 내린 축복이다.

   
▲ 무섬마을의 명물인 이 외나무다리에 서보면 시가 절로 툭툭 튀어나올 것만 같다 / 사진. 정수근

수도리(水島里), 즉 물 위의 섬 마을이라 하여 무섬마을(물섬마을)이 했다. 내성천이 마을의 3면을 감싸며 휘돌아가고 있는 이 무섬마을에 들어서면 절로 시심(詩心)이 우러난다. 특히 무섬마을의 명물중의 명물인 외나무다리에서 서서 금모래의 강 내성천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가 툭툭 튀어나올 것만 같다.

그래서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처가인 이곳 무섬마을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별리’(別離)라는 명시를 남긴 것이리라.

   
▲ 무섬마을에 잘 보존된 전통가옥들과 조지훈의 시비. 청록파시인 조지훈은 처가인 이곳 무섬마을에 반해 '별리'라는 명시를 남겼다 / 사진. 정수근
   
푸른 기와 이끼 낀 지붕 너머로 / 나즉히 흰 구름은 피었다 지고 / 두리기둥 난간에 반만 숨은 색시의 / 초록 저고리 당홍치마 자락에 / 말 없는 슬픔이 쌓여 오느니
십리라 푸른 강물은 휘돌아 가는데 / 밟고 간 자취는 바람이 밀어가고 / 방울소리만 아련히 끊질 듯 끊질 듯 고운 뫼아리
발 돋우고 눈 들어 아득한 연봉(連峰)을 바라보나 / 이미 어진 선비의 그림자는 없어 / 자주 고름에 소리 없이 맺히는 이슬방울
이제 임이 가시고 가을이 오면 / 원앙침(鴛鴦枕) 비인 자리를 무엇으로 가리울꼬 / 꾀꼬리 노래하던 실버들 가지 / 꺾어서 채찍 삼고 가옵신 님아


무섬마을의 명물 외나무다리

무섬마을은 강과 마을이 서로 조화를 이룬 강마을 문화의 전형을 느껴볼 수 있는 강마을 중의 강마을이다. 하회마을에 비해서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이 무섬마을은 그래서 내성천을 전혀 거스르지 않는다.

오히려 마을은 강의 한 부속풍경으로 자리 잡을 뿐 무섬마을의 주인공은 내성천이고, 그 위에 놓인 통나무를 잘라 만든 외나무다릿길이다. 높이 60센티에 폭 30센티인 강 위에 놓인 이 구불구불한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 정도로 이곳 무섬마을의 명물이다. 
  
잠시 이 마을의 자랑인 외나무다리의 이력을 살펴보자. 건교부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든 이 외나무다릿길에 이력은 다음과 같다.

   
▲ 이 외나무다릿길에 서서 강물을 가만히 내려보고 있으면 내성천과 비로소 하나가 된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마치 우리네 영혼을 정화시키는 주술인 듯하다 / 사진. 정수근

“문수면 수도리 무섬마을은 아름다운 자연과 고가(古家)가 그대로 보존된 전통마을로서 내성천(乃城川)이 마을의 3면을 감싸듯 흐르고 있으며, 그 가운데 섬(島)처럼 떠 있는 육지 속 섬마을이다. 30년 전만 해도 마을사람들은 나무를 이어 다리를 놓고 내성천을 건너 뭍의 밭으로 일하러 갔으며, 장마가 지면 다리는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고, 마을사람들은 해마다 다리를 다시 놓았다.

현재의 외나무다리는 지난 350여 년 간 마을과 뭍을 이어준 유일한 통로로 길이는 약 150m이다. 1979년 현대적 교량(무섬교)이 설치되면서 사라지게 된 이 다리는 마을 주민과 출향민들이 힘을 모아 예전 모습으로 재현시켜 놓았다”


이 아름다운 외나무다릿길을 느릿느릿 걸어가면서 강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물이 되어 흘러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절로 든다. 영혼을 정화시키는 듯 졸졸졸 흐르는 내성천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내성천과의 완전한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외나무다릿길이다.

그런데 저 멀리 이 멋진 길을 대신해 놓인 콘크리트다리인 무섬교가 눈에 들어온다. 외나무다리에서 보는 무섬교는 너무 낯설고도 이질적으로 보인다. 두 다리 중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란 물음에 문명인의 역설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나는 어느 길을 택할까? 스스로에 던지게 되는 화두다.

   
▲ 낙동강 본류의 과도한 준설과 그에 따른 급속한 유속의 변화로 말미암아 모래가 저렇게 유실되었다. '역행침식'의 전조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4대강 부근의 지천에서는 이런 현상들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지난해 여주 신진교의 붕괴사고와 같은 재앙이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 사진. 정수근

무섬마을의 아름다움을 앗아가는 4대강사업

그런데 이 무섬마을의 아름다움도 그 빛깔을 잃게 생겼다. 이 아름다운 마을의 주된 풍광을 이루던 이 금모래강의 금빛이 탈색될 위기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 무섬마을 바로 위에 들어서는 엄청난 규모의 영주댐 공사 때문에 말이다.

4대강 토목사업의 일환으로 벌이고 있는 이 영주댐이 완공이 되면 이 무섬마을에 금빛을 더해주던 저 금모래가 더이상 공급이 되지 않고, 물길 또한 줄어들어 이곳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질지도 모른다.

   
▲ 그 용도에 대한 상식적인 설명을 들어보지 못한 이 영주댐을 위해서 내성천이 파헤쳐지고, 산이 절개되고. 왜? 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 사진. 정수근
   
▲ 영주댐 건설로 수몰되는 수몰지 주민들이 영주댐 건설 반대를 외치며 영주댐 건설현장 입구에서 반대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 정수근

낙동강 본류의 과도한 준설과 이미 시작된 영주댐 공사로 그 상실의 조짐은 벌써부터 시작된다. 저 내성천 모래밭 위로 드러난 무섬교의 다릿발은 마치 대재앙의 징조처럼 보인다. 저 여주 신진교의 붕괴를 초래한 ‘역행침식’(하류의 과도한 준설로 유속이 빨라져 모래가 유실되고, 그로 인해 교각 등이 붕괴되는 현상으로 자연을 제어할 수 있다는 인간의 어리석은 믿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다)이란 현상이 이곳 내성천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기막힌 일은 8000억원이 넘게 들어가는 이 영주댐의 용도가 오리무중이란 것이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낙동강의 들어서는 8개 대형댐으로 물이 남아돌게 되는데, 식수원 영주댐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아직까지 상식적인 해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 

   
▲ 금빛 모래를 더해주던 내성천. 영주댐 건설로 이 금빛 모래들은 그 빛깔을 잃게 된다. 진실로 묻고 싶다. "어찌 이곳을 흩트리려 하십니까?" / 사진. 정수근

이 무모한 사업을 위해 내성천의 저 아름다운 물길을 막고, 400년 된 안동장씨 집성촌인 금강마을을 수장시키고, 주민들을 내쫓고, 수도리 무섬마을의 아름다움을 앗아가게 생겼다. 그 어떤 자산과도 맞바꿀 수 없는 이 시적 아름다움이 사라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아픈 시대에 영주댐이 놓여있고, 그 위에 4대강사업이 놓여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사업이란 말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기고]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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