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호국의 다리'가 무너졌다. 구미에서는 낙동강 대형 송수관이 파손돼 지난 5월에 이어 다시 상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캠프 캐럴 토양에서는 고엽제 영향으로 보이는 다이옥신 양이 미국 주거지 기준을 2배 초과했다는 미국 공병대 작성 최신 보고서가 공개됐다. 그런가하면 1년 반이나 남은 내년 선거를 겨냥한 '감성선거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박정희 사진' 광고가 노리는 것
7월 1일자 매일신문. 맨 뒷면 전면을 박정희 사진으로 꽉 채웠다(모 대학 이미지광고). '청년정신'이란 제목이 붙은 이 광고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강조된 것은 박정희 이미지다. 그리고 카피를 통해 기술인.조국근대화('기술인은 조국근대화의 기수')를 강조했다. 광고는 광고일 뿐이고, 한 전문대학의 특성을 강조해서 대학을 홍보한 것이니 문제될 게 없다고 하면 그것 역시 광고주 마음이다.
그러나 대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가운데 부정적인 'TK'(혈연.지연.학연에 바탕을 둔 천박한 패거리주의, 지역주의, 정치적 획일성, 다양성 결여, 민초를 깔아뭉개는 풍토)가 있고, 그것은(영남의 '선비정신'이라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권력이 해결사 노릇'(영남일보 5월 30일)을 하는 대구의 고질적 풍토를 상징하게 됐다.
그것이 '박정희 시대'에 빚어졌고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졌으며) '성장을 멈춘 절망의 도시 '대구''(월간조선 2006년 3월호)가 그 시대에 기원한다면 대구(무엇보다 대구의 언론)는 '동종교배'로 인한 경쟁력 상실의 주범인 정치권력의 무한지배를 극복할 방안, 구체적으로 '박정희 극복', '박정희 시대 극복'의 대안을 늦었지만 이제라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신공항'.'과학비즈니스벨트' 낭패를 반성한 영남일보의 'TK 뉴리더 발굴 육성하자' 캠페인(5~6월) 보도가 그 사례로 볼 수 있다).
다가오는 선거철
'미디어창'에서 굳이 초대형 박정희 사진을 이용한 모 대학의 광고를 거론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이 대학(옛 청구대학과 대구대학)과 박정희 가(家)의 관계가 그다지 석연치 만은 않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 대학의 '역사적 연고권'(청구대학-최해청, 대구대학-최 준)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둘째, 이 광고를 게재한 대구의 모 일간지가 '지역의 조선일보'(황해문화, 2004년 가을호, 이 신문 2008년 7월 12일 '고담대구' 대구는 억울하다 참조)를 떠올릴 만큼 민주주의 가치나 민주적 절차, 인권 같은 가치보다는 국가주의(바로 박정희의 대표적 통치사상-학문적인 입장에서 쓴 전인권의 '박정희 평전' 참조)를 더 강조(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연결고리 구실)해왔다는 점이다.
셋째, MB 이후를 겨냥한 당권 다툼으로 엮어지고 있는 현재 한나라당 동향에서 드러나듯이 2012년의 선거판 짜기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묻지 마 투표' 촉발 가능성 주목
조.중.동과 매일신문이 대구의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한(또는 방송매체가 가세할 수도 있다) 부정적인 'TK 지역주의'는 구조적으로 극복되기가 어렵다(변화와 소통을 거부하는 '동종교배' 의 확대생산 고리이므로). 이런 점에서 모 대학의 ‘박정희 광고’는 향후 선거판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친×연대'라는 선거사상 기괴한 선거행태를 등장시킨 '묻지 마 투표'를 재연시킬 '감성선거' 바람의 신호탄이 될지 어떨지 주목되는 것이다. 이 광고가 순수한 ‘청년정신’을 강조하는 이미지 광고로 기획됐다고 믿고 싶고 실제로 그럴 것이다.(그런 점에서 '미디어 창'의 이 대목은 2012년 선거 이후 전적으로 '기우'였음이 증명되기를 바란다.)
'속도전' 피해 잇따라 보도
'4대강 사업'이 낙동강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를 치고 있다. 상주보 공사현장의 제방이 무너졌고(경향신문, 6월 27일 사진), '호국의 다리'로 불리는 낙동강 왜관 철교가 붕괴됐고(대구MBC 6월 26일 "4대강사업 때문에" 대구공중파TV 보도), 낙동강 중간에서 송수관이 유실돼 구미 주민과 산업시설이 물대란을 재차 겪었다(KBS대구, 6월 30일, '송수관 파손…구미 또 단수' 등 대구공중파TV 보도. SBS 7월 3일 8시뉴스의 '4대강 현장 장맛비에 비상' 종합보도).
언론보도는 한 결 같이 '속도전'이 빚은 인재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쟁 구호 같은 '속도전'은 '4대강사업'이 애당초 무리한 발상이었고, 그렇다 보니 알아서 기는 관료주의, 부실시공은 속성처럼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4대강에서 자연과 함께 호흡해온 역사와 주민 생활은 당초부터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역행침식 초래 '근본' 접근을
언론보도에 따르면 낙동강 철교 붕괴, 구미 상수관 유실, 상주보 공사현장 제방 붕괴 등은 모두 낙동강바닥을 너무 깊게 파낸 바람에 물살이 빨라졌고 그 때문에 역행침식이란 자연의 법칙이 작용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러나 이런 것은 드러난 현상을 말할 뿐이다. '4대강사업'이 안고 있는 근본 문제, 즉 4대강을 끼고 있는 모든 조건들을 인공적으로 개발하려는 개발만능주의가 근본에 암종(癌腫)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데 그로 인한 피해는 정권 담당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산업체에 고스란히 돌아가는 데 문제가 있다. 또 '4대강사업'의 암종은 우리 후손들이 자연과 함께,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를 위협하게 된다. '4대강사업'의 '암종(癌腫)'이 더 이상 전 방면으로 전이되어 통제 불능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국토.자연파괴 거시적 보도 필요
그런 점에서 언론은 '4대강사업' 현장에서 잇따라 터지는(자연이 잇따라 경고하는) 사태의 현장과 원인(이미 예고된)을 구체적으로 보도(미시적 보도)하는 한편 거시적인 시각('4대강 살리기'란 구호 밑에 숨겨진 국토.자연 파괴)에서도 보도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MB정부는 1년 반 남짓이면 종언을 고하게 되지만 '4대강사업'이 파괴하고 왜곡한 4대강 유역 주민의 피해, 문화(문화재 파괴 포함. 주저앉은 낙동강 철교만 보더라도 일제침략과 국토수호의 낙동강 보루 역할 등 우리 근현대 역사를 고스란히 전하는 근대문화유산이다)는 무엇으로 보상할 수도, 보상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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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작성 미군 공병대 보고서 보도
즉, 캠프캐럴 41구역에는 고엽제의 영향으로 보이는 토양 내 다이옥신의 양이 지난 2004년 2.04pg 그램에서 2.03pg 그램으로 미국 주거지 기준을 2배 초과한 상태에서 지난 7년간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사실을 담은 보고서 작성기관이 바로 미군 공병대이고 그 작성시점도 지난 3월이란 점이다.
'현장 발굴' 등 공론화 필요
다시 말해 주한 미군측이 여태 '발표', '현장안내', '사과' 등 고엽제 사태 이후 취해온 행동은 모두 제스처에 불과했음(진실 깔아뭉개기)을 '미군공병대보고서'는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신뢰도나 진정성 면에서 주한 미군은 더 이상 고엽제 사태의 진실을 밝힐 의사가 없음을 스스로 보여줬다. 우리 국민의 피해 불안요소 제거라는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인 상태인데도 말이다. 이런 점에서 언론, 특히 왜관을 시청권(배포권)으로 하고 있는 지역 TV방송․신문은 주한미군 고엽제 사태에 대한 종합보도를 통해 주민과 책임 있는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현장발굴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진실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할 다른 방도가 그것 외에는 달리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41]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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