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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들어내는 기적은
전화진 / 『몬드라곤의 기적』(김성오 저 ㅣ 역사비평사 펴냄 ㅣ 2012.01)
2012년 02월 17일 (금) 11:11:26 평화뉴스 pnnews@pn.or.kr

우리 동네 빵집이 사라졌다

빠게트 한 쪽이 생각나면 이제는 먼 길을 걸어 가야 한다. 그 곳에는 브랜드 빵집이 몰려있다. 동네 빵집은 꽤 오랫동안 골목어귀에서 구수한 냄새를 풍겼다. 밋밋한 인테리어, 비싼 편인 빵 값, 퉁명스런 빵집 주인 등등, 그래도 나름 골목 분위기와 어울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곳보다는 멀리 떨어진 대기업 빵집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우리 동네에서는 빵집을 보기 어렵겠다. 아쉽다.

   
▲ <한겨레> 2012년 2월 13일자 1면

오늘 아침 신문 1면 기사 '0.1% 재벌, 서민의 삶 포위하다'

우리나라 삼성, 현대 등 5대 재벌 1% 가 국내 총생산의 70.4%를 차지한다는 기사이다.
아침에 일어나 대기업 할인매장에서 사다놓은 그들이 생산 우유와 빵으로 식사를 한다. 그들이 생산한 옷을 입고 그들이 만든 차를 타고 출근한다. 회사에서 차 한 잔, 손을 씻는 비누, 컴퓨터, 책상, 심지어 화장지까지 대기업 제품이다. 퇴근해도 그들이 지은 집으로 들어와 그들이 생산된 냉장고와 밥솥으로 그들 브랜드의 두부와 된장찌게로 저녁을 먹는다. 쉬는 시간에도 대기업 제품의 텔레비전을 보고 그들이 생산한 스마트폰으로 내일 일정을 정리한다. 우리의 일상이다?

나는 대기업에 다니지 않는다. 우리의 이웃, 동네 골목에서 보는 가게 사람들 99%가 재벌 1%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간다.  저들이 한 눈판 짜투리 일감마저도 언제 뺏길지 불안해 하면서. 대기업의 독과점은 우리 호주머니마저 틀어 또 다른 독점 기업을 만들어 낸다. 투박한 동네 빵집 사장님이 그리운 까닭이다.

   
▲ 『몬드라곤에서 배우자』(해고 없는 기업이 만든 세상) | 윌리엄 F. 화이트, 캐서링 K. 화이트 저 | 김성오 역 | 역사비평사 | 2012.01
오래전 한 신부님이 전해준 책 한 권이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몬드라곤에서 배우자]가 스페인의 한 작은 마을에서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협동조합의 설립, 정착, 시련, 정착 과정을 서술한 책이다. 빈민지역에서 대안 경제로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지만 당시 고가의 친환경 농산물을 거래하는 생활협동조합과 연관시켜 풀어낸다는 것은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이 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10여 년간 가난한 이들과 관계하면서 협동조합의 가치는 떠나보낼 수 없었다.

몇 해전부터 지속 가능한 대안사회복지영역에 생활협동조합을 끼워 넣어 생각하게 되었다. 초보적인 시도도 몇 차례 있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없었다. 그럼에도 협동조합 원리가 사회복지영역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몬드라곤 공동체'에 대한 성공이야기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대안으로 조금씩 언론에서 보도되곤 했다.

   
▲ 『몬드라곤의 기적』(행복한 고용을 위한 성장) ㅣ김성오 저ㅣ역사비평사ㅣ2012.01
그러다가 몬드라곤의 두번째 이야기인 [몬드라곤의 기적]이 출간된 소식을 접했다. 이 책은 1992년 이후 20여 년 간의 몬드라곤 변화를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몬 드라곤은 ‘글로벌화’라는 공격적인 전략을 통해 해외에 생산공장을 갖추고 고용을 확대해가면서도(2010년 현재 전체 자산은 우리 돈으로 환산할 때 약 53조원, 제조업과 유통업 부문의 2010년 한해 매출은 대략 22조원 정도 규모이며, 약 8만 4,000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음), 몬드라곤이 끝까지 놓치지 않는 것은 협동조합의 정신과 원칙, 구체적으로는 ‘연대’이다.

이는 유럽에 불어닥친 경제적 위기, 스페인 남부의 부동산 침체의 혼란에도 안정되게 공동체를 지켜내는 원칙이라고 한다.

몬드라곤을 통해서
우리가 만들어낼 사회에 대해 꿈을 꾼다


풀뿌리경제, 우선 소비자 중심 관계망을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동네 상권이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뿌리까지 흔들려 본 경험이 협동의 가치, 공동선의 가치로 회복시키는 경제활동의 근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라진 동네 슈퍼부터 주민조합형태로 되살려 볼 필요가 있다. 아니면 필수 생필품에 대한 공동구매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구매활동이 잘되어 잉여 부분이 생긴다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조금만 남겨두면 좋겠다.

생산자 중심 관계망을 만들어 보자.
생활에 필요한 재원을 우리 주변에서 찾아 이용했으면 좋겠다. 골목이 살아나는 마을기업이면 좋겠다. 소비자 관계망과 연계하는 것이다. 소규모 생산자 조합은 고용이 목적이었으면 좋겠다. 대기업의 터무니 없는 가격 횡포에 당하지 않는 방법은 소비자와 신뢰관계가 있어야 한다. 소비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동네 공장, 두부 한 모라도 우리 동네에서 생산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면 좋고 생산방식이나 과정이 민주적이고 사람중심인 협동조합의 형태이기를 기대한다.

동네 공동체 문화가 중요하다.
좋은 경제시스템이 있어도 사람간의 교류와 협력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궁극의 목적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사람간의 신뢰를 무너뜨린 자가 누구인지를 되돌아 보면 우리가 협동조합에서 희망을 거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돈과 권력이 집중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지금 극명하게 갈라져 있다. 99%로 살아가는 우리가 뭉쳐야 한다면 1%가 만들어낸 저들만의 구조가 아닌 협동조합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서로는 서로를 보충해줌으로써 완전해질 수 있다.
혼자 설 수 있는 사람은 신이거나 짐승이라고 한다. 이 말은 사회 계급들이 서로를 필요로 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 민중과 당국이 서로 떨어져 생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 말은 공동의 선이나 모든 사람의 이익 등을 진실로 추구할 때 사회제도는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선한 일을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노동자들이 그 일에 참여해서 그들 사이에 진정한 화합을 이루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


-현대 산업 자본주의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단결’과 ‘협동’의 가치를 내걸고 지금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몬드라곤은 로버트 오언 식의 이상사회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 공동체의 실제 모습이다.-

   





[책 속의 길] 56
전화진 / 김천부곡사회복지관, 김천노인복지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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