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에 고개 떨군 아이들..."파행 심각"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6.25 15: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 교육단체 "줄 세우기ㆍ사설 문제집 강매ㆍ심야자습 강제...전면 폐지"


"일제고사를 치면 게시판에 1~100등까지 성적을 공개한다. 작년 이과반 우등생이 자기보다 점수가 낮은데도 반에서 1등을 한 문과반 학생 점수를 보고 '쪽팔리게 이 점수로 1등을 하나. 나보다 낮은데'라고 말하더라. 비아냥과 상처가 난무한다. 누가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기성세대 책임이다"


강성규 대구성서고등학교 국어교사는 25일 이같이 말하며 201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일명 '일제고사'를 비판했다. 특히, 고교생들이 매년 치르는 중간ㆍ기말고사, 4번의 연합학력평가, 사설모의고사, 수행평가, 영남권 학력평가를 언급하며 "시험, 시험, 시험의 연속이다. 여기에 일제고사까지 더해져 아이들은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일제고사를 폐지하든지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하는 학부모(2013.6.25.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하는 학부모(2013.6.25.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늘 시행된 '일제고사'에 대해 대구지역 학부모와 교사 단체가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전교조대구지부>와 <평등교육학부모회>는 25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공교육 다 죽이는 일제고사.특권경쟁교육 폐기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 대비하느라 교육 '파행'은 넘쳐나고 '교육'은 사라지고 있다. 0교시, 심야자습으로 학생 인권은 유린당하고 있다"며 "파행 주범 중ㆍ고등학교 일제고사를 전면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학부모와 교사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일제고사를 치르는 대구지역 중학교들이 "학생들에게 방과후학교를 강제하고, 방과후학교를 희망하지 않은 학생에겐 자습을 강제하고 있다"며 "심지어 남부교육청에는 한 중학교가 특정 사설 문제집을 강매토록 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어 일제고사를 둘러싼 파행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공교육 다 죽이는 일제고사.특권경쟁교육 폐기를 위한 기자회견'(2013.6.25.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공교육 다 죽이는 일제고사.특권경쟁교육 폐기를 위한 기자회견'(2013.6.25.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지난 2011년 대구시의회가 학생 건강권을 고려해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는데도 "일제고사가 시행돼  고등학교들은 밤 10시 이후 심야자습과 성적우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우등반자습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교육부와 대구교육청은 교육자치의 정신을 살려 현재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대안을 마련하기보다 학생 서열화와 경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누구나 행복하고 인권이 존중되며 소통하는 교육"을 위해서는 ▶일제고사 ▶밤 10시 이후 심야자율학습 전면 폐지 ▶소수특권교육 강화하는 국제고등학교 건립 ▶강제자습ㆍ보충수업 ▶학교평가 중단 ▶불필요한 행정업무 축소위한 교원업무표준안 제정을 촉구했다.

(왼쪽부터)강성규 대구성서고등학교 국어교사, 김광미 평등교육학부모회 집행위원장, 천재곤 전교조대구지부장, 최원혜 전교조대구지부 사무처장(2013.6.25.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강성규 대구성서고등학교 국어교사, 김광미 평등교육학부모회 집행위원장, 천재곤 전교조대구지부장, 최원혜 전교조대구지부 사무처장(2013.6.25.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광미 평등교육학부모회 집행위원장은 "우리 아이는 매년 이날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제고사를 치지 않고 다른 체험학습을 가기 때문에 결석처리가 되기 때문이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일제고사 같은 줄 세우기 시험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재곤 전교조대구지부장은 "우리나라 아이들은 국제학업 성취도평가에서 매년 최상위를 기록하지만 흥미도는 꼴찌다. 우수하지만 불행하다는 것"이라며 "교육은 스포츠처럼 남을 짓밟고 일어서는 경쟁이 아니다"고 했다. 최원혜 전교조대구지부 사무처장은 "2008년 일제고사 시행 이후 탈학교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의 수치가 경쟁교육의 또 다른 이면이다"고 지적했다.

변홍철(44) 녹색당 정책위원장이 25일 아침 등교시간에 수성구  경신고등학교 앞에서 '일제고사 폐지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 제공.변홍철
변홍철(44) 녹색당 정책위원장이 25일 아침 등교시간에 수성구  경신고등학교 앞에서 '일제고사 폐지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 제공.변홍철

앞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에 일제고사 시행을 강제했다. 초등 6학년과 중등 3학년, 고등 2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국어ㆍ수학ㆍ영어를 비롯한 5개 과목을 시험 친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학부모와 교사 반발로 초등 대상 일제고사는 폐지됐다. 시험 과목도 국어ㆍ수학ㆍ영어 등 3개 과목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각 학교와 학생의 일제고사 선택자율권은 여전히 보장되고 있지 않다. 교육부가 최근 각 시ㆍ도교육청에 보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세부 시행계획표'를 보면 학생이 체험학습을 신청할 경우 학교장이 이를 승인하지 못하도록 돼 있고, 일제고사를 이유로 등교하지 않는 학생에 대해서도 '무단결석'으로 처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등교했으나 시험을 치지 않은 학생은 '무단결과'로 처리된다.

한편, 전교조대구지부와 평등교육학부모회는 25일 대구에 있는 몇몇 중ㆍ고등학교와 대구교육청 앞에서 '일제고사 폐지 촉구' 1인 시위를 벌였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