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고공농성' 건설노동자 체포영장ㆍ노조 간부 연행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11.0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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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검찰ㆍ경찰이 건설업체 불법 비호, 노동자 석방" / 경찰ㆍ업체 "업무방해, 농성 위법"


대구의 건설노동자 3명이 "단체협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아파트 건설현장 타워크레인에서 한달 가까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이들 노동자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경찰은 이들 노동자를 위해 집회를 한 건설노조 간부들을 연행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구지방검찰청은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서재지구 동화아이위시 아파트 건설현장 50m 높이 타워크레인에서 "단체협약 이행"과 "어용노조 해체"를 촉구하며 지난 10월 10일부터 26일째 고공농성 중인 배진호(28)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 조직부장과 권오준(50) 건설지부 수석부지부장, 박경태(46) 건설지부 지구장 등 3명에 대해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지난 2일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동화주택'의 하도급업체인 '석종건설'은 '공사방해'를 이유로 이들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대구달성경찰서는 지난 1일 건설현장에서 집회를 하던 이모(47) 건설노조대경지부장과 최모(51) 건설노조대경지부 금호지구장직무대행을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3일 연행하고, 같은 혐의로 조모 전 건설노조대경지부 지도위원을 쫓고 있다. 이 지부장과 최 직무대행은 달성경찰서에 연행된 뒤 성서경찰서로 이감돼 조사를 받고 있다.

"어용노조 해체"를 촉구하는 건설노동자들(2013.11.4.대구지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어용노조 해체"를 촉구하는 건설노동자들(2013.11.4.대구지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지부장과 최 직무대행을 포함한 건설노조대경본부 소속 조합원 8백여명은 지난 1일 계명대네거리에서 '민주노총 건설노동자 총력투쟁 2차 결의대회'를 열고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 동화아이위시 아파트 건설현장까지 도보행진을 진행했다. 원청업체인 동화주택과 하도급업체인 석종건설, 한국노총 영남건설노조가 지난달 15일부터 민주노총 조합원의 현장 진입을 막고, 고공농성 중인 건설노동자들의 신변을 돌보던 타워크레인 아래 건설노동자 2명도 현장에서 내쫓아 이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건설노조는 건설현장 출입을 막고있던 담장을 뜯어내고 현장에 진입해 경찰병력, 동화주택과 석종건설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 영남건설노조 조합원 등 모두 2백여명과 마찰을 빚었다. 이를 이유로 업체 측이 이 지부장을 포함한 건설 노조 간부 3명을 경찰에 고발해 연행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경지부는 4일 대구지검 앞에서 '건설노동자 탄압하는 검찰청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연행자 석방", ▶"단체협약 이행", ▶"시다오께 노조(어용노조) 해체", ▶"석종건설 퇴출", ▶"불법하도급 중단", ▶"불법하도급 시행 건설업체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건설노동자 탄압하는 검찰청 규탄 기자회견'(2013.11.4.대구지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건설노동자 탄압하는 검찰청 규탄 기자회견'(2013.11.4.대구지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조는 "부실공사와 노동착취 원흉인 건설업체 불법행위를 검찰과 경찰이 오히려 비호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특히, 지난달 29일 새벽 2시 30분쯤 동화주택 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이 만취한 상태로 타워크레인에 올라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등 위협을 가한 것과 건설노조 간부 연행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반인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해근 건설노조대경지부 비대위원장은 "법과 약속을 어긴 것은 건설업체"라며 "왜 애꿏은 노동자들만 체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성열 민주노총대구본부장과 백창욱 대구진보민중공투본 공동대표도 "무고한 노동자들을 석방하고 불법과 폭력을 저지른 건설사주를 벌하라"고 촉구했다.

(왼쪽부터)이해근 건설노조대경지부 비대위원장, 임성열 민주노총대구본부장, 백창욱 대구진보민중공투본 공동대표(2013.11.4.대구지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이해근 건설노조대경지부 비대위원장, 임성열 민주노총대구본부장, 백창욱 대구진보민중공투본 공동대표(2013.11.4.대구지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건설업체 측과 경찰은 "합법적 연행"이라며 "고공농성부터 먼저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석종건설 이종래 이사는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농성으로 크레인을 사용 못해 차질을 빚어 손해를 입었다"면서 "이런 횡포 때문에 고발했다. 농성을 풀고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또, "인사권은 사업주 권한"이라며 "노조가 관섭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아니라 노조 측에 있다"고 반박했다.

달성경찰서 관계자 역시 "1일 집회에서 위법상황이 적발돼 연행했다"면서 "경찰이 불법을 비호하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공농성은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합당한 주장이어도 위법성이 있으니 중단하는 게 좋다"며 "조사 중인 사건이니 결과를 좀 더 두고보자"고 답했다.

앞서, 지난 8월 민주노총 건설노조대경지부는 동화주택・석종건설과 '다른 단체는 교섭단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작업자 채용 시 민주노총건설지부 조합원을 우선 채용한다', '지역노동자 80% 이상 직고용 한다'는 단체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석종건설은 지난 9월 설립된 한국노총 영남건설노조와 재단체협약을 맺고 영남건설노조 노동자들을 현장에 투입해 민주노총 측에는 "일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는 '하도급업자의 경우 계약을 맺은 사람 이외에 또 다른 사람에게 다시 하도급을 할 수 없다'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위반으로, 건설업을 등록한 시.군.구청에서 영업정지처분이나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노조는 사측에 수차례 문제해결을 촉구했지만 사측은 "문제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후, 배 조직부장과 권 수석부지부장, 박경태 지구장은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한편,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경지부는 4일 저녁 6시 달성군 다사읍 서재지구 동화아이위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연행자 석방, 석종건설 퇴출, 어용노조 해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민주노총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는 오는 6일 오전 11시 동화주택 관련 공사진행 중단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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