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수도권 중심주의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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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방송, 정부 입장에 대립.혼란 부각" / "지역언론, '동원형' 의제에 감성적 보도"

 

"행적학적 정책결정과정의 측면에서 볼 때 정부의 신공항 추진과정은 논리적 순서가 잘못됐다. 이 같은 문제점을 언론이 지적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동양대 행정학과 황종규 교수는 이같이 말하며 정부의 동남권신공항 정책결정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황종규 교수는 "정부가 신공항 추진여부를 먼저 결정한 다음 위치와 방법에 대해 결정하는 것이 논리적 순서"라며 "그러나 정부는 반대로 신청을 한 두 지역을 놓고 일정 점수를 획득하면 추진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웠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정책결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잘못된 논리"라며 "이런 문제점들을 언론이 지적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신공항 백지화 사태에서 불거진 수도권 중심주의와 언론보도에 대한 분석, 지방분권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수도권 중심주의와 언론을 해부한다'라는 주제로 대구MBC 7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행정학자와 언론학자, 언론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비롯한 30여명이 참석해 2시간가량 진행됐다 (2011.05.2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신공항 백지화 사태에서 불거진 수도권 중심주의와 언론보도에 대한 분석, 지방분권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수도권 중심주의와 언론을 해부한다'라는 주제로 대구MBC 7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행정학자와 언론학자, 언론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비롯한 30여명이 참석해 2시간가량 진행됐다 (2011.05.2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사태에서 불거진 수도권 집중주의와 언론보도에 대한 분석, 지방분권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 방안을 토론하는 세미나가 26일 저녁 대구MBC 7층 강당에서 열렸다. '수도권 집중주의와 언론을 해부한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언론학자와 행정학자, 언론인, 시민단체회원을 비롯한 30여명이 참석해 2시간가량 진행됐다.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와 참언론대구시민연대를 포함한 대구지역 10개 단체가 주최한 이날 세미나는 대구MBC 장원용 기자가 진행했으며,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남종훈 교수와 계명대 미디어영상학부 오창우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지정토론에는 동양대 행정학과 황종규 교수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허미옥 사무국장, 영남권통합신공항재추진결사위원회 강주열 위원장, 매일신문 이춘수 사회1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대구가톨릭대 남종훈 교수, 계명대 오창우 교수, 동양대 황종규 교수, 매일신문 이춘수 사회1부장, 영남권통합신공항재추진결사위원회 강주열 위원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허미옥 사무국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대구가톨릭대 남종훈 교수, 계명대 오창우 교수, 동양대 황종규 교수, 매일신문 이춘수 사회1부장, 영남권통합신공항재추진결사위원회 강주열 위원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허미옥 사무국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지역의 학계와 언론, 시민단체가 한 자리에 모인 이날 세미나는 행정학과 언론학, 시민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관점에서 수도권 집중주의와 지방분권, 중앙언론과 지방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한 분석과 대책이 논의됐다.

대구가톨릭대 남종훈 교수는 '동남권신공항 백지화와 언론의 역할 : 전국과 지역의 방송 뉴스프레임 비교'라는 주제로 전국방송과 지역방송의 신공항과 관련한 뉴스보도의 빈도수와 시각을 비교, 분석한 연구자료를 발표했다.

신공항 관련 보도, 지역 121건 / 전국 53건

남종훈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1년 2월1일부터 4월15일까지 전국 방송3사(KBS, MBC, SBS)와 대구지역 방송3사(대구KBS, 대구MBC, TBC)가 8시, 9시 메인뉴스에서 보도한 신공항 관련 기사는 모두 174건으로, 이 가운데 지역뉴스는 121건(대구KBS 20건, 대구MBC 32건, TBC 69건)을 보도해 53건을 보도한 전국뉴스(KBS 21건, MBC 18건, SBS 14건) 보다 2배 이상 많은 빈도수를 보였다. 특히, 지역민방인 TBC는 69건을 보도해 빈도수에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남종훈 교수가 2011년 2월1일부터 4월15일까지 전국 방송 3사(KBS,MBC,SBS)와 지역 방송 3사 (대구KBS, 대구MBC, TBC)의 신공항 관련 보도의 빈도수를 분석한 자료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가톨릭대학교 남종훈 교수가 2011년 2월1일부터 4월15일까지 전국 방송 3사(KBS,MBC,SBS)와 지역 방송 3사 (대구KBS, 대구MBC, TBC)의 신공항 관련 보도의 빈도수를 분석한 자료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 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남종훈 교수는 "신공항 문제가 국책사업이지만 지역에서 훨씬 민감하게 인식된 것으로 해석 된다"며 "특히 지역민방인 TBC의 경우 지역의 첨예한 사안에 대한 지역성 구현에 충실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KBS의 경우 전국방송과 지역방송의 보도비율이 비슷한 특이한 결과를 보였다"며 "전국방송과 지역총국으로 구성돼 지역에 경제적 뿌리를 내리고 있는 다른 지역방송사와는 구조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신공항을 비롯한 지역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 접근하는 경향이 다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종훈 교수는 방송보도의 뉴스프레임을 어떤 이슈를 특정한 사건이나 에피소드 중심으로 구성하고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로 다루며, 구체적 사례를 단순 나열하는 '일화적 프레임'과 사건의 원인과 배경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사회적 맥락의 문제로 다루는 '주제적 프레임' 두 가지로 분류했다. 또, 이 같은 뉴스프레임을 다시 ▶신공항 입지선정, ▶유치경쟁 및 대립.갈등, ▶경제성 및 국익, ▶신공항 백지화 및 반응, ▶정부대책 및 대안, ▶기타 프레임 6가지로 유형화 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남종훈 교수가 2011년 2월1일부터 4월15일까지 전국 방송 3사(KBS,MBC,SBS)와 지역 방송 3사 (대구KBS, 대구MBC, TBC)의 신공항 관련 보도 뉴스프레임별 형식적유형 분석자료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가톨릭대학교 남종훈 교수가 2011년 2월1일부터 4월15일까지 전국 방송 3사(KBS,MBC,SBS)와 지역 방송 3사 (대구KBS, 대구MBC, TBC)의 신공항 관련 보도 뉴스프레임별 형식적유형 분석자료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 같은 뉴스프레임의 분류를 살펴보면 전국방송과 지역방송을 포함해 '일화적 프레임'이 161건을 차지한 반면, 주제적 프레임은 13건에 불과했다. 또, 유형별로는 '신공항 백지화 및 반응' 프레임이 전체 174건의 보도 가운데 58건을 차지했고, '유치경쟁 및 대립.갈등' 34건, '신공항 입지선정' 30건, '정부대책 및 대안' 23건, '기타' 21건, '경제성 및 국익'이 8건으로 뒤를 이었다.

전국 "정부대책, 백지화' 초점" / 지역 "이성적 보도태도 잃었다"

이 가운데 전국방송은 '정부대책 및 대안' 프레임 20건과 '신공항 백지화 및 반응' 프레임 16건을 다뤘으며, '신공항 입지선정' 프레임의 경우 KBS만 3건을 다뤘을 뿐 MBC와 SBS는 단 1건도 다루지 않았다. 반면, 지역방송은 '신공항 백지화 및 반응' 프레임 42건과 '유치경쟁 및 대립.갈등' 프레임 30건을 다뤘으나 '정부대책 및 대안' 프레임은 지역방송 3사 모두 각각 1건씩만을 다뤘다. 이처럼 전국방송과 지역방송의 보도 태도는 명확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남종훈 교수가 2011년 2월1일부터 4월15일까지 전국 방송 3사(KBS,MBC,SBS)와 지역 방송 3사 (대구KBS, 대구MBC, TBC)의 신공항 관련 보도 뉴스프레임 내용을 비교한 자료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가톨릭대학교 남종훈 교수가 2011년 2월1일부터 4월15일까지 전국 방송 3사(KBS,MBC,SBS)와 지역 방송 3사 (대구KBS, 대구MBC, TBC)의 신공항 관련 보도 뉴스프레임 내용을 비교한 자료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에 대해 남종훈 교수는 "과다한 '일화적 프레임' 뉴스보도는 피상적인 갈등양상에만 초점을 맞춰 갈등의 해결보다는 대립과 혼란을 부각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전국방송은 주로 정부의 입장 전달과 백지화 보도에 초점을 맞춘 반면, 근본적 문제인 입지선정과정과 타당성에 대해서는 심층적 접근을 하지 않았다"며 "마치 백지화가 발표되기 전 신공항 문제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였다가 백지화가 발표된 시점부터는 전국적 이슈인 것처럼 다루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방송의 경우 신공항백지화 사태와 관련해 이성적 보도태도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며 "자기 지역의 주장만 되풀이 하는 일방적인 메시지의 생산과 전달은 진정한 지역언론의 역할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남종훈 교수는 특히 "지역방송은 국가정책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연구하고 의견수렴과 여론형성을 이끌어 갈 책임이 있다"며 "이성적 접근으로 논의를 모을 공론의 장을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지역 단수사태 / 조선일보 사회1면 1건, 중앙.동아 '대구경북' 섹션 각각 1건 보도

수도권 언론의 관점에 대해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허미옥 사무국장은 "구미지역에 단수사태가 일어났을 때 지역 언론사들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반면, 3대 메이저 언론사로 대표되는 조.중.동의 경우 조선일보는 사회1면에 1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대구경북' 지역 섹션에만 각각 1차례씩 보도했다"며 "이 문제를 단순히 대구경북의 문제로만 보고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서울 언론사 데스크들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신공항 백지화 사태와 관련한 지역언론의 보도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향후 발전방안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토론을 이어갔다.

신공항 관련 지역언론, "한쪽으로 치우친 보도", "사실.근거 부족", "감성적"

'동남권신공항 관련 신문보도 분석-나르시즘'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계명대 오창우 교수는 지역언론에 대해 "신공항과 관련해 무관심 또는 무지 세력이 지역에도 다수 존재한 반면, 지나칠 정도로 밀양 유치를 들고 나왔다"며 "단일메세지로 일관한 것이 지역민들의 통일된 의견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전국신문에 맞설 정도의 사실과 근거를 바탕으로 한 보도가 부족했고, 지역민들의 정서를 반영하기보다는 끌고 가기에 급급했으며, 기사제목과 논조도 지나치게 감성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대구MBC 7층 강당에서 열린 '수도권 중심주의와 언론을 해부한다'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계명대 미디어영상학부 오창우 교수가 '동남권신공항 관련 신문보도 분석-나르시즘'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MBC 7층 강당에서 열린 '수도권 중심주의와 언론을 해부한다'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계명대 미디어영상학부 오창우 교수가 '동남권신공항 관련 신문보도 분석-나르시즘'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허미옥 사무국장은 "신공항 필요성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다소 부족했고, 격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표현들이 다수 눈에 띄었으며, 소수약자인 밀양지역 농민들의 입장을 비롯한 찬반양론에 대한 균형이 부족했다"며 "한쪽으로 여론이 치우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공항을 비롯한 국책사업에 대해 허미옥 국장은 "재벌, 경제관료, 토건과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수도권언론을 포함한 4각 동맹을 깰 수 있는 한국사회 구조에 대한 고민과 중앙집권과 분권의 화두를 지속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지역언론의 경우 공론의 장, 찬반양론, 정책과 공약에 대한 검증, 지자체장에 대한 감시와 견제,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 균형과 분별을 비롯한 저널리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진국형 모델 '동원형' 의제화, 언론도 따라갔다"

동양대 황종규 교수는 "지역언론의 신공항 관련 기사를 보면서 낮 뜨겁고 민망했다"며 "너무 급하다는 생각과 이슈를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튼실한 과정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책적인 관점에서 지자체와 지역 여론지도층이 먼저 의제를 던진 뒤 주민들을 동원시키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모델인 '동원형' 의제화 방식을 선택했다"며 "지역언론도 마찬가지로 동원형 의제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황종규 교수는 "이제 언론은 일국주의에서 다중심주의로 가야한다"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영역을 비롯해 지역의 다양한 중심성을 획득하거나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지역민들과 좀 더 소통하고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지화, 경제논리 앞세운 정치적 결정", "수도권 대응논리 준비할 것"

이 같은 신공항 관련 지역언론 보도의 비판에 대해 매일신문 이춘수 사회1부장은 "신공항 사업은 그림이 완성되지 않은 미래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사실상 캠페인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며 "특히 언론에서 먼저 캠페인을 벌인 것은 학계의 고민과 기업의 애로사항, 지자체의 요구를 비롯한 현장상황을 기자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캠페인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해 이춘수 부장은 "건설비와 항공수요, 환경측면을 비롯한 조사결과는 다른 기관과 단체의 조사결과에서도 대동소이했다"며 "항공수요의 경우 서울권에서 조사했을 때도 1천만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뒤 개항했을 때 지금보다 수요가 많아질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신공항 백지화는 경제적 논리를 앞세운 정치적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영남권통합신공항재추진결사위원회 강주열 위원장은 "지금도 수도권에서는 지역민들이 이익만 생각하고 경제성과 국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생떼만 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신공항을 재추진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지금부터라도 수도권 대응논리를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역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앞으로 중앙관료, 정치인, 지식인, 언론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 여론지도층을 많이 모셔서 지역의 현실을 알릴 계획"이라며 "지역언론에도 이런 역할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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