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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폭행에 시달린 베트남 신부, '강제출국' 위기
대구출입국 "남편 잘못 소명 미진, 체류 불허" / "이혼조정으로 충분히 소명, 행정소송"
2013년 06월 19일 (수) 09:04:27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한국인 남편의 폭행에 시달리다 올해 이혼한 23살 베트남 이주여성 리엔(가명.대구 달서구)씨는 지난 13일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체류연장불허가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대구지방법원에 냈다.  배우자의 귀책사유로 이혼했을 경우 체류기간을 보장 받아야 하지만 대구출입국사무소가 "체류불허"를 결정하고 "21일까지 출국하라"고 통보해 소송을 진행하며 출국기한을 유예시키기 위해서다.  

"사랑 한번 못 받고 남편 폭행에 매일 시달렸다. 목 조르고 숨도 못 쉬게 코와 입을 막았다. 사람들 있는 데서도 때렸다. 옆에 누우면 너무 무서워서 경찰에 신고도 못했다. 시어머니는 나만 혼냈다 내가 못된 여자라서 그렇다고 했다. 나는 남편 잘못되게 한 것 하나도 없다. 모두 사실이다 결혼할 때 한국에 잘 살고 싶어 왔다. 잘못은 남편이 했는데 왜 내가 벌 받나? 억울하다. 한국에 살게 해달라" 

   
▲ 대구지방법원에 가기 전 변호사 사무실에서 '리엔'씨의 뒷모습(2013.6.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출입국사무소가 이혼한 베트남 이주여성에게 "강제출국"을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출입국사무소는 지난 7일 리엔씨에게 '체류기간연장 불허결정통지서'를 보내고 "한국인 배우자의 귀책여부와 국내체류 불가피성 소명이 미진하다"며 "출입국관리법시행령 제33조의 규정에 따라 체류기간연장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정된 출국기한 6월 21일까지 출국하라"고 통보했다.

문삼석 대구출입국사무소 체류팀장은 "이혼했을 경우 외국인은 체류연장을 위해 배우자 잘못을 증명해야 한다. 그것은 본인 몫이다. 만약 폭력을 당했다면 진단서나 경찰 조사 등의 증명서도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엔씨의 경우는 증거 부족으로 배우자의 잘못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고 남편에게 받은 위자료 금액도 1백만원이라는 소액이여서 체류연장 이유로는 부족했다"고 밝혔다.  

   
▲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가 보낸 '체류기간연장 불허결정통지서'(2013.6.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난 2009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만 18세의 리엔씨는 결혼 중매업자인 할머니 친구로부터 한국인 남편을 소개받았다. 친정아버지가 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자신도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남편이 같은 종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호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리엔씨는 베트남에서 남편과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2월 비자를 발급받아 시부모님이 살고 있는 한국 부산으로 왔다.

그때부터 남편은 이상해졌다. 시부모님 앞에서 '아이'처럼 행동했다. 혼자 옷도 입을 줄 모르고 대소변도 잘 못 가렸으며 밤마다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일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국가 수급을 받는 지적장애인이었다. 베트남에서의 행동은 결혼중매인 지시대로 움직인 것이었다. '사기결혼'이었다.

더 큰 문제는 남편의 폭행이었다. 남편은 밤마다 리엔씨의 목을 조르고 코와 입을 막아 숨을 쉬지 못하게 했다. 심한 날은 손과 발로 아랫배를 마구 폭행했다. 시어머니께 도움을 요청했지만 "널 사랑해서 그렇다. 임신 못하면 베트남에 보낸다"는 말만 했다. 남편의 폭행은 더 심해졌다. 사람이 많은 길거리에서도 이유 없이 소리치고 손발을 휘둘렀다. 시아버지는 도움을 주기는커녕 "남편과 왜 잠자리를 가지지 못하냐", "잠자리 갖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등의 말만 했다.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다.

   
▲ 결혼 당시 발급받은 리엔씨의 F-2(국민의 배우자)비자(2013.6.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국어 할 줄 모른다. 집에 갇혀만 있었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병원 갈 생각도 못했다. 큰소리로 도움 요청해도 안 도와줬다. 숨도 못 쉬고 살았다. 시어머니는 여권도 숨기고 집에 못 가게 했다"  


때문에, 리엔씨는 지난해 6월 친구의 도움을 받아 대구로 피신을 왔다. 그리고, 대구이주민선교센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에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10개월 가까이 부산과 대구를 오가며 이혼조정을 거쳐 올해 법적으로 남편과 갈라섰다. 이 과정에서, 부산지방법원 가정지원은 "한국인 배우자 귀책사유가 인정된다. 남편은 위자료 1백만원을 리엔에게 줘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혼 후 리엔씨는 대구출입국사무소에 F-2(국민의 배우자)에서 F-6(체류・노동)로 비자 변경을 신청했다. 대한민국 국민과 결혼한 외국인의 경우 한국인 배우자 귀책사유(사망・가정폭력 등)로 이혼하고 이를 입증하면 2년 이상 한국에 거주하지 않아도 F-6비자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출입국사무소는 지난 5월 9일 리엔씨를 따로 불러 조사하며 "위자료 금액이 적다", "배우자 책임 여부 증명이 미진하다", "거짓말이다", "이혼했으니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다"며 "F-6비자도 줄 수 없고 체류기간도 연장시켜 줄 수 없다"고 했다. 이후, 시민단체가 대구출입국사무소장을 찾아 "인권침해"라고 항의하자 소장은 "체류를 연장시키겠다", "사과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구출입국사무소는 이달 7일 '체류기간연장 불허결정통지서'를 보내고 "14일 안으로 출국하라"고 통보했다. 

   
▲ 이혼 전 부산에서 친구 딸과 사진을 찍은 리엔씨(2013.6.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리엔씨는 13일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체류연장불허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또, 소송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한국에서 머물 수 있게 됐다. 이번 소송을 맡은 이승익(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 변호사는 "이혼조정서에 잘 쓰지 않는 위자료까지 기재돼 있어 남편의 귀책사유가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귀책여부를 판단하는데 위자료 액수 기준은 없다. 금액이 적다고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출입국사무소가 실질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최종결정이 미진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소송이 6개월쯤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는 "위자료를 1백만원으로 한 것은 남편 사정을 고려한 것이지 폭행한 죄가 가벼워 그런 것은 아니다"면서 "조정 결과로 남편 귀책사유가 충분히 소명돼 더 입증할 것이 없다. 대구출입국사무소는 리엔을 그만 괴롭히고 우리나라 땅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결혼이주여성이 이혼했다고 출국을 명령하는 것은 사회의 죄악이다. 물건을 사온 것이 아니라 사람을 데려왔다. 더군다나 결혼이주는 정착하러 온 사람들이다.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형제로 데려왔다. 불행을 당하면 국가가 보듬어줘야 한다. 내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주여성은 남편이 때릴 때마다 신고하고 진단서 떼고 상담기록을 남겨 증거로 가져올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며 "국민의 배우자로 아리따운 청춘을 바쳐서 행복하게 살려고 온 한국이다. 사기결혼에 속고 남편 폭력에 울고 있는 이주여성을 두 번 울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체류를 연장하고 비자를 발급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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