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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권력의 편에서 민중의 벗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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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대구 '정평위', 고엽제 관련 입장 발표...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왜관 방문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사회 현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05년 12월, 당시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가 '사학법 반대' 성명을 낸 이후 교구 차원에서 사회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낸 경우는 거의 없었다. 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고엽제’ 논란이 시작된 캠프캐럴이 있는 왜관을 찾기로 한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대교구 공식기구인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영호 신부)'와 '환경위원회(위원장 전헌호 신부)'는  '캠프캐럴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 논란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6월 3일 날짜로 발표했다. 교구장(조환길 대주교) 명의는 아니지만, 교회 '공식기구'의 발표인만큼 대구대교구의 입장으로 읽힐 수 있다. 

정평위원장 김영호 신부
정평위원장 김영호 신부
정평위와 환경위는 '우리의 견해'를 통해 "주한 미군이 캠프캐럴 기지에 고엽제를 매립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경악할 만한 환경오염행위이자 범죄"라며 "이 논란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격력는 보내는 동시에 주한 미군과 정부 관계기관들이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솔직하고도 소상하게 밝히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기대하고 또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고엽제 매립 논란이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진실과 정의에 바탕을 둔 선명한 조사와 후속 조치가 반드시 이뤄지기를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연일 이어지는 시민사회단체의 성명서처럼 '규탄' 같은 격한 용어는 없었지만, "교회의 입장을 최대한 완곡하면서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라고 정평위 김영호 신부는 설명했다.

특히,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고엽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왜관을 3일 방문하기로 했다. 장소는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이지만, 이 수도원이 캠프캐럴 이웃에 있는데다 최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대구경북대책위가 이 곳에서 자주 회의를 갖고 논의하는 점을 감안할 때 '수도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조환길 대주교는 이 수도원에서 이형우 아빠스(대수도원장)를 만나 고엽제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수도원측의 활동을 격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대교구의 이 같은 입장 발표와 대주교의 왜관 방문에는 최근 새롭게 출범한 '정의평화위원회' 역할이 있었다. 교구의 공식기구인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 해 11월 인사를 통해 김영호 위원장을 비롯한 13명의 위원으로 꾸려졌다. 이어, 2011년 5월 30일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출범미사'를 봉헌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출범미사(2011.5.30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출범미사(2011.5.30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정평위는 출범미사 후 첫 활동으로 '고엽제 논란'에 대한 입장을 환경위원회와 함께 발표하게 됐다. 또, 정평위가 고엽제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일부 위원들이 진상규명 활동에 참여하는 점도 조환길 대주교가 왜관을 방문하는 한 계기가 됐다.

김영호 신부는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며 "그동안 대구대교구 정평위가 이름만 있을 뿐 실질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다"면서 "이제 정평위가 세상과 소통하는 교회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평위는 교구 인사(2010.11)를 통해 확정된 13명의 위원 뿐 아니라 의사와 변호사, 언론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포함해 7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진보적 성향'으로 꼽힌다. 이들은 인권복지 소위원회를 비롯해 환경생태, 노동, 미디어, 다문화, 농업, 교육 소위원회로 나눠 정기모임과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정의평화위원회 출범미사에는 사제와 신자, 시민사회단체 회원을 포함해 150여명이 참가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정의평화위원회 출범미사에는 사제와 신자, 시민사회단체 회원을 포함해 150여명이 참가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특히, 정평위에 참여하는 주요 인사를 보면, ▷김병준 전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공동대표, ▷정재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구지부장과 송해익 전 대구지부장, ▷지난 해 6.2지방선거에서 '야5당 단일후보'로 당선된 유병철 북구의원(무소속),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김병혁 대구경북먹거리연대 사무처장, ▷변홍철 물레책방 인문학연구실장(전 녹색평론 편집주간), ▷이영희 전 전교조 대구지부장, ▷김규원 전 대구사회연구소 소장(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함종호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부이사장,  ▷노동운동가 장명숙.홍석완.박은정.김영숙씨를 포함해 진보적 성향의 각계 인사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 ▷환경운동에 힘쓰고 있는 임성무(교사)씨가 정평위 ‘총무’를 맡고 있다.

또, ▷매일신문 배성훈 편집팀장과 ▷대구일보 윤석원 편집위원, ▷영남일보 이효설 기자, ▷대구문화방송 김종학 뉴스편집팀장, ▷대구평화방송 우웅택 PD, ▷가톨릭신문 우세민 기자를 포함해 현직 언론인 10여명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대구대교구 각 성당에서 단체나 봉사활동을 있는 신앙인들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 김영호 신부는 이에 대해 "정평위 구성과 활동에 대해 교회 내부의 반발도 있다"며 "우선 정평위 취지에 공감하는 지역 인사들로 활동을 시작한 뒤 차츰 그 폭을 넓혀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영호 신부는 지난 30일 출범미사 강론을 통해 "교구설정 100주년을 맞은 대구대교구는 그동안 민중의 벗이 되기보다 가진 자들의 보호자였고 수구권력의 친구가 되어 그 단맛에 취해 살았다"면서 "고립된 섬처럼 남아 불통하고, 교회 만을 위한 교회, 영적 위안을 위한 교회로 지낸 대구대교구의 과거를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평위는 세상과 소통하는 교회의 역할을 하겠다"면서 "울부짖음과 고통에 함께하는 교회,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교회, 민중과 손 맞잡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잃어버린 하느님의 거친 야성을 되찾자"며 정평위 지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출범미사(2011.5.30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출범미사(2011.5.30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이 날 출범미사는 권혁시 신부(경산 용성성당 주임)를 비롯해 원유술.이응욱.전세혁.이상해.윤지종.김호균.박용욱.박병규.송창현.황동환.신종호 신부를 포함한 10여명의 사제가 공동집전했다. 또, 정평위 위원과 시민사회, 정당을 포함해 150여명이 미사에 참례했다.

정평위는 앞으로 매월 정기모임을 갖는 한편, 소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 현안에 적극 참여하며 목소리를 낼 방침이다. 앞서, 정평위는 지난 3월 28일 대구시 달성군 화원유원지 강변 주차장에서 '4대강 되찾기 2011년 천주교연대 전국미사'를 주관하기도 했다. 이번 '미군기지 고엽제' 논란은 '4대강사업'과 함께 대구 정평위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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