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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기업의 덕목, 정의를 위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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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화 칼럼] "기업의 사회적 공헌지수를 따져보고 '공동기금'을 만들자"


 몇 가지 생각해보자.
 최근 몇 년사이에 대형유통업체가 대구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마트를 비롯하여 롯데백화점, 이랜드동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이들 대형유통업체가 대구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한 해 얼마나 될까? 몇가지 자료를 통해서 추정해보니 2조원을 훨씬 넘기고 있다. 이들 기업이 지역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는지? 한해 2조원을 훨씬 넘기는 매출액 중에서 지역을 위해 얼마만큼 환원하고 있을까? 지방세는 얼마만큼 납부할까?

 지역의 여러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서 제법 큰 사업을 준비하면서 부족한 재원을 두 기업에 지원을 요청하였다고 한다. 그 기업으로부터 어떤 답변이 왔을까? 어렵다는 답이 왔다고 한다. 특정한 단체 사업을 지원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시민단체 활성화에 필요한 사업을 수행하는데 지역의 기업으로 하여금 참여 기회를 주었는데 이를 거절한 것이다.

 반월당을 지나가는 시민이라면 한창 건설중인 현대백화점 공사로 인해 도로의 한 차선을 막고 있어 출퇴근시간에 교통체증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러한 시민의 불편을 무엇으로 보상하고 있을까? 보상하고는 있는 것일까? 교통유발부담금을 납부하고 있을까? 개점이후 반월당 일대는 극심한 교통혼잡이 발생할 것이다. 이곳에 대형유통업체가 입점할 수 있도록 교통환경영향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문제이지만, 이후 시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에 대해 백화점에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기업의 사회적 공헌 혹은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기업의 재단설립을 들 수 있다. 나눔재단, 복지재단, 문화재단의 이름으로 많은 기업에서 재단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공헌에 발을 맞추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좋고, 재단을 설립하여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도 좋은 사례 중의 하나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냐는 물음에는 긍정적 답변을 하지 못하겠다. 문제는 기업으로부터 얼마만큼 독립적이냐는 것인데, 독립적이지 않다면 ‘우리는 이만큼 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 역할에 머무를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기업의 각 재단들은 ‘비영리’부분을 침범할 가능성이 높다. 비록 선의에 기반한 재단설립이라하더라도 그 활동이 비영리를 위축시킨다면 큰 문제인 것이다. 기업이 출연해서 설립하는 사회적기업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ISO26000은 사회주체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업의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윤리성 여부, 인권에 대한 태도가 어떠한가, 환경 및 생태계에 대한 태도, 공정거래 관행 여부, 소비자 이슈 민감성 여부, 지역사회의 참여 여부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에 제시하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행하는 공헌의 수준을 훨씬 띄어넘는 것으로 향후 기업운영의 큰 흐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글은 특정 기업을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다. 기업의 덕목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는 취지이다. 한때 ‘정의란 무엇인가’ 서적이 높은 관심을 끌었다. 그래, 사회의 일 주체로서 기업의 정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는 취지이다.

 이러한 상황을 안타까워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시민단체는 기업으로 하여금 사회적책임과 사회적 공헌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게끔 길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시민단체는 지역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공헌)지수를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에 소재하는 대형기업을 중심으로 평가를 하고 이를 시민들과 공유할 것을 제안한다. 어느 기업이 얼마만큼 사회적 공헌을 하는지 시민들은 알아야 하고 그런 기업에 시민들은 사랑을 모아줄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기업은 지역사회를 위해 공동의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기를 제안한다. 이질적이거나 혹은 경쟁적인 기업들간에 그 무슨 공동의 기금이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신뢰할 수 있는 민간단체에 기금을 조성하고 그를 기반으로 기업의 사회적 공헌의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을 네트워킹 시키고, 재원이 필요한 곳에 정확하게 흘러가게 하고, 지역을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풀뿌리단체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변화하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세계 어디에도 선례가 없는, 대구에만 존재하는 창조적이고 획기적인 ‘기업의 덕목’ 실천 사례가 생기는 것이다.






[윤종화 칼럼 5]
윤종화 / 대구시민센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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