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립' 의혹이 커지면서 미국과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과 불신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고엽제를 매립했다"는 주한미군 퇴역군인의 증언이 나온 캠프 캐럴(경북 칠곡군 왜관읍) 인근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는 미국에 대한 규탄과 진상규명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3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릴레이 1인 시위와 촛불집회를 이어가는 한편, 오는 29일에는 전국 규모의 집회를 왜관에서 열기로 했다. 또, '고엽제 신고센터'를 대구환경운동연합에 설치해 피해사례와 제보를 받기로 했다.
대구경북진보연대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전농경북도연맹을 비롯한 34개 단체와 야당은 25일 오전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캠프 캐럴 앞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규탄과 함께 활동계획을 밝혔다.
대책위원회는 "맹독성 고엽제 매립은 주한미군의 범죄를 넘어 미국이 직접 책임져야 할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고엽제 매립 범죄에 대한 미국의 직접 사과와 원상복구, 즉각적인 피해보상, 재발장비 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고엽제 매립에 대한 자료를 숨김없이 공개하고 ▶캠프 캐럴 헬기장 부근에 대한 발굴 조사와 ▶전국 모든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조사에 나서는 한편, ▶진상조사단과 발굴조사단에 시민사회.야당이 추천하는 전문가와 피해지역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대책위원회는 이에 따라, 매일 낮 캠프 캐럴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왜관역 광장에서 선전전을 갖는 한편, 27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캠프캐럴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특히, 오는 29일 오후 3시에는 왜관역 광장에서 한국진보연대.민주노동당과 함께 전국 규모의 규탄 집회를 열기로 했다.
대책위원회 결성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에 대한 성토와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상임대표는 "야만적인 고엽제 매립',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아닌가", "속에 독이 든 양파껍질이 까진 것 같다"며,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이재동 사무처장은 "양심없는 나쁜 놈들"이라며 미국과 주한미군을 비난했다.
또, 대구환경운동연합 노진철 공동대표는 "한국 정부와 결탁해 처리한 것 아닌가", 백현국 대표는 "(고엽제를 묻었다는) 1978년 당시 우리 정부와 협의가 있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을 보였다. 백 대표는 "우리는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며 "미군 범죄를 낱낱이 파헤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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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캠프 캐럴 인근에 있는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구진석 신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구진석 신부는 "수도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활동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기도나 미사 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조만간 수도회 회의에서 구체적인 활동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구 신부는 오는 29일 왜관 집회에도 참여할 뜻을 보였다. 1952년 왜관에 자리잡은 이 수도회에는 신부 12명을 비롯해 70여명의 수도자가 생활하고 있다.
고엽제 매립과 관련한 지역 시민단체와 정당의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25일 성명을 내고 "민관합동조사단을 신속하게 현장(미군기지)에 투입하고, 주민대표와 환경단체, 지방자치단체의 조사단 참여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 정부는 고엽제 매립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계획과 일정을 공개하고 현장조사를 빨리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참여당 경북도당도 "막대한 양의 고엽제가 새어나와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됐을 경우 인근지역 주민은 물론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영남권 전체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엄청난 환경재앙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고엽제 매립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정부와 미군은 피해대책기구를 통해 보상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 대구시당도 23일 논평을 통해 ▶고엽제 매립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전국 모든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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