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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칼럼] "서민, 약자들이 어깨 펴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오늘은 18대 대통령선거 후보등록일이다. 12월 19일 대선은 나라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선거치고 중요치 않은 선거가 있으랴마는 이번 대선처럼 중요한 선거도 없을 것이다. 왜 그런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는 완전 대척점에 서있다. 보수 대 진보, 특권 대 서민, 여성 대 남성, 유신 대 유신 피해자, 과거 대 미래의 건곤일척의 대결이다.

박근혜 후보는 여성 대통령을 구호로 내걸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박근혜 후보가 여성을 위해 한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박후보의 오늘까지 행보를 보면 여성의 대표가 아니고, 박정희 가문의 대표가 아닌가. 박근혜 후보는 20대의 나이에 최태민 목사와 함께 구국봉사단을 이끌며 유신의 한복판에 있었다. 박근혜 후보는 독재자의 딸이어서 문제가 아니라 그 자신 유신독재의 일부였던 게 문제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경제민주화를 용도폐기하고 김종인 위원장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재벌 순환출자 문제, 골목상권 보호 문제에서 박근혜 후보는 개혁을 외면한 채 노골적으로 재벌, 부자, 강자 편을 들고 있다. 말로는 민생을 외치는데 정책은 딴판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박근혜 후보는 민생은 안 챙기고 후보 단일화에만 매달린다고 질타했다. 정권교체만큼 민생을 살리는 데 더 중요한 방도가 없으니 후보 단일화야말로 민생 살리기에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진보가 집권해야 민생이 살아난다.

따져 보자. 민생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나? 바로 이명박 정부의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운다) 때문이다. ‘줄푸세’ 한답시고 이명박 정부 5년간 82조원의 부자 감세가 있었다. 이것만 안 했어도 어마어마한 복지가 가능했을 것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쏟아 붓지만 않았어도 상당한 복지가 가능했을 것이다.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은 새누리당 민생파괴의 주범이다. 이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는 동안 박근혜 의원은 한 번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박근혜 후보가 민생을 논한다면 이거야말로 병주고 약주고가 아니고 무엇인가.

줄푸세는 이명박 대통령의 창작이 아니다. 원래 박근혜 후보의 5년전 대선 공약이다. 5년 전 이명박후보의 공약은 다 알다시피 ‘747’(연 7% 성장, 4만 달러 소득달성, 7대 경제강국 진입)이었는데 집권 초기에 세계적 경제위기가 오면서 747의 꿈은 담배 연기처럼 허공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 대신 이명박 정부가 채택한 것이 바로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였다. 5년전 ‘줄푸세’ 공약을 박근혜 후보에게 제공한 걸로 알려져 있는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이 최근 김종인 박사 대신 캠프에서 힘차게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집권하는 날에는 ‘줄푸세’가 한층 강화될 것이니 민생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은 또 어떤가. 인혁당과 정수장학회에 대해 두 차례 사과 기자회견을 하긴 했지만 오랜 세월 화석처럼 굳어진 역사인식이 어느 날 갑자기 달라질 리가 없다. 정수장학회는 누가 봐도 장물인데, 여전히 내놓을 생각이 없다. 어디 정수장학회 뿐이랴. 영남대도 있다. 영남대는 1966년 삼성 이병철회장의 사카린 밀수사건이 크게 사회문제가 되자 경영일선에서 후퇴하면서 내놓은 대구대와 대구의 다른 민립대학인 청구대를 합쳐 1967년 새로 탄생한 대학이다. 대구대는 독립운동 자금을 대던 경주 최부잣집을 비롯한 여러 유지가 자금을 내어 설립한 민립대학이며, 청구대학 역시 독립운동의 전통을 가진 다른 최씨 집안에서 세운 민립대학이다. 두 개의 빛나는 전통을 가진 민립대학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돈 한푼 내지 않고 꿀꺽 삼켜 설립자로 등장한 것이 현재의 영남대다. 지금도 영남대 이사를 네 명씩이나 박근혜 후보가 지명하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하는가.

맹자 말씀에 인간에게는 원래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는데 양심이 있다면 이런 일은 차마 못한다. 사건의 발단이 된 삼성의 사카린 밀수사건만 해도 그 실제 책임자는 박정희대통령이었다는 충격적 증언이 나와 있다(이맹희,『묻어둔 이야기』).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말은 다 좋다. 그것을 실천하려면 무엇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불통의 정치인 박근혜 후보가 복지국가, 경제민주화를 외치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민생을 파괴한 줄푸세의 창시자가 민생을 외치고 다니니 이런 역설이 또 없다. 줄푸세는 복지국가, 경제민주화의 반대말인데 박근혜 후보는 이 셋을 다 하겠다고 하니 자가당착이다.

우리 국민은 이제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유신세력에게 나라를 또 넘겨줄 것인지, 서민 출신의 민주인사에게 나라를 맡길 것인지. 한국은 바야흐로 백척간두의 벼랑에 서 있다. 12월 19일 유권자들의 선택에 따라 나라의 전진, 후퇴가 결정될 것이다. 모두 투표장에 나가 민주시민의 의무를 다하자. 특권과 반칙의 시대를 끝내고 서민, 약자들이 어깨 펴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새 시대의 문을 활짝 열자. 아! 드디어 열릴 신천지, 새 세상이 바로 눈앞에 와 있다.






[이정우 칼럼 8]
이정우 /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문재인 후보 경제민주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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