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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도 못 믿어 '민간'이 나서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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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대경대책위, '민간조사' 비용 1천만원 모금..."진실은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지난 5월 19일, 퇴역 주한미군인 스티븐하우스의 '고엽제 매립' 증언이 나온 지 한 달 보름이 지났지만, 매립 의혹의 진원지인 캠프캐럴(경북 칠곡군 왜관읍) 주변에는 여전히 '의혹'만 쌓이고 있다. 한미공동조사단이 이번 주 안에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환경분과위원회를 열어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진보적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결과가 뻔할 것"이라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매립 의혹을 밝히기 위해 "땅부터 파헤쳐라"고 주장했지만 한미공동조사단은 그 것을 제외한 채 지표투과레이더(GPR)와 전기비저항탐법(ER) 같은 '지구물리탐사'와 지하수 조사만 했기 때문이다.

앞서, 한미공동조사단이 지난 6월 16일 "캠프캐럴 주변 지하수에 고엽제 성분이 없다"는 내용의 수질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이하 대경대책위)>는 "껍데기 조사"라고 일축했다.

이어, 주한미군이 6월 23일 캠프캐럴에서 고엽제 성분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2004년 삼성물산의 용역보고서를 공개하며 "미량이고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라고 밝히자, 대경대책위는 "지하수에도 다이옥신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그 기준치를 따지기 이전에 이미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전면 재조사"와 "진상규명" 목소리를 높였다. 대경대책위원회에는 대구경북진보연대와 대구환경운동연합을 포함한 52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발표'와 '불신'이 되풀이되자,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자체적으로 '민간조사'에 나섰다. 칠곡지역 37개 단체로 구성된 <캠프캐럴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 민간대책협의회(이하 민간대책협의회)>와 <대경대책위>는 지난 6월 30일, 캠프캐럴 기지 주변 지하수와 토양, 주민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민간조사단이 캠프캐럴 정문 옆을 흐르는 하천에서 토양을(사진 왼쪽), 왜관리에서 지하수를 음용하고 있는 가구의 물을 채취하는 모습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민간조사단이 캠프캐럴 정문 옆을 흐르는 하천에서 토양을(사진 왼쪽), 왜관리에서 지하수를 음용하고 있는 가구의 물을 채취하는 모습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이 조사에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원장, 인하대 의과대학 임종한 교수를 포함해 의학.독성학.페기물.환경화학 분야 전문가 8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캠프캐럴 인근 지하수와 토양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는 한편, 오는 7월 13일부터 사흘 동안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교육 받은 의대생 10명이 캠프캐럴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대경대책위는 "기지 여러 곳에 고엽제가 묻혔다는 증언이 나온 지 한달 보름이 지났지만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한국 정부와 미군이 꾸린 공동조사단도 매립과 오염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라 미군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그들만의 조사'로 흐르고 있다"고 '민간조사'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조사' 역시 쉽지 않다. 무엇보다 'SOFA'의 한계가 크다. 대경대책위 김선우 상황실장은 "SOFA라는 굴레에 갇혀 기지 내 조사가 불가능해, 결국 기지 밖 수질과 토양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할 뿐"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민간조사'의 비용 역시 만만찮다. 김선우 상황실장은 "민간조사와 분석에 1천만원정도 든다"며 "현재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 분담금 만으로는 조사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경대책위는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오는 7월 31일까지 소속 단체와 시.도민들로부터 모금해 민간조사와 대책위 활동 비용으로 쓰기로 했다. 대책위는 "여러분이 진실의 삽입니다. 정부가 하지 못하면 우리가 합니다. 미군이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합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집니다"라며 모금 참여를 호소했다.

김선우 상황실장은 "한미공동조사단 중간조사 발표는 '별 문제 없다'는 식으로 결과가 뻔할 것"이라며 "SOFA 규정에 묶여 기지 내부를 조사할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진실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위해서는 모금을 통해서라도 민간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경대책위>와 <민간대책협의회>는 오는 7월 8일 저녁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에서 '생명의 야단법석'이라는 주제로 주민문화제를 연다. 지난 6월 10일과 24일에 이어 세 번째 열리는 이날 문화제에서는 왜관수도원 수도자와 대구여성광장, 곰네들 아이들의 '합창경연대회'를 비롯해 '빛고을광대'의 길놀이와 국악(창작국악합창단 여음).노래(임정득).모듬북(BOK) 공연이 이어진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국회의원도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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