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같은 대구경북, '탈핵'의 녹색정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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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녹색당> 창당준비위 출범..."장벽은 정치, 4월 총선 '탈핵' 후보 논의"


'탈핵'을 비롯해 생태적 지혜와 사회정의를 내세운 '녹색당'이 대구에도 깃발을 올린다.

녹색당은 1월 26일 저녁 대구 카페와이스토리(동구 각산동)에서 녹색당 대구시당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과 발기인대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는 발기인 60-70명가량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당 운영위원회 임원을 뽑고 발기인 선언문과 실천결의문을 채택한다.

변홍철(왼쪽) / 성상희
변홍철(왼쪽) / 성상희
대구 녹색당 발기인에는 학계와 문화예술, 시민사회, 주부와 대학생을 포함해 150명가량 참여했다. 물레책방 변홍철 인문학연구실장과 동구에서 오랫동안 주민운동을 해 온 김영숙씨, 문화운동가 박종하씨를 비롯한 6명이 '실무자원활동가'로 창당을 준비하고 있고, 영남대 정지창(독문).이승렬(영문) 교수와 계명대 이재성(철학) 교수, 성상희 변호사, 음악인 송힘(문화CEO), 연극인 이현순, 천규석 대구한살림 이사장도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발기인 가운데 45%가 여성"이라고 변홍철 활동가는 말했다.


녹색당은 오는 2월 말 창당을 목표로, 대구에 앞서 서울.경기.부산.충남.제주도가 창당준비위를 띄웠고 경북과 경남, 전남도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 2,50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현주씨가 창당준비위원장을, 하승수 변호사가 사무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5개 시.도당은 2월 초중순에, 대구시당은 2월 말에 창당할 계획이다.

대구시당은 별도의 '창당준비위원장'을 두지 않는 대신 '운영위원장'이 그 역할을 맡기로 했다. 운영위원장은 운영위원 가운데 선출하며, 운영위원은 3명의 실무자원활동가와 주부, 대학생을 포함해 8명으로 꾸릴 예정이다. 대구 녹색당은 지난 해 11월 하승수 변호사 초청 토론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창당 논의에 들어가, 12월에는 영덕신규핵발전소 규탄대회에 참가했고 올 1월에는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 강연을 열기도 했다.

'녹색당' 하승수 변호사 강연(2011.11.22 물레책방)과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의 '탈핵' 강연(2012.1.16 대구 대명성당) / 사진. 평화뉴스
'녹색당' 하승수 변호사 강연(2011.11.22 물레책방)과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의 '탈핵' 강연(2012.1.16 대구 대명성당) / 사진. 평화뉴스

대구시당은 앞으로 '탈핵'과 '먹거리', '교육', '문화예술'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별로 '의제별 모임'을 꾸리는 한편, 오는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을 전후해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같이 '탈핵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녹색당 창당에 앞장서고 있는 변홍철 자원활동가는 "핵발전소에 완전히 포위된 대구경북은 '화약고' 같은 지역"이라며 "이는 지역의 보수성와 민주주의, 토건사업을 포함한 많은 문제와 연관돼 있고, 이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변화와 녹색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색당의 '강령 제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성상희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동경과 의지를 갖고 있었고, 우리 사회의 변화 방향도 물질주의가 지배하는 흐름에서 한 발 물러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성장주의와 물질주의에 자유롭지 못한 점들을 넘어서야 새로운 전망 열리지 않을까 생각해 녹색당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 변호사는 오는 4월 총선 출마와 관련해 "전혀 생각이 없다"면서 "그러나, 대구에 누군가 나서야 되지 않을까 싶고, 변홍철씨가 그 적임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뿐 아니라 다음에도 계속 정치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을 만들어 밀고 나가는 것이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변홍철씨는 이에 대해 "아직은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일단 모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구도 중요하지만, 당장 핵발전소가 몰려있는 경북에는 영덕과 경주 쪽에 '탈핵'을 내세운 후보 출마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시당은 '발기인 선언문'을 통해 "끝 모를 토건사업, 핵발전소 확대, 날로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위협받는 평화, 이런 것들은 우리가 정치적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면서 "우리의 장벽은 정치"고 "여기에 '녹색당' 창당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 "2001년 캔버라에서 합의한 '지구녹색당헌장'의 생태적 지혜, 사회정의, 참여민주주의, 비폭력, 지속가능한 발전, 그리고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가치를 녹색전환의 원칙으로,  이러한 가치가 파괴되지 않고 다음 세대가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회피해서는 안 되는 최우선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탈핵실천 결의문'에서는 "정부의 핵발전 확대계획의 기점인 2012년, 그리고 총선과 대선이 겹치는 해인 2012년은 앞으로 우리가 위험천만한 핵에너지의 노예로 살 것인가, 아니면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탈핵'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갈림길이 될 것"이라며 "그 갈림길의 최전선이 바로 대구와 경북지역이라 보고 '핵없는 세상을 위한 대구시민행동' 등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지역의 탈핵 운동을 적극 조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 "3월 11일 후쿠시마 사고 1주년을 기하여 전국적 탈핵 공동행동을 조직하기 위해 다함께 노력할 것"을 결의했다.

참고자료 / 녹색당 문답 - 녹색 안경으로 세상을 보자!


대구녹색당 발기인 선언문 (안)

지금 여기서 녹색당을 시작합니다.
오늘 우리는 생명, 그리고 평화를 드높이 외칩니다.

우리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정의가 실현되고 자립과 자치가 가능한 ‘녹색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여기에 함께 모였습니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 충분히 행복하고, 뭇 생명과 공존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새만금과 4대강에서 자행된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아름답던 생태계가 파괴되고, 우리 삶의 뿌리가 상처 입고 병드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더욱이 지난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의 핵발전소 사고는 생명을 파괴하고 삶의 기반을 송두리 채 앗아갈 수 있는 반생명, 비윤리의 결과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성장 지상주의와 개발 만능주의의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곯을 만큼 곯아 기후변화, 핵사고 등에서, 빈부격차를 조장하는 금융위기 등으로, 우리의 ‘공동체’를 지리멸렬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아토피와 같은 환경병의 증가, 모래놀이터가 우레탄으로 바뀌어 흙을 만지지 못한 채 크는 아이들,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학습에 시달리는 청소년들, 세계최고의 자살율, 만연한 성희롱과 성폭력은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운 절망의 그늘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성숙이고 행복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부터, 그리고 나 자신부터 변화를 위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정치의 바깥에서는 이미 녹색전환을 위한 노력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환경운동, 생명운동, 풀뿌리운동, 여성운동, 인권운동, 평화운동 등 여러 이름의 운동들이 지평을 넓혀 왔습니다. 대안에너지, 대안경제, 대안교육 등 대안사회의 모습들도 만들어져 왔습니다. 협동조합, 귀농ㆍ귀촌운동, 도시농업 등 대안적 삶을 찾으려는 시도들도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아름다운 시도는 아름다운 것으로 끝맺음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노력을 막아서는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단 한 순간도 잊을 수 없습니다. 끝 모를 토건사업, 핵발전소 확대, 날로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위협받는 평화.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정치적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습니다. 우리의 장벽은 정치입니다. 여기에 ‘녹색당’의 창당이유가 있습니다.

녹색당은 단지 환경분야에 국한된 정당이 아니고, 국가의 틀에 갇힌 정당도 아닙니다. 기존 정치의 울타리를 넘어서면, 녹색정치를 위한 전 지구적, 범시민적 열망이 벅차게 밀려듭니다. 이에 우리는 2001년 캔버라에서 합의한 ‘지구녹색당헌장’의 생태적 지혜, 사회정의, 참여민주주의, 비폭력, 지속가능한 발전, 그리고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가치를 녹색전환의 원칙으로 삼습니다. 이러한 가치가 파괴되지 않고 다음 세대가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회피해서는 안 되는 최우선의 과제입니다.

우리는 엘리트가 아니라 풀뿌리사람들의 힘으로 정치의 변화를 이뤄내고자 합니다. 그동안 중앙집권적이고 기득권 중심의 사회에서 소외된 지역, 여성, 청년, 청소년, 소수자, 비정규직 그리고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힘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소수의 부유층과 특권층을 위한 정치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녹색전환을 꿈꾸며 실천해 온 사람들과 연대하여 녹색전환을 위한 정치적 행동을 시작합니다. 변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연대가 우리의 평화적 무기입니다. 녹색의 가치가 더 이상 미루어지거나 부차적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신념은 우리의 연대를 더욱 강하게 할 것입니다. 녹색전환을 위한 실천과 행동은 우리를 춤추게 할 것입니다.

녹색전환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절실한 미래이며, 미래의 시간은 녹색의 편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전환을 기획하고, 실천하면서 우리의 우정과 믿음을 키워, 끝내 멈출 수 없는 환희로 서로를 북돋을 것이며, 즐거움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2012년 1월 26일

 대구녹색당 창당발기인 일동


대구녹색당 발기인 ‘탈핵’ 실천 결의

한국정부와 핵산업계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미루어 오던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 발표를 작년 12월 22일 감행했다. 경북 영덕과 강원도 삼척에 각 4기씩의 핵발전소를 추가로 짓겠다는 것이다. 현재 가동중인 21기에, 건설중인 7기, 이미 계획중인 6기에다가 추가로 최대 8기의 핵발전소를 더 지어, 총 42기의 핵발전소로 현재 전력생산의 34퍼센트를 감당하고 있는 핵발전의 비율을 59퍼센트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계획이다.

이미 원전 개수로 세계 5위, 밀집도로는 세계 1위인 한국은,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원전 최대국’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다. 독일, 스위스, 벨기에,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이 후쿠시마 사태 이후 잇따라 ‘탈핵’을 선언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정부는 참으로 무모하게도 역주행에 가속페달까지 밟고 있는 실정이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1986년 구 소련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같은 대형 사고는 정확히 핵발전소 개수가 많은 나라들 순서대로 일어났다. 그리고 그러한 대형사고의 원인은 모두 제각각이다. 이러한 원인의 다양성과 확률을 따져 보았을 때, 다음 사고가 어디에서 일어날 것인가를 추측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언컨대, 다음 핵발전소 대참사가 일어날 확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바로 한국의 동해안 지역이다. 게다가 울진, 경주 월성, 부산 고리에 이어, 이제 영덕과 삼척에까지 핵발전소가 들어서게 되고, 경북도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경북 원자력 클러스터’까지 추가되면, 우리가 사는 대구는 세계 최대의 핵단지에 완전 포위되는 형국에 놓이게 될 것이다. 만에 하나, 어떠한 원인에 의해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같은 폭발사고 내지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의 일상이 어떠한 지경에 이를 것인가를 예측하는 데 과연 특별한 상상력이 필요할까?

정부의 핵발전 확대계획의 기점인 2012년, 그리고 총선과 대선이 겹치는 해인 2012년은 앞으로 우리가 위험천만한 핵에너지의 노예로 살 것인가, 아니면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탈핵’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갈림길이 될 것이다. 또한 그 갈림길의 최전선이 바로 대구와 경북지역이다.

다행히 대구 지역에서도 올해 초부터 ‘탈핵’을 향한 실천적인 행보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더 이상 핵발전소와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과 정치적 무력감에 빠져 있지 말고, 풀뿌리 시민들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러한 행보에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핵발전소에 포위된 대구’에서, 우리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 우리 대구녹색당 발기인들은 다음과 같은 실천에 다함께 나설 것을 결의한다.

하나. 탈핵 운동의 구심으로서, 그리고 에너지전환 및 한국사회 녹색전환의 구심으로서 우리에게는 지금 녹색당 창당이 절실한 과제이다. 우리는 녹색당의 조속한 창당을 위해 다함께 노력한다.

하나. ‘핵없는 세상을 위한 대구시민행동’ 등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지역의 탈핵 운동을 적극 조직해 나간다. 특히 3월 11일 후쿠시마 사고 1주년을 기하여 전국적 탈핵 공동행동을 조직하기 위해 다함께 노력한다.

하나.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탈핵’ 및 에너지전환 문제가 주요한 정치쟁점이 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한다.

하나. 핵발전소 및 방폐장 문제로 가장 고통받고 있는 경북의 풀뿌리 주민들과 연대하고, 경북녹색당 창당을 적극 지원한다.

하나. ‘탈핵’ 및 에너지전환을 위해 우리 녹색당 발기인들은 일상 속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지역 에너지 자급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적극 노력한다.


2012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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