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지역 언론, 너무 다른 비판과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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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세계육상대회] <매일> '찔끔 중계' <영남> '빈 좌석 진실' 보도 돋보여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이하 육상대회, 8월 27일~9월 4일)에 대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개최된 국제행사를 보는 관점은 언론에 따라 다양할텐데요.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수도권언론과 지역언론간에 갈등도 빚어지고 있구요.

하지만 그 갈등이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논쟁이라면 꽤나 매력적인 논의가 될 수 있을텐데요. 수도권 언론의 매서운 비판(때로는 진정성이 결여된 비난)에 대응하는 지역언론의 자세,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직위 대회규정 어겨도, 지역언론 '침묵'

첫째, 육상대회에 대한 수도권언론의 비판 중 가장 귀를 기울여야 할 점은 대회조직위원회의 운영 미숙문제, 특히 대회규정을 어긴 점에 대한 따끔한 비판이었습니다. 반론의 여지가 없는 지적이었고, 지역언론도 이 여론에 동참했어야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수도권 언론에 대응하는 지역언론의 부정적 측면’에 해당합니다.

<스포츠서울> 2011년 8월 29일자 3면
<스포츠서울> 2011년 8월 29일자 3면

<연합뉴스>를 비롯한 대부분이 보도했던 개막 첫날 ‘여자마라톤 3번 출발’의 해프닝. 달구벌 대종 타종과 함께 출발 총성이 울리면 마라톤 선수들이 출발하는 이벤트였는데요, 서로 간에 사인이 맞지 않아 3번째 총성에서야 겨우 제대로 출발을 할 수 있었죠. 어찌 보면 ‘부정출발’로 다수의 선수들이 실격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진 거죠. 

여자 마라톤 구간 30km살수대 근처에 대형 버스가 주차되어 있어, 선수들이 살수대를 통과하지 못했던 일. 마라톤경기 규정상 달리는 주로에는 어떤 장애물도 설치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어긴 것인데요. 규정을 어긴 점이죠. 이와 같은 상황이 전 세계에 그대로 전송되었다는 점입니다.

<스포츠조선> 2011년 9월 2일 인터넷판
<스포츠조선> 2011년 9월 2일 인터넷판

또 있습니다. <스포츠조선>인터넷판에서 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2일 한국 육상의 희망 김덕현 선수가 발목 부상을 당하게 되죠. 규정에 따르면 선수보호를 위해 부상선수는 부상 즉시 구급차를 통해 경기장 메디컬센터로 이동, 지정된 의사에게 응급처치를 받은 후 병원으로 이송되어야 하지만, 구급차는 진행요원이 길을 막는 등 메디컬 센터로 오지 못하고, 선수는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병원으로 향하게 되었던 것인데요.

지역언론에는 조직위원회의 ‘결정적 실수’를 보도하거나, 해명을 요구하는 뉴스를 거의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수도권 언론의 다양한 비판에 대해, 지역언론의 대응방식 <서울언론의 ‘꼬투리잡기> <서울 언론, 지방무시病>이라는 화두가 설득력을 잃는 지점입니다.

여자마라톤 3번 출발 이미 예견, 지역언론 '침묵'

두 번째, 더 큰 문제는 수도권언론에서 지적하는 몇가지 오류는 지난 몇 년간 끊임없이 반복되었다는 점,  지역언론에서 채 점검하지 못한 오류는 ‘침묵’해버린다는 점이죠. 

하나, 끊임없이 반복되는 조직위의 오류.

<매일신문> 2011년 5월 13일자 1면
<매일신문> 2011년 5월 13일자 1면
대구는 2005년부터 올해까지 7차례나 대구국제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면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준비해왔었습니다. 매번 대구국제육상대회가 끝날 때 마다 지역언론은 ‘허술한 대회 진행’을 지적했고, 육상에 대해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공무원으로 구성된 조직위원회를 개선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었습니다.

지난 5월 12일 7회 대구국제육상선수권대회는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최종 리허설의 의미를 가진 경기였죠. 당시 <매일신문>은  13일 1면에서 <2011세계육상, 대구시 제대로 치러낼까>를 통해 △ 시민 관심 부족 △ 성숙되지 못한 관전 문화 △ 허술한 대회 진행 △ 실망스런 경기력 등 총제적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남일보>도 같은날 3면 <세계육상선수권 성공 아직 2%가 부족하다>를 통해 △ 시민들의 부족한 매너 △ 셔틀버스에서 경기장까지 먼거리로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었는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이번 대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죠. 조직위원회가 언론의 지적에 귀기울이지 않았는지, 아니면 언론의 비판이 설득력이 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일한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는 점은 필히 그 이유를 분석해봐야 할 것입니다.

둘, 논란이 되었던 ‘달구벌 대종 타종’ 이벤트, 그로 인해 빚어진 여자마라톤 3번 출발 사건(?).

근데 이 이벤트는 대구국제육상대회 기간 중에 즉 5월 19일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D-100일 이벤트로 이미 진행이 되었던 것입니다. 

<영남일보> 2011년 5월 20일자 3면
<영남일보> 2011년 5월 20일자 3면

<영남일보> 5월 20일 기사에 따르면 “달구벌 대종 타종 후 도심 루프코스를 질주한다”는 내용이 제시되어 있거든요. 당시 이런 이벤트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제시한 언론사는 없었습니다.

스포츠 평론가 이종훈씨는 지난 9월 3일 MBC 라디오 성경섭의 주말와이드에서 달구벌 대종 타종과 마라톤 출발 총소리를 함께 울리겠다는 조직위측의 이벤트는 ‘공무원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따끔하게 비판했는데요. “출발신호가 중요한 것이 육상경기대회인데 종소리와 총소리는 음파와 음질이 다르기 때문에 동시출발신호로 부적합하고, 혼선이 따를 수 밖에 없다”라고 강조하고, “육상의 성격을 조금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벤트에 대해 ‘끔찍’하게 생각할 것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지역언론이 놓친 부분이죠. 결국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던 달구벌 대종 타종 이벤트, 여자마라톤 3번 출발이라는 오류를 낳았고, 전 세계에 그 상황이 가감 없이 방송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를 반성하는 지역언론, 지역스포츠 자문위원은 없었습니다.  
 
KBS 방송시간 확대 '요구',  텅빈 관중석 '사실규명' 돋보여

수도권 언론에 대응하는 지역언론의 자세, 긍정적인 면도 있었습니다.

<매일신문> 2011년 8월 29일자 1면
<매일신문> 2011년 8월 29일자 1면

지난 8월 29일 <매일신문>은 1면 <KBS, 주관 방송사 맞나?>를 통해 육상대회관련 ‘찔끔 중계’하는 KBS측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수많은 누리꾼들이 KBS홈페이지에 불만을 토로하고 연합뉴스와 인터넷 언론 등에서 이 흐름에 동참하면서 KBS는 이 대회 방송시간을 대폭 늘리게 됩니다. 또한 폐막식 중계가 ‘미정’인 상태였지만, 2TV를 통해 생중계하기도 했구요.

물론 KBS의 ‘찔끔 중계’를 비판하는 수도권 언론은 없었습니다. 그들의 눈과 시각이 얼마나 편협한지를 알게 하는 주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9월 2일 <영남일보>의 <이렇게 빈 좌석의 진실은…>은 수도권 언론이 공통적으로 비판하는 ‘텅빈 좌석’주장에 대해 제대로 반론을 제기한 기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남일보> 2011년 9월 2일자 3면
<영남일보> 2011년 9월 2일자 3면

“텅빈 관중석이 자주 TV화면에 잡히는 것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측의 기본방침때문”이라며 “취재진을 위해 7천여석을 배려한 미디어석, 경기가 없는 선수들이 수시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한 1천 3백여 선수단석의 경우, 전광판 바로 밑에 위치한 탓에 방송보도 화면에 자주 잡힌다”고 합니다.

미디어석은 취재 특성상 이동이 잦기 때문에 많이 비어있는 것이고, 경기가 없는 선수들이 수시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한 선수단석에는 자국선수경기나 스타급 선수 경기가 없으면 자리를 뜨게 되기 때문에 자주 비어보인다고 합니다.

국제육상경기연맹 (IAAF) 규정상, 미디어석과 선수단석이 비어있더라고 하더라도 이곳에 일반인의 접근을 막는 것이 방침이라고 하네요.

스타디움 최상단부인 D층을 대형 천으로 뒤덮어 놓은 것도 국제육상경기연맹 (IAAF)측의 부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텅 빈 좌석’운운하며 경기흥행 ‘실패’를 말하는 수도권 언론의 비판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한 기사입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평가하는 수도권 언론과 지역 언론의 자세, 그들의 논쟁이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매력적 논의’이 되기 위해선 타당한 지적에 귀기울이고, 자신의 오류에 대한 처절한 반성, ‘남의 결점을 책잡는’ 일방적 비난 보다는 ‘현상의 본질을 종합적으로 구성하는 합리적 비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149]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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