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는 정치, 경제, 과학, 군사, 법조계까지 포함된 종합적인 커넥션이 존재하는 사건이다"
평화운동가 이시우 사진작가는 13일 대구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 같이 말하며 "SOFA(한미주둔군지휘협정) 개정 뿐 만 아니라 미국 정부와 고엽제 생산 업체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작가이자 평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시우 작가의 강연이 열렸다. '캠프캐롤 사건을 계기로 본 미군기지 환경오염실태와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은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시민 40여명이 참석했으며, 대구시민센터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시우 작가는 "미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 이전부터 고엽제의 유독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단순한 군사적 문제가 아닌 정치, 경제, 과학, 군사, 법조계까지 포함된 종합적 커넥션이 존재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미국은 1924년부터 화학전과 생물학전의 가능성을 연구했고, 1944년 중반 미군 화학전부대인 '디트릭기지'에서 고엽제 효과에 대한 야전 시험이 있었다"며 "1948년부터 농약, 종자 생산 기업인 '몬산토'와 '다우케미컬'을 비롯한 7개사에서 고엽제를 생산했다"고 말했다. 특히 "1948년 몬산토 고엽제 생산 공장에서 폭발사고로 피해를 입은 직원 228명을 미국 정부가 4년간 관찰했었다"며 "미국은 이미 그 때부터 고엽제의 심각한 유독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정부가 엄청난 배상금액을 우려해 고엽제 피해의 책임을 민간 기업에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이시우 작가는 "베트남 참전 미군들이 고엽제 피해를 이유로 몬산토를 비롯한 7개 고엽제 생산업체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당시 고엽제를 생산한 기업들은 소송을 포기하는 대가로 피해자들에게 합의금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 판단이 내려질 경우 유사 소송이 증가할 것을 우려해 고엽제 생산기업들이 피해자들과 합의하도록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고엽제 생산기업은 '이미 배상을 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 미국 정부는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의료사고의 경우에도 의사가 과실여부를 입증하도록 돼 있는데, 유독 고엽제 피해에 대해서만 피해자들이 인과관계를 입증하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비난했다.
고엽제 "SOFA 개정뿐 아니라 고엽제 생산업체, 미국 정부에 꾸준히 책임 물어야"
이시우 작가는 고엽제 문제에 대해 "SOFA(한미주둔군지휘협정) 개정뿐 아니라 고엽제 생산업체와 미국 정부에게도 꾸준히 책임을 물어야하는 사항"며 "환경오염을 비롯한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문제를 제기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아주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조항을 넣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시우 작가는 "사실 고엽제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백린탄과 열화우라늄탄을 비롯한 화학무기"라며 "만일 사고가 날 경우 재앙적 환경오염과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백린탄은 인(P)을 주성분으로 하는 발화용 폭탄으로 인명살상용과 연막.조명용 두 가지로 나뉜다. 강한 화학작용으로 대기에 노출될 경우 발화하며, 연소를 끝내려면 산소를 완전히 차단하거나 백린을 모두 태워 없애야 한다. 백린탄은 인체에 2~3도의 심각한 화상을 입힐 수 있는 무기로, 공중에서 폭발시킬 경우 대량살상을 일으킬 수 있다.
열화우라늄탄은 원전 연료인 U-235를 농축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인 U-238을 주재료로 만든 무기로, 핵 분열성 물질인 U-235를 포함하고 있어 공격 목표와 충돌하는 순간 미세한 방사능 입자와 가스를 분출한다. 장갑차와 탱크를 무력화 시킬 목적으로 제작됐으며, 두꺼운 장갑을 뚫고 들어가 공격목표를 녹이는 무기다.
"경기도 일산 모 부대 살상용 '백린소이탄' 보유"
이시우 작가는 "그동안 미군과 한국군은 인체에 무해한 연막용백린탄만 사용해 왔다고 주장했지만, 경기도 일산의 모 부대에서 백린소이탄을 보유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백린탄은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살상용 백린소이탄의 경우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그동안 도덕성 논란을 일으켜왔다.
이 작가는 "국가보안법사건과 관련해 서울지방검찰청검사장의 요구에 따라 지난 2007년 6월 28일 국방부가 제출한 '탄약고 표식기호 해설 및 설치현황' 자료에 경기도 일산 모 부대에 백린소이탄이 보관돼 있다고 표시돼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대기 중에 노출될 경우 곧바로 발화하는 성질이 있어 백린소이탄과 백린연막탄 모두 평시 훈련이나 보관, 취급과정에서 사고가 날 경우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열화우라늄탄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시우 작가는 "지난 1997년 경기도 연천 폭발물 처리장에서 있었던 주한미군의 열화우라늄탄 오폭사고로 한국에 열화우라늄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며 "표적을 뚫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가스형태의 방사능물질을 분출하기 때문에 환경오염과 인체에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무기"라고 설명했다.
"오산 공군기지, 열화우라늄탄 9,408발 분실", "화학무기, 보관상 위험 존재"
특히 "지난 2006년 미군 태평양사령부가 공개한 자료를 통해 수원 공군기지와 오산 공군기지, 청주 공군기지에 모두 270만발의 열화우라늄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오산 공군기지에서 보관용 컨테이너 1개 분량인 9,408발을 분실했다는 기록도 함께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열화우라늄탄의 경우 부식에 의해 물기와 접촉할 경우 유독성이 있는 불화수소를 발생시킨다"며 "보관 과정에서도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시우 작가는 "오산 공군기지의 열화우라늄탄 분실 사고에서 보듯 완벽한 보관은 있을 수 없다"며 "고엽제와 백린탄, 열화우라늄탄을 비롯한 화학물질과 화학무기의 보관, 취급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재앙적 환경오염과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미국 정부가 지난 1972년부터 하와이주에 있는 존스톤 섬에 고엽제를 비롯한 각종 화학물질과 화학무기를 폐기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녹이 슬어 내용물이 드럼통 밖으로 유출된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며 "왜관 미군기지에 만약 고엽제가 묻혀있다면 마찬가지로 유출돼 주변 토양을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도 화학무기 보관됐을 가능성 있다"
이시우 작가는 대구에도 화학무기가 보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지난 1953년 8월 10일 미군 제5공군 병참담당부사령관 에프라이트 대령의 진술서에 따르면 도쿄 인근 공장에서 생산된 세균전무기를 수송기를 통해 부산과 대구 공군기지로 운송했다고 기록돼 있으며, 또 다른 정보제공자의 진술에 의하면 특수임무를 위해 K-2공군기지 활주로 옆 유도로에서 전투기에 세균폭탄을 장착했던 사실이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K-2 공군기지 안에 '방사능 위험' 표시가 붙어있는 건물이 한 군데 있다"며 "직접 들어가지 못해 어떤 물질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한 번 확인 해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연은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가 마련했으며,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와 <대구참여연대>가 공동 주관했다. 대구경북대책위원회는 15일부터 1달 동안 매주 수요일 저녁 7시30분에 2.28기념공원에서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촛불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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