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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이주민' 인권운동 10년
<대구이주민선교센터> 10돌 / 박순종 목사 "체불ㆍ산재ㆍ소송 매년 늘어...함께 살자"
2013년 11월 19일 (화) 09:37:38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정부가, 대구시가 이주민의 고통과 아픔을 들어주고 한국인과 같이 공평하게 대해주면 대구이주민선교센터 역할이 없어져도 괜찮다. 그러니, 제발 차별을 멈추고 함께 살자. 이주민도 우리 이웃이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 공동대표 박순종(49) 목사는 창립 10주년 행사를 앞둔 18일 이 같이 말하며 한 숨을 내쉬었다. "올해도 일이 많았다. 상담 내용을 보면 이주노동자 체불이 94건, 산업재해는 16건, 민.형사 소송은 20건, 결혼이주여성 이혼소송은 14건, 이주민 자녀 문제는 2건이었다. 매년 늘어나는 수치에 나조차도 놀랐다"며 "정부와 대구시가 이주민 인권을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 "제발 차별을 멈추고 함께 살자"...박순종 목사(2013.11.18.이주민센터)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에서 이주민들의 인권보호에 힘써 온 <대구이주민선교센터>가 창립 10돌을 맞았다. 지난 2003년 11월 11일 중구 대봉2동에 닻을 올린 대구이주민선교센터(이주민센터)는 "인권, 정직, 친절, 자원봉사, 연대・공동체, 신앙"을 가치로 내걸고 10년 동안 대구에서 이주민들의 인권운동을 벌여왔다.

이주민센터는 설립 당시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센터 이름을 '대구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라고 지었다. 이 과정에서 2004년에는 대구지역 중견업체를 상대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산업연수생 취업보증금 제도를 폐지했고, 지하철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은 중국여성노동자 산재문제에도 발 벗고 나서는 등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법과 정책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다.

   
▲ 이주민센터에 걸린 예전 간판. 아래는 중국어와 베트남어로 '어서오세요'라고 적혀있다(2013.11.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주노동자 뿐 아니라,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민 자녀 등 다양한 형태의 이주민에 대한 상담횟수가 늘어나 지난 2008년부터는 '대구이주민선교센터'로 아예 이름을 바꿔 활동하고 있다. 특히, 임금체불과 산재, 출입국문제, 결혼과 가족문제, 폭행(성폭행) 등 각종사고, 사업주 상담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인권보호' 사업과 봄ㆍ여름야유회, 여름캠프, 추석ㆍ설날ㆍ성탄절 행사, 체육대회, 생명평화학교, 한국문화 이해 프로그램, 한글교실을 포함한 '문화사업'을 해마다 펼치고 있다.  

또, 의료와 법률지원, 나라별 공동체 구성, 귀국 적응 프로그램, 에벤에셀 키즈센터(이주가정 영유아 탁아방)와 엘림이주가정센터(이주민 출산, 육아, 부부문제 상담지원), 생활쉼터 운영을 비롯한 '복지사업'도 벌이고 있으며, 미등록외국인근로자들에게(보험없는 이주노동자 중심) 병원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특정 병원과 무료진료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 결과, 베트남하노이센터와 중국칭다오센터를 각 나라에 설립했고, 올 12월 초에는 대구 팔달시장 근처에 베트남인교회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 박 목사와 함께 일하는 서에스더 목사(왼쪽)와 베트남 이주민 빅하인씨(2013.11.18.이주민센터)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현재 이주민센터는 박순종, 고경수 목사가 공동대표로 있고, 서에스더, 윤일규 목사, 이영미 전도사, 베트남 이주민 빅하인씨가 번역과 상담 역할을 맡고 있다. 한편, 오는 19일 저녁 7시 30분에는 남구 봉덕3동에 있는 우봉아트홀에서 10주년 기념후원음악회 '평화愛콘서트'를 연다. 수익금은 이주민 환자돕기와 베트남인교회 설립기금으로 사용된다. 

10년 동안 한결같이 이주민들과 만나온 박순종 목사는 "올해는 5천명 정도의 이주민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참 많이 만났다. 나도 지칠 때가 있다. 하지만 말도 안통하는 타지에 청춘을 바쳐 일하러 온 이주민이 여길 찾는 이유는 마지막으로 아픔을 털어놓으려 오는 것"이라며 "그들의 얘기를 듣고 현장에 가보면 아직 이런데가 있나하고 화가 날 때가 많다. 그 힘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 대구에서 10년 동안 이주민 인권운동을 한박순종 목사(2013.11.18.이주민센터)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아직도 마음에서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당시 사망한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 엘킨씨가 그렇다. 엘킨씨는 생전 8년 동안 대구 논공에 있는 재활용공장에서 쓰레기를 녹이는 일을 했다. 체불임금으로 상담을 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는 불법체류자로 등록돼 여수로 강제연행된 뒤 체불임금 5백만원을 받을 때까지 귀국할 수 없다며 1년 가까이 보호소에 감금돼 살았다. 그러던 중 화재가 발생했고,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문을 잠궈놓는 바람에 다른 이주노동자 10여명과 목숨을 잃고 말았다.

"불이 나면 문을 열어줘야 하는데, 이 사람들 눈에는 사람을 살리는 것 보다 도망가는게 더 큰 문제였다. 그래서, 죽었다. 문을 열었으면 이 친구들이 살았을 텐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보호소가 아닌 강제수용소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이주노동자 인식이 그정도 수준"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어제만해도 구미 출입국사무소 단속을 피해 도망치던 이주노동자가 화장실 창틀에 찔려 눈이 실명되고 갈비뼈가 부러져 대구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면서 "추방정책은 사람을 아프게만 한다"고 말했다. 

   
▲ '2013년 대구이주민선교센터 사업 내용' / 자료. 대구이주민선교센터

이어, 결혼이주여성 현실에 대해서도 "행복하게 사는 건 극소수"라며 "대부분은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고 이혼을 해도 강제출국 명령을 받아 쫓겨나거나 자녀와 어려운 생계를 유지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한국인 남편 폭행에 시달리다 이혼한 23살 베트남 이주여성 리엔(가명.대구 달서구)씨를 포함해 3명의 여성이 이혼소송을 진행하는 도주에 강제출국 명령을 받아 이주민센터의 법률지원을 받고 있다.

박 목사는 "이주민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현재 정부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진정으로 그들과 평화롭게 살기 위해선 이웃으로 인정하고 포용해 함께 가야 한다. 가장 낮은, 가장 가난한 그들을 끌어안아야만 우리 사회가 좀 더 옳은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혼 후 홀로 자녀를 키우는 이주여성들과 그 자녀들의 열악한 생활을 개선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엄마는 공장에 나가고 아이는 홀로 남아 TV만 보거나 멍하니 천장만 보는 가정이 더러 있다. 엄마가 돈을 못버는 집은 가족이 먹을 것도 없이 달셋방에서 앓고 있다"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우리라도 나서야 하지 않겠냐"고 쓴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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