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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노동절, 대구시민들께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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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임성열 / "노동 문제 해결 없는 '복지사회' 얘기는 허구"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쟁취하기 위해서 어떤 희생을 당해야 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는 하루 12시간~17시간의 장시간 노동과 주 7달러의 저임금에 못 견딘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러나 100달러 지폐로 담배를 말아 피우던 자본가들과 정권은 그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습니다. 파업 중인 어린 소녀를 비롯한 6명의 노동자를 살해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체포되어 장기형이나 사형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5월 1일이 되면 그 날의 투쟁을 기리고 있고, 올 해로 122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2012년 세계노동절을 맞이해서 우리의 노동현실을 다시 한 번 돌아봅니다. 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야 했던 120여 년 전의 일들이 오늘도 생생하게 느껴질까요?
노동자들의 고단한 노동과 생활은 한 세기 이상을 지나도 별반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 졌을지 모르지만, 그 풍요 속에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더 큰 상실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4월의 마지막 날, 교육청 앞에서는 학교에서 급식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파업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 여성노동자들의 평균근속은 10년이 넘지만, 그녀들이 받는 임금은 월 83만원이 다였습니다. 그녀들은 정해진 급식인원보다 40~50명을 초과한 하루 150명~170명의 아이들에게 급식을 하면서 온 몸이 골병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학교장과 교육감에게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8개월 동안 교섭을 했지만, 교장들과 교육청은 월 5만원의 임금도 인상할 수 없고 오히려 그녀들에게 점심 식대로 월 4만원을 지불하라고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직장폐쇄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학부모에게 아이들 점심도시락을 싸 보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녀들에게 월급 5만원을 인상하여 준다고 해도 한 학교에서 추가로 지불되는 비용은 불과 년 300만원~400만원에 불과합니다. 너무 어처구니없지 않습니까? 학교가 이럴진대 일반 기업의 경우는 어떨까요?

대구지역 학교급식실 조리원 파업 돌입 기자회견(2012.4.30.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학교급식실 조리원 파업 돌입 기자회견(2012.4.30.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실 대기업의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받는 임금이 그렇게 지탄받아야 할 정도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온갖 잔업과 특근, 휴일 특근 등을 하지 않으면 기본급으로 도저히 살아가기 힘든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에서 15년을 근무한 노동자의 기본시급이 7,500원에 불과합니다. 기본급만으로 따지면 월 140여 만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언론과 정부, 그리고 사용자들은 그런 사실을 숨긴 채, 그들이 탐욕을 부리는 것처럼 떠들어 댑니다. 마치 대기업노동자들 때문에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더 힘들게 사는 것처럼 여론을 왜곡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삼성과 현대와 같은 대기업에 의해 선택받은 소수를 제외하곤 우리 사회에서 노동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용불안에 쫓기고 저임금에 시달리고, 장시간 노동과 산업재해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해고를 당하면 그 순간 생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더라도 저임금의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은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고,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그 순간 엄청난 탄압이 시작됩니다. 노동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는 주장은 빨간색으로 덧칠당하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구호는 최선의 가치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제122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이해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는 것이 환상에 불과한 지 되물어 보고 싶습니다. 세계의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노동을 천대하는 나라가 흥한 예는 없었습니다. 대부분 서민들은 노동자이거나 노동자의 가족입니다. 또 그들 중 절반이상은 비정규직이고, 상당수는 저임금과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결국 노동의 문제는 이 땅을 살아가는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의 문제이고,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노동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복지사회를 이야기하는 것은 허구임이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에 의해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넘쳐나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민생을 얘기할 수 없고, 장시간 노동과 산업재해로 죽어나가는 노동현장을 그냥 두고 선진국을 바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일해도 더욱 가난해지는 현실을 외면한 채 소득 몇 만 불을 자랑할 수 없고,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사회갈등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런 노동문제를 이젠 노동자만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나의 문제이고 내 자식의 문제이고, 형제자매와 이웃의 문제임을 자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시민들도 왜곡된 노사관계를 바로 잡는데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고]
임성열 /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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