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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돌밭에서 자란 저 대나무처럼...
강종환 / 『바람과 풀꽃』 (정채봉 지음 | 대원사 | 1990)
2011년 12월 02일 (금) 12:02:05 평화뉴스 pnnews@pn.or.kr

저는 경북대 행정학과에 1996년도에 입학을 했습니다. 고향은 경남 거창입니다. 고등학교까지 촌에서 지내다 대구에 혼자 유학을 와서 생활을 하게되어 외롭고 생소한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1학년 1학기 수업 중 ‘미술의 이해’라는 과목에서 전시회를 보고오라는 과제를 주었습니다. 낯설은 도시에서 물어물어 봉산동에 있는 전시회전에 구경을 가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간 전시회가 우연찮게도 판화가 ‘오윤’의 전시회였습니다. 처음보지만 왠지 힘있고, 굶은 선들이 난생처음 전시회를 찾아간 촌놈의 마음을 끌었습니다. 이런게 우연이겠지요? 태어나서 처음간 전시회가 민중판화가의 전시회라니요.

저에게 ‘정채봉’이라는 작가가 그런 ‘우연’스런 만남이었습니다. 저희세대가 가지는 ‘조용필’이라는 느낌이 40대 혹은 20대들과 당연히 다르듯이, 제가 사춘기 중학생때 접한 ‘정채봉’은 ‘샘터’의 편집장도 아니었고, 광주민주항쟁이후 정신적인 방황을 한 지식인도 아니었습니다.

   
▲ 『바람과 풀꽃』(정채봉 저 | 대원사 | 1990)
저에게 ‘정채봉’은 짝사랑하던 국어선생님이 선물로 주신 책의 저자였습니다. 사촌기 소년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선생님이 주신 책이니 저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소중했겠습니까! 책 제목도, 내용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 책은 저의 두 번째 짝사랑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받아든 책이 바로 ‘바람과 풀꽃’이라는 책이었습니다. 그래도 중학생인데, 왠지 너무 동화책같은 느낌의 책이라 처음에는 의아해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 하나하나 읽을수록 빠져들고 , 심장이 따뜻해 지는 그 느낌은 20년이 넘는 지금 생각해봐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책 ‘바람과 풀꽃’은 여러 이야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로 만들어도 될만큼 짠한 사랑이야기였던 ‘천년학’ 이야기, 도시에 사는 손자손녀들이 흙의 소중함을 할머니를 통해 느끼게되는 바람과 풀꽃 이야기...

사람의 몸을 통과해서 찍을수 있는 기계는 있지만 마음을 찍는 기계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이상한 사진기’에서는 정치인부터 마을사람들의 마음속까지 사람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이 사진기를 통해 세상사람들의 부조리와 고민을 꼬집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한편 한편이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솔,바람,달빛 든 저 대금” 이라는 이야기가 저에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음지 돌밭에서 힘들게 힘들게 자라난 대나무가 양지의 대나무를 부러워하고, 자신이 아닌 것들에 부러워하다가 스스로를 인정하고 다독이며 결국 천상의 소리를 무지개처럼 만들어내는 까만 대금이 됩니다. 그늘지고 척박한 돌밭에서 자라고 몸도 까만 이 대금은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사춘기 소년의 마음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사회과학서적도 아니었고, 정치경제와 관련된 책도 아니었습니다. 어른들이 읽어도 되는(읽어면 좋을) 아동문학 도서였지만, 이 한권의 책은 이후 저에게 책 읽는 재미를 알게 해주었고, 그 시기즈음 해서 공부에도 재미를 들이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른이 되어가기 위해 몸도 마음도 변화하고 있던 그 시기에 받아든 작가 故정채봉님의 글 한편, 책 한권이 마중물이 되어 제 속에 있던 것들을 세상을 향해 뿜어져 나오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고향집 책장 어디엔가 먼지를 자욱하게 뒤집어 쓰고 있을 그 책을 이번에 고향에 갈일이 생기면 다시한번 꺼내봐야 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애기가 생기고 그 애가 커서 사춘기가 된다면 꼭 이 책을 함께 읽어주고 싶습니다.

   





[책 속의 길] 46
강종환 / '함께하는 대구청년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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