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클러스터, 주민 설득할 의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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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경북 공무원, 무성의.변명...주민들 '동해안 핵단지화' 항의.반박


“원자력 클러스터, 경북을 살리는 길인가?” 정책토론회가 무사히(?)끝났다.10월 14일 오후2시 대구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이 토론회는 환경운동연합과 동해안탈핵연대(경주핵안전연대, 핵없는세상을위한대구시민행동,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핵발전소확산반대 경남시민행동, 핵으로부터안전하게살고싶은울진사람들)그리고 경상북도가 함께 주최하였다. 경상북도가 함께 주최로 되어 있지만 거의 손님에 가까웠다.

"원자력 클러스터, 경북을 살리는 길인가?" 정책토론회(2011.10.14 대구흥사단 강당)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원자력 클러스터, 경북을 살리는 길인가?" 정책토론회(2011.10.14 대구흥사단 강당)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원자력클러스터 사업계획이 발표되고 경북도청 앞에서 가진 6월과 9월 두 차례의 기자회견.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를 만나 의사를 전달하겠다는 주민대책위와 환경단체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상북도 공무원은 주민들과 환경단체, 그리고 행정기관만 만나봐야 평행선이라는 것이다. 서로의 주장만 할 뿐 조금도 의견이 좁혀질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하였다. 토론회에 참여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끈기를 가지고 몇 차례의 조율과정을 거친 결과 어렵게 토론회가 성사되었다. 그 과정에서 경상북도의 비협조적인 자세로 인해 토론회를 추진했던 서울의 활동가로부터 나는 원망 아닌 원망을 들어야만 했다.

토론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그동안 이러한 자리가 마련되지 못한 탓도 있거니와 ‘원자력클러스터 사업’에 대한 입장을 경상북도와 관련전문가들로 부터 직접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덕에서 주민들이 참여하고, 경주, 울진 등에서도 자리를 함께하였다. 걱정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방송3사 뿐 아니라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지며 취재를 해 가는 모습이 우리지역의 당면한 현안임을 실감케 하였다.

토론자...(왼쪽부터)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장, Jan Beranek 그린피스 본부 반핵캠페인 대표, 성기용 경상북도 에너지정책과장,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토론자...(왼쪽부터)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장, Jan Beranek 그린피스 본부 반핵캠페인 대표, 성기용 경상북도 에너지정책과장,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부장의 발제는 시종일관 기술적인 이야기들로 이루어졌다. 주민들이나 일반인들이 알아듣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발제의 요지는 어찌되었건 이러저러한 신기술로 큰 문제는 없다는 식의 결론이었다. Jan Beranek 그린피스 본부 반핵캠페인 대표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 대부분의 선진국 나라들이 원자력발전소보다는 재생가능에너지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찾고자 한다고 하면서, 사양 산업이 되어가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확장정책을 펼치고 있는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라며 반문을 던졌다.

경상북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겪인 성기용 에너지정책과장은 경상북도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사업이라고 하면서 원자력클러스터 사업에 대해 채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설명으로 황급히 마무리를 하였다. 청중석에서는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는 담당공무원에 대한 항의가 이어졌고, 담당공무원은 자료집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이라 짧게 설명하였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주제발표가 마무리되고 참았던 주민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사회자가 정리를 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이었지만 지역 주민들은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준비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여러 가지 정보와 내용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하고 따져 들어갔다. 비록 세련되고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위험과 우려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유는 바로 그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영덕주민대책위 주민이 토론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영덕주민대책위 주민이 토론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정부나 지자체가 사업을 추진할 때 늘 그래왔듯, ‘촌 놈 겁주기’식으로 화려한 미사어구를 다 동원한다.
-2028년까지 포항,경주,영덕,울진 등 경북 동해안에 12조 7,000억 원을 투입
-원자력관련 기관을 집적화해 국내 원자력 수출 전진기지로 육성
-포항에 원자력전문대학원, 에너지부품 산업단지, 경주에 원자력산업진흥원과 원자력병원
-영덕에 원자력 테마파크와 원자력 안전문화센터
-울진에 제2원자력연구원과 스마트원자로 실증플랜트 유치 및 조성
-생산유발 23조 7,936억 원, 부가가치유발 9조5,316억 원, 고용창출 20만 명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

그동안 방폐장과 울진 핵발전소 유치 당시 내놓았던 장밋빛 계획들이 종합선물셋트로 다 들어있다.

일본 후쿠시마 핵 사고로 전 세계가 원자력발전사업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한국은 원자력산업에 대한 성찰은커녕 오히려 그 동안 원자력계의 숙원사업을 모조리 합쳐서 거창한 이름으로 한방에 해결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원자력 클러스터사업이 포장만 그럴싸할 뿐 실제로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과 고속증식로, 중소형 원자로 건설 등 가장 위험한 핵시설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주요골자이다. 경상북도에는 이미 울진6기, 월성 4기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기의 원전이 가동 중에 있고, 또 현재 4기의 원전이 건설 중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 원자력클러스터사업은 동해안을 세계 최대의 핵 단지화로 만들어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만들게 되는 것이다.

"원자력 클러스터, 경북을 살리는 길인가?" 정책토론회(2011.10.14 대구흥사단 강당)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원자력 클러스터, 경북을 살리는 길인가?" 정책토론회(2011.10.14 대구흥사단 강당) / 사진 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지난 금요일 토론회는 주민들의 불만과 분노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이토록 위험천만한 시설을 왜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추진하느냐고 아우성이다. 경상북도 공무원은 말한다. ‘이런 분위기면 토론할 수 없습니다.’ 주민들을 설득할 의지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공무원의 자세가 우리를 더욱 절망하게 만든다.

오늘(17일)서울에서는 원자력클러스터 2차 포럼이 진행된다. 관련기관과 전문가 몇몇이 모여서 하는 토론회. 여기서 원자력클러스터 사업에 대한 전문가들은 저마다 말을 보탤 것이고 이것이 정책이 될 것이다. 애시 당초 원자력클러스터 사업에 지역주민들의 의견 따위는 없다. 현란한 문구와 홍보로 주민들을 현혹시킬 구상만 있을 뿐이다. 지역주민들의 문제제기는 터무니없는 것이고 기술의 힘은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정부의 사고방식!  이것이 방사능만큼이나 더 위험하게 우리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공정옥 / 대구환경운연합 사무처장. 평화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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