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합동조사단에서 주민과 민간전문가들이 "조사단이 공정성을 잃었다"며 집단 사퇴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당국은 "모두 합의된 활동과 내용"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불산사고민관합동환경영향조사단' 주민대표 김상호 봉산리 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찬욱(61)씨를 비롯해 주민추천 민간전문가 김해동 계명대 환경학부 교수,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장, 조근래 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 등 5명은 5일 오후 구미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성 잃은 조사단을 규탄한다"며 "진정성 없이 '불검출', '영향 없음'만 반복하는 조사단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월 초 임천리 이장 박수호(50)씨와 김진희(62)씨도 같은 이유로 주민대표에서 사퇴해 합동조사단 전체 24명 중 주민대표 4명은 모두 빠지게 됐다. 게다가, 주민추천 민간위원 3명도 이날 모두 사퇴해 조사단에는 공무원 10명, 정부와 시민단체 추천 위원 7명 모두 17명만 남게 됐다. 이에 따라, 합동조사단은 앞으로 남은 위원만으로 주민건강과 환경영향조사를 벌이게 됐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조사단 '분석결과', '인사 구성', '운영 방식'에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공정성에 의문이 드는 조사단을 인정하고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10월 31일 민경석(경북대 교수) 합동조사단장이 발표한 '환경조사 분석결과'에 대해 "공기, 토양, 수질 모두 양호하고 생태계도 대조군에 비해 동일한 수준이라고 주장했지만, 낙동강에 유입된 사고지역 하천유출수 불소농도는 최고 4.7mg/L로 음용수 기준치 약 3배를 보였다"며 "사실상 낙동강 본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고 참혹함을 알려주는 농산물과 식생을 '조속히 제거하자'는 요구에 주민대표와 민간전문가들은 동의한 적이 없는데 마치 합의한 것처럼 발표했다"며 "문제를 종결시켜 주민을 복귀시키려는 의도로 조사단 본연의 의무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사단 인사 구성'에 대해서는 "환경청 의도가 반영된 인사로만 치우쳐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고,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견해 차이로 주민추천 민간전문가들이 빠져도 관과 관 추천 전문가로만 조사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김상호 대책위부위원장은 "환경당국은 진실성 있게 주민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태를 빨리 해결하려 갑작스럽게 결과를 발표했다"며 "백방으로 항의하고 수습해도 조사단 태도는 여전히 변하지 않아 허탈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해동 교수는 "5번 회의 중 2번 밖에 참석하지 않았고 심지어 연락이 늦게 오거나 문자로 통보를 받기도 했다"며 "게다가, 결과를 발표하며 불산이 영향이 없는 것처럼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옳은 행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류승원 회장은 "이유 없이 주민추천 민간전문가를 제외시킨 정부 인사 구성을 신뢰할 수 없다"며 "이런 형태로 꾸려진 조사단의 결과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근래 사무국장은 "정부는 우리 이의 제기를 '존중한다'는 말만 하고 실질적으로 자신들이 정한 결론을 발표했다"며 "조사단이 발표한 데이터는 결코 주민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환경당국은 "조사 방식과 운영, 결과 발표 모두 문제가 없다"며 "합의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윤웅로 대구지방환경청 기획과장은 "민간전문가와 주민대표는 정부 조사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을 적용하자'고 했지만 시간과 비용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그런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조사단 민간 포함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라며 "주민 입장을 듣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김도형 대구지방환경청 생태관리팀장은 "조사단 활동에 주민들은 항상 참석했고 결과 발표 전날도 회의를 통해 내용에 합의했다"며 "사퇴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27일 오후 경상북도 구미시 산동면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내 화공업체 (주)휴브글로벌 공장에서 불산(불화수소산) 탱크가 폭발해 유독가스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그 결과, 당시 현장 노동자 5명이 사망했고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11월 현재까지 1만2,243명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고 농작물 212ha가 피해를 입었다.
때문에, 봉산리 주민 120여명과 임천리 주민 220여명은 각각 구미시 백현리 환경자원화 설, 해평리 소년수련원으로 10월 6일 집단 이주를 떠났다. 사고 39일이 지난 현재도 복귀하지 못해 사고 일대 마을은 여전히 텅 빈 상태다. 이 가운데, 정부는 사고 10여일이 지나서야 사고현장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10.8)하고, 환경영향조사단(10.9)을 꾸렸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