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기 전에 꽃 구경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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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화 칼럼] "대구경북 정치를 바꿀 수 있는 묘수는 비정치영역"


 이 글은 선거평가서가 아니다.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시민운동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의 자성이라고 봐도 좋다.

 휩쓸고 갔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찌하였든 한국사회는 몇 개월간 모든 것을 정치에 몰아넣고 정치만을 바라보았다. 이제 지나갔다. 무엇이 남았는가? 무엇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가? 절망하고 분노하는 분들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만큼 기대가 높았고 열정이 뜨겁기 때문이기에 절망의 대상이 외부에 있지 않고, 분노의 대상이 외부에 있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어느 광고가 생각난다. 두통약 광고인 듯 한데, 기대가 크고 심취하고 열정적이지만 기대가 빗나갈 때 그 머리아픔을 달래는. 탓하려면 열정을 탓하자.

 그렇지만 아프다. 뭔가 될 것 같았는데 오히려 한 걸음 뒤로 간 듯한 지금이 아프다. 대구에서 한 두석은 바꾸어야 해!라고 했던 사람들의 변심이 아프다. 몇 십년간의 구애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유권자의 손길이 아프다. 국가에 대한 비전이나 컨텐츠가 전혀 보이지 않은 그에게 쏠리는 맹목이 아프다. 아프다. 그 결과 더욱 비전이 보이지 않은 대구경북이 아프다. 대구경북에 살면서 잠시 수도권에 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 우리가 아프다. 정치를 하기 위해 ‘정치’만 한 우리가 아프다. 야권연대를 제시하면 모두가 따라와줄 줄 알았던 우리가 아프고 이를 받아준 사람이 아프고 받아주지 않은 사람이 아프다. 처음으로 본격적인 시민정치운동을 선언하고도 정치도 아니고 시민정치운동도 아닌 그 어정쩡함이 아프다. 별로 한 것 없고 할 것 없었던 내가 아프다.

 그래서? 그래서 뭐? 별로 아플 것도 없다.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지 않은가. 선거 처음 치러본 것도 아니고 시민운동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한 두 번 실망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대수롭지 않게 보자는 것이 아니고 대담하게 보자는 거다.

 우선, 모든 것이 선거로 치환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선거로 인해 오히려 지역의 이슈가 사라지고 비정치 영역(시민운동, 풀뿌리운동, 사회적경제 운동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듯하게 처리되는 것은 못 마땅하다. 더구나 정권의 실정, 부패와 불법에 기대어 큰 변화(야권 과반수 의석 혹은 대구에서 한 두석의 야권 후보 당선 등)가 일어날 것이므로 그야말로 몰빵한 것은 문제이다. 미래에 대한 기획이 빠졌다.

 ‘내민 나의 손이 떳떳한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아니 더욱 정확하게 표현하면 다음 선거에는 표를 달라는 나의 손이 떳떳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선거 때가 되면 나타나는 후보가 아니라 일상에서 활동하는 정치인, 동네에서 동네의 사람들과 동네의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정치인이 있었는가를 봐야 한다.

 요란했다고 본다. 우리끼리의 잔치가 아니었나 싶다. 그 많은 정치콘서트, SNS를 통한 수많은 말들, 주장들이 우리 내에서만 소통되고 나아가서 자가증식된 것은 아닐까. 몇 년 전 이와같은 방식으로 재미봤다고 지금도 재미 볼 수는 없다. 안일한 거지.

 우울해 할 것도 없고 실망할 것도 없다. 여전히 우리는 시작하고 있다. 시민정치운동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만큼으로 과거와는 다른 준비와 기획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번 선거를 통해서 젊고 능력있는 정치인이 발굴되었다. 큰 자산을 얻었고 이들과 함께 준비하면 된다. ‘5년만 동네에서 일하면 지방의원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내가 한 말이다. 비정치로 정치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대구경북의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묘수는 비정치영역이 바탕이 되는 것이다. 동네운동, 풀뿌리운동, 협동조합운동을 비롯한 사회적경제운동이 성장해야 한다. 적어도 대구에서는 시민정치운동도 여기에서 힘을 얻어야 된다. 비정치영역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그 확인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이제 잠시 여유를 가져보자. 더 늦기 전에 꽃구경이라도 가자. 진달래며 개나리, 벚꽃이 너무 예쁘다. 노란 산수유는 어떤가? 집앞에서는 목련이 당신을 반겨줬겠군. 모두 당신을 위해서 핀 꽃. 당신이 함께 해줘야 해.






[윤종화 칼럼 10]
윤종화 / 대구시민센터 상임이사.  yoonj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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