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2천여명이 청구한 의무급식 조례, 기약없이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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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재식 / "조례 제정운동 1년...시간 끌기에 불통, 대구시의원 입만 쳐다볼 것인가"


<친환경의무급식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의무급식 실현"과 "경쟁교육 중단" 촉구 기자회견(2012.7.4 대구시교육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친환경의무급식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의무급식 실현"과 "경쟁교육 중단" 촉구 기자회견(2012.7.4 대구시교육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제 208회 대구시의회 임시회가 7월19일 폐회했다. 8월에는 대구시의회가 잠정휴업 상태고, 9월5일 부터 시작되는 209회 임시회에서도 의무급식 조례가 제정될 지 미지수다. 대구시민 3만2천여명의 이름으로 청구한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의무급식 조례)가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주민청구조례를 대구시에 접수하여 대구시장이 그 취지를 공포한 것이 2011년 8월25일이니 이날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게 된다. 물론 대구시의 시간끌기, 늦장처리로 조례가 2012년 3월20일 대구시의회로 넘어갔으니 대구시의회는 5개월 보름 밖에 안돼 좀 더 신중한 결정을 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항변할 줄도 모른다.

3만2천여명의 민원 위에 군림하는 대구시의회의 권위적인 자세


대구시의회로 넘어간 의무급식 조례 담당 상임위는 행정자치위원회이다.
그런데, 조례를 청구한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지금까지 행자위로부터 면담 한번 갖자는 전화 한통조차 받은 사실이 없다. 오히려 운동본부에서 찾아가면 마지 못해 짧은 시간 비공식적인 면담을 2~3차례 가진 것이 고작이고, 심지어는 6월11일 시민공청회를 앞두고 일방적인 패널지정에 대해 시의회 의장을 직접 면담하여 패널을 수정하기도 했다. 뻐듯하면 집행부에 대구시민의 대표기구인 대구시의회를 무시하느냐며 핏대올리던 대구시의회가 정작 집단민원을 제기한 주민청구조례 청구인들에 대한 행정서비스는 낙제점이고, 시민 무시로 일관하며 권위적인 냄새만을 물씬 풍기고 있다. 하반기 의회 원구성이 새롭게 되어도 의회의 태도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3만2천여명의 의무급식 조례 청구인들은 그저 행자위원들만 목메어 쳐다보고만 있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행자위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4월20일 행자위에서 안건심의를 한 바 있고, 이어 다음 회기에서 교육감을 상대로 시정질의를 통해 뻥튀기 예산과 교육철학에 대해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을 힐날하게 비판하면서 질타했다고... 그리고 시민공청회도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다.

'친환경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첫 안건심사(2012.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친환경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첫 안건심사(2012.4.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 전술효과는 뛰어났으나 궁극적으로 ‘골’을 넣을 생각은 없었다.

운동본부에서는 주민청구조례에 대한 대구시의회의 입장을 끊임없이 확인하고자 했다.
도대체 대구시의회의 입장은 뭔가?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 등 집행부를 질타하기는 오히려 쉽다. 왜냐하면 의무급식 비율이 어느 통계를 인용하더라도 대구는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아 불모지 지역이기 때문이다. 집행부처럼 마냥 재정탓으로도 돌릴 수도 없다. 재정자립도나 부채규모 등을 고려해도 대구보다 어려운 지역도 의무급식을 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민청구조례 제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난제를 떠맡은 대구시의회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 선택은 ‘공격이 바로 최선의 수비다’였을 것이다. 초반에는 공격이 먹혀 들었고, 여론의 주목도 받았다. 집행부의 상당수 변명이 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공격의 칼날도 무뎌졌다. 심지어 208회(7월) 회기에는 처리하겠다고 6월에 약속을 해 놓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지금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7월19일 208회 임시회 시작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피켓팅을 하면서 “의무급식 조례제정 합시다”라고 외치자, 들어오던 한 행자위 위원은 “무소속이 희소속”이라며 짧게 대꾸하고 입장했다. 서명한 3만2천여명에게 무소속이 희소속이니 더 기다려라고 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독점하고 있는 의회 폐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독점하고 있는 대구시의회의 입장이 무엇인지 아직도 아리송하고 오리무중이다. 다양한 정치집단이 시의회를 구성했다면, 지금하고는 전혀 다른 양상 이었을 텐데.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오가고, 약간의 갈등은 있겠지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벌어졌을 것이다. 대구라는 지역에서 이런 지역정치현실을 꿈꾸는 것은 망상일까? 그런데, 의무급식 조례를 왜 제정하지 않느냐가 반문하면 의원들간에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란다. 다르면, 토론해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야지, 밀실에서 야합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들은 모른다. 대구시민위에 그들이 군림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답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무급식 실현"과 "경쟁교육 중단" 촉구 3보1배(2012.7.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의무급식 실현"과 "경쟁교육 중단" 촉구 3보1배(2012.7.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민청구조례 물타기를 경계한다.


대구시의회도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어 무작정 조례제정을 미룰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대구시의회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주민청구조례를 원안대로 제정하거나 기각하든지, 별도로 수정안을 제출하는 방법 밖에 없다. 지난해 8월에 주민청구조례를 제출한 운동본부에서는 법적으로 제출된 조례안에 대해 토시하나 조차 수정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오로지 대구시의회가 조례제정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행부의 눈치를 보며 그동안 재보고 있던 대구시의회가 갑자기 형식적인 수정안을 들고 나와 졸속심의로 통과시키는 경우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운동본부가 제출한 주민청구조례에는 △급식경비, 대상, 지원방법, 규모 등을 심의, 의결하는 친환경의무급식지원심의위 구성 △대구시 매년 친환경의무급식지원심의위 심의를 거쳐 급식지원계획 수립 △식재료의 원활한 공급과 투명성 제고로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급식지원센터 설치 △의무급식 총 경비 중 30%이상 대구시 분담, 나머지 구, 군과 교육청 협의 △2012년 초등, 2013년 중학교 등 의무교육기관 우선 시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내용과 별개로 대구시의회가 두루뭉실한 내용으로 책임도 없는 주민청구조례 수정안을 느닷없이 들고 나와 물타기 할 개연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의무급식 조례제정을 위해 다시한번 더 결의를 모으자

지난해 8월25일 대구시장이 청구취지를 공포한 이후 3만2천여명의 서명을 72일만에 받아 12월1일 대구시에 제출했다. 주민청구조례 제정운동을 시작한 지 1년, 서명받아 대구시에 청구인명부를 제출한 지 9개월동안 모든 관계기관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늦장처리, 시간끌기, 권위적인 태도와 불통이였다.
더 이상 대책없이 시간만 소비할 수 없다. 권위적인 시의원 입만 쳐다보며, 무작정 시의회 방청만 할 수 없다. 다른 지역은 점점 더 확대하고 있는 의무급식 조례를 더 이상 표류시켜서는 안된다. 작년 9월 시민들로부터 서명받으면서 조례를 반드시 제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초심으로 돌아가 운동본부의 새로운 결의가 요구된다. 






[기고] 은재식 /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친환경의무급식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집행위원장


○ '친환경의무급식 조례 제정운동' 경과
-. 2011. 7. 25 : 친환경의무급식 주민발의 조례제정을 위한 공청회
-. 2011. 8. 19 :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
-. 2011. 8. 25 : 대구시 ‘대구광역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청구 취지 공포
-. 2011. 9.  7 : 서명운동 시작(10.26 보궐선거 기간 14일 제외)
-. 2011. 12. 1 : 대구시민 서명 32,169명 청구인 명부 대구시 접수(서명시작 72만에 접수)
-. 2012. 3.  7 : ‘시간끌기, 늦장처리’ 대구시 규탄 집회
-. 2012. 3. 15 : 의무급식 조례제정을 촉구하는 대구전역 ‘골목길 투어’(3.15~3.20)
-. 2012. 3. 20 : 대구시 주민발의 조례 대구시의회 부의(대구시 접수 111일만에 시의회 넘김)
-. 2012. 4. 20 :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상정. 첫 안건심의, 보류
-. 2012. 6. 11 : 대구시의회 주최 공청회 개최
-. 2012. 7.  4 : 의무급식 시행 촉구 학부모 3보1배(교육청 - 우동기 교육감 자택)
-. 2012. 7. 19 : 대구시의회 208회 임시회 폐회,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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