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닻 올린 시민정치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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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화 칼럼] "체인지(CHANGE)대구, 유권자가 주체 돼야"


 도가니가 도가니이다. 도가니란 말은 원래 좋은 의미에서도 나쁜 의미에서도 같이 쓰이지만 최근 영화 도가니로 인해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일 것 같다. 도가니는 그릇이고 뜨거움이다. 누가 무엇을 담을 지, 그 안의 것들이 서로 융화되고 섞이면서 새로운 그 무엇을 만들어낼지는 도가니의 몫이 아니라 그 도가니를 도가니이게끔 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영화 도가니에는 장애학생에 대한 성폭력과 그것을 은폐, 왜곡, 축소, 협박이 들어있다. 아픔이 있고 눈물이 있고 분노만 있다. 정의나 양심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그 분노의 도가니가 세상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고 있는 듯하다. 아픔과 고통을 통해 아주 조금. 가해자를 가해자로, 사회복지법 개정을 반대한 정치세력이 누구인지, 현행 법제도와 양형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게 하고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며칠전 시민정치운동을 표방하고 있는 체인지대구 준비위원회 발족식에 다녀왔다. 거기서 보고 느낀 점 몇가지를 말해보자. 내 시선이 배우의 시선인지 관객의 시선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일단 생각이상으로 많이 모였다. 이 엄동설한(?)에 100여명이 모였다는 것 자체가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발표한 사업계획이나 시민정치운동 기획은 매우 좋아 보인다. 준비과정에서 대구라는 현실에 기반한 솔직한 논의가 여러차례 있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체인지 대구> 준비위원회 결성대회(2011.9.27 대구 웨딩비엔나)...참석자들은 '대구의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 '범야권단일후보를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비롯한 5가지 질문을 두고 10여개 조로 나눠 토론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체인지 대구> 준비위원회 결성대회(2011.9.27 대구 웨딩비엔나)...참석자들은 '대구의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 '범야권단일후보를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비롯한 5가지 질문을 두고 10여개 조로 나눠 토론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무엇보다 대구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시민정치운동을 선언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총선연대, 지방선거연대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시민운동의 대응처럼 선거시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선거정치운동은 10여년의 경험을 통해서 그 효력을 많이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일상적인 시민정치의 공간과 기획이 절실하게 요구되었으며 이제 그 요구에 대한 최소한의 답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전부일까? 더 보태져야 할 것은 없을까? 뭐랄까, 흥분이나 열광, 뭐 이런 것이 보태져야 하지 않겠나 싶다.

 이렇게 생각한 것은 다음의 몇가지 이유에서다. 체인지대구준비위 발족식에서 만난 노선배님께서 “과연 대구시민들은 대구가 체인지되기를 바랄까?”라며 시민 혹은 유권자와의 공감하는 시민정치운동을 주문하셨다. 그렇다. 바꾸고자 하는 바가 독점 정치로 인한 폐해와 피해라면 이것과 유권자 개인의 삶과 연관성을 찾아내어야 한다. 시민정치운동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다음으로 위와 비슷한 얘기이지만, 유권자로의 확장성이 어떠한가라는 관점에서 심도깊은 고민이 동반되어야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이 운동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풀어나갈 운동가가 있어야 하고, 그만큼 재정이 모여야 하고. ‘되겠나?’ 회의하는 마음은 이룰 수 없는 법. 고통, 폐해, 침체를 녹여내고 여기에 사람, 돈, 기획이 합쳐져서 열광을 만들어내고 희망을 만들어내어야 한다.

 면면의 새로움 또한 매우 중요하다. 주창 뒤에 새로움과 어울림이 따라붙어야 한다. 또 이는 뒷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2014년까지를 염두에 둔다는 것은 지방선거와 지역정치의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일 터,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충전되어 오랜기간 해결하지 못한 지역정치 변화라는 과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권자 속에서 에너지를 보급받아야 한다. 아니, 유권자가 시민정치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어느 나라이든 지역이든 성공하는 시민정치운동은 누가 말려도 유권자가 움직였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방향을 이 관점에 비추어 보았으면 한다.

 이 가을 얼큰한 도가니탕을 먹으면서 그대들과 함께 2012년 열광의 도가니를 기대해 본다. 힘을 보탤 때이다.






[윤종화 칼럼 7]
윤종화 / 대구시민센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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