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앞둔 '신공항', 언론에 점수를 매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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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방송3사 보도... / 원전.내진 안전성 문제 부각...KBS 집중 진단


(위) <매일신문> 2011년 3월 28일자 1면 / (아래) <영남일보> 3월 28일자 1면
(위) <매일신문> 2011년 3월 28일자 1면 / (아래) <영남일보> 3월 28일자 1면

지난 2주간 대구지역 공중파TV 세 채널이 일일극 하듯 쏟아낸 화면은 단연 신공항 관련. 또 일본 지진․쓰나미의 후폭풍에 들어간 듯 관련 기사가 잇따랐다. 신공항 관련 보도는 단연 ‘밀양이 최적지’로 단조롭게 도배된 반면 지진․쓰나미 관련 보도는 우리 원전의 안전성 여부, 우리 지역의 피해 관련 내용 등으로 다면화된 취재였다. 그러면서도 기획은 매우 적어 표피적 반응 위주였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론?

그런 가운데 한겨레를 비롯한 전국지들은 일제히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론’을 보도했다.

<한겨레> 2011년 3월 28일자 1면
<한겨레> 2011년 3월 28일자 1면
한겨레 3월 28일치도 머리기사로 ‘동남권 신공항/백지화 결론’으로 장식했다. 비록 ‘알려졌다’ 식이지만 익명의 정부 핵심관계자를 뉴스 소스로 한 보도였다.
전국지들의 보도 내용들은 간단하다. ①밀양이나 가덕도 어느 쪽으로도 결론이 날 가능성이 없다. 이것은 ‘백지화’를 의미한다. ②백지화 이유는 밀양이든, 가덕도든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③따라서 대구-경남-울산, 부산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④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다 등.
그리고 해설 기사로 들어가면 동남권 신공항은 대선공약 분란만 남긴 채 폐기될 것이며, 이명박 대통령은 ‘늑대소년’ 처럼 ‘신뢰의 위기’에 처할 것이란 점과 함께 정치 공학 관련 기사들이 꼬리를 문다.



중계방송 보도, 알맹이 있었나?

대구지역 일간신문들이 그동안 중계방송하듯 쏟아낸 신공항 관련 제목들을 보면 크게 몇 가지 흐름을 띠었다. 하나는 ‘밀양’의 우위가 확연하다는 것. 둘째는 국토부의 신공항 입지 관련 자료가 결함 투성이어서 평가 결과가 엉터리가 될 것이라는 것. 셋째는 그러므로 경제성으로 결판을 내야지 정치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 넷째는 다양하지만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거나 행동을 유발하는 제목들.

그러면 대구의 공중파 TV 세 채널의 기사는 어땠는가. 한마디로 ‘어금버금’이라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이것은 표로 제시한 지난 두 주일 동안 기자보도로 쏟아낸 신공항 관련 보도 제목들만 보면 알 수 있다. 사실 신문과 방송이 쏟아낸 정보를 소비할 수밖에 달리 정보를 얻을 도리가 없는 독자․시청자들은 30일의 결과(축제가 될지, 장탄식의 도가니가 될지)를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그리고 30일이 지나면 발표 결과 여하에 따라 새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관련 보도...(왼쪽부터) KBS대구 3.23 / 대구MBC 3.28 / TBC 3.28
'동남권 신공항' 관련 보도...(왼쪽부터) KBS대구 3.23 / 대구MBC 3.28 / TBC 3.28

그렇더라도 이제 독자와 시청자들의 정보원을 자처하는 대구․경북 신문․방송의 독자․시청자들은 냉정하게 우리 지역 신문과 방송이 쏟아낸 보도들을 평가해서 성적을 매길 필요가 있다. 그 초점은 뉴스 소비자들에게 과연 얼마만큼 진실된 정보, 체로 쳐서 남고 그래서 그것을 근거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게 한 정보가 얼마나 됐는지, 신문 값, 방송광고 봐준 대가에 값 할 수 있는 뉴스다운 뉴스를 얼마나 제공받았는지에 맞춰서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시청자들은 얼마든지 신문․방송의 들러리가 되고 만다. 골목골목을 도배하듯 한 현수막 비용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대구 3개 공중파TV 신공항 관련 보도 제목      (기자 보도에 한정)

경마식 보도 공통점


대구지역 공중파TV의 신공항 관련 보도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공영방송이라는 대구MBC와 상업방송인 TBC가 보도건수나 내용 면에서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경마식 보도 또한 공통적이다. KBS대구는 보도 꼭지 수는 적은 대신 ‘‘무용론’ 돌파구 절실’ 보도에서 보이듯 ‘밀양’ 측 신공항론에서 2% 모자라는 것이 무엇인지 지적하는 알찬 모습을 보였다.

신공항 보도와 달리 지진․쓰나미 관련 보도는 아래 표에서 나타난 대로 세 공중파 TV 채널이 비교적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보도 태도를 보였다.

        지진.쓰나미 관련 보도       (기자 보도에 한정)

일본 상황과 연동...KBS대구, 건물안전성 집중 진단


지진.쓰나미 보도의 특징을 보면 일본의 피해상황보도에 연동돼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더라도 내용은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는 지진으로 인한 우려감에서 비롯된 대피 훈련, 관광․제조 등 우리지역 기업 피해, 교환학생의 안전문제, 먹을거리에 대한 피폭 여부 관련에서 시작돼 경주․울진 등 동해안 지역에 단지를 이루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진단, 지질학적 취약성 등으로 보도 경향이 바뀌고 영역도 넓어졌다. 바람직한 보도상황이었다.

다중시설의 내진 설계 문제를 다룬 KBS대구 보도(3.23)
다중시설의 내진 설계 문제를 다룬 KBS대구 보도(3.23)

그러나 보도 꼭지가 많은 것에 비하면 기획보도는 제자리걸음이었다. KBS대구는 일본이나 여타 지진 다발지역의 피해가 주로 건물 도괴로 인한 인명피해란 점을 의식한 듯 건물안정성-내진설계 면에서 우리 지역은 완전 무방비상태거나 무늬만 내진인 점을 집중 취재 보도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남겼다.

이에 비해 TBC의 취재 자세는 다소 안이했다. 전화로 취재할 수 있는 성질의 보도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현장성이나 문제 핵심으로 파고드는 강도는 떨어졌다.

동해안 원전단지 '재난 가능성' 전달

지진․쓰나미 관련 보도에서 또 하나 두드러진 것은 ‘안전하다’, ‘염려 없다’는 관계 당국이나 관계자 인터뷰 보도와는 달리 원자력발전소의 문제점, 활성단층 등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이슈가 돼 온 문제점들이 다시 짚어졌다는 점. 일본의 피해가 워낙 처참해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들의 뇌리에 원전 문제는 ‘두드리고 또 두드려도 모자란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지진․쓰나미 보도가 남긴 뚜렷한 교육적 효과였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27]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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