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없는 내면의 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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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숙 /『천 개의 공감』(김형경 ㅣ 한겨레출판사 ㅣ 2006)


  오랫동안 상담공부를 해오면서 신기하게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같은 내용의 공부를 반복해서 하더라도 다가오는 마음의 울림이 다르다는 것이다. 기계를 만드는 기술은 배울 때마다 원리나 응용이 비슷하겠지만 마음을 공부하는 상담은 나의 마음상태에 따라 다가오는 감동이 다르다는 것이다.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이 그러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오년 전 후배의 소개로 이 책을 만나 읽는 내내 마력처럼 끌리는 그 무엇이 있었고 내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던 책이었다. 책 속의 내담자와 내가 교접이 되기도 하고, 내가 상담자가 되기도 하고 내담자가 되기도 하는 경험을 하였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어도 잔잔한 울림으로 마음이 동요되고 마음 깊숙이 책의 내용들이 와 닿고 있다.
 
김형경 저ㅣ 한겨레출판사ㅣ 2006
김형경 저ㅣ 한겨레출판사ㅣ 2006
저자는 정신분석 치료의 경험과 외국여행이 자신의 삶에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나도 상담공부하면서 몇 년 동안 정신분석의 과정 속에 나 자신의 깊은 내면을 만나는 작업들을 해왔다.

하지만 산 너머 똥밭이라고 하더니, 이제 한 고비 넘겼구나 싶으면 새로운 산이 떡하니 나타난다. 하면 할수록 성장을 위한 마음공부는 힘이 들고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끝도 없는 내면의 여행을 얼마나 해야 하나 하고 상담을 공부하는 선배들에게 물으면 그들은 죽을 때까지 가야 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한다.

마음 치료의 목표는 진정한 자기를 아는 것일진대 자기를 안다는 것은 참 어렵고도 지난한 길이지만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작업이기에 설레면서 신나게 즐기면서 익혀가고 있다. 


  정신분석적 심리치료는 자주 연금술에 비유됩니다. 16세기의 연금술사 파라켈수스는 모든 종류의 물질은 수은, 유황, 소금으로 환원될 수 있으며, 이 세 가지 물질을 어떤 비율로 결합하느냐에 황금을 얻을 수 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간정신도 이와 같아서 원래 타고나는 충동인 성적욕망과 공격성, 거기에서 파생되는 분노와 불안 등을 어떻게 보살피고 처리하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집니다. 한 인간이 금이 될 수도 있고 구리도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책 속에서)

  교도소에 가서 상담을 해보면 수감된 사람들은 모두가 한결 같이 자신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대부분의 선하고 순수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분노와 불안을 조절하지 못하고 한 순간의 충동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억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잘 조절하고 처리하는 통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먹고 마시면서 영양분을 제외한 노폐물을 소변, 대변, 눈물, 재채기 등으로 배출한다.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거리가 깨끗하듯이 자신의 감정을 처리할 수 있는 통로가 알맞게 마련되어 있어야 인간이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자기 알기, 가족관계, 성과 사랑, 관계 맺기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부모형제는 사회적 환경의 기초이므로 가족과의 관계를 원활하고 편안하게 만들고, 타인의 선함과 지혜뿐만 아니라 조직의 가치나 질서를 내부로 받아들여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만들어 정신을 성숙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질문에 저자가 답하는 형식으로 섬세하게 그려 나간다.
 
  자신의 못나고 부정적인 면을 사랑하게 되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우선 정신 에너지가 두 배로 강해집니다. 그동안 내면의 부정적인 영역을 억압하는데 사용되던 정신 에너지가 창조적인 쪽으로 전환됩니다. 몸과 마음이 더욱 활기차게 되고, 업무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진심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은 당위적 덕목으로서 휴머니즘을 실천해왔다면 이제는 공감적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외부로 투사되어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게 했던 그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이 실은 자신의 모습이었음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책속에서)

  모든 정신적인 문제의 원인이 내면에 있듯이 해결책 또한 자신의 내부에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먼저 타인에게 막연히 사랑을 기대하는 마음을 자신에게 베풀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베풀고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행복감과 활기를 느낄 만한 일을 찾아서 행해야 한다. 자신의 욕망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적절하게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자신은 안다는 것, 자신과 친해지는 것, 자신의 부족한 면 그대로 수용하고 사랑하는 것이 삶의 기본이라는 것을 저자는 내면의 깊은 성찰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과 소통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

   어떤 책은 다 읽고도 끝까지 저자와 낯선 만남을 할 때도 있고, 또 어떤 책은 읽는 동안 저자의 생각에 내내 마음이 동하는 책도 있다. 이 책은 읽는 내내 저자가 친구처럼, 혹은 언니처럼 내 등을 두드리면서 나의 애씀과 고통을 알아주는 것 같아 마음 든든하고 뿌듯하였다.

자신과 깊은 만남을 하고 싶거나 혼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꼭 찬찬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신의 내면을 사랑하게 되는 긴 여정을 저자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의 길] 57
조윤숙 / 대구한상담연구소 소장,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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