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하와이' vs '경상도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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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칼럼] "부정적인 표현부터 삼가야 한다. 그것이 매듭을 푸는 순리다"

 
  사이버 공간에는 ‘전라도 하와이’라는 욕설이 난무한다. 어쩌다 정권에 밉보일 사건에 호남출신이 끼이기라도 하면 하와이근성이니 뭐니, 하는 악의에 찬 네티즌들의 공세가 뜨겁다. 서울에서 태어난 서울토박이인데도, 선대의 고향이 전라도라고해서 “알고 보니 전라도 하와이더라”며 들쑤시기까지 한다. 지역감정을 부추겨 국면전환을 노리려는 정치적인 꼼수가 보이는데도, 그것이 먹혀드는 게 또 현실이니 딱하지 않을 수 없다.

 호남을 하와이로 부른 것은 언제부터일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한국전쟁 때 대전 방위에 투입된 미국군 부대가 전투에서 패해 달아났는데, 이부대가 하와이에 주둔했던 부대였다. 또 영천 화산전투에서는 호남출신 장병들로 구성된 한국의 육군부대가 너무 일찍 철수해버리는 바람에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때문에 줄행랑을 치는 부대는 하와이부대라는 군대 속어가 생겼고, 그것이 일반인들에게 번져 호남을 하와이로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또 이승만 초대대통령이 호남사람을 싫어해 호남사람들을 ‘하와이언(Hawaiian)’이라고 불렀다는 주장도 있다.

 경상도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호남사람들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갖고 있다. 호남 사람들은 믿을 수 없고, 간사하고 배타적이라는 등의 근거 없는 믿음이다. 출신지역에 관계없이 어느 곳에나 좋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황당한 선입견이 아직도 우리사회를 동서로 갈라놓고 있는 것은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상도에 비해 인구가 훨씬 적은 호남은 이런 잘못된 선입견을 극복할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인구수가 그렇다. 호남사람들이 똘똘 뭉쳐서 표를 모은다 해도 경상도의 압도적인 유권자 수를 당할 재간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대구의 별칭 중 하나가 ‘경상도 하와이’라는 사실이다. 88고속도로가 개통된지 오래인데도 대구와 광주의 왕래는 뜸하기 짝이 없다. 갈아타지 않고  바로 가는 기찻길도 없고 정기노선버스의 왕래도 매우 한산하다. 간간히 행정기관이나 시민단체들이 의도적으로 교류를 추진하려고 노력해보긴 하지만 성과는 별로 없다.  그렇다보니 두 지역의 사람들은 각각 신라와 백제의 정서로 살아가는 것 아닌가하고 의심이 들 정도다.

  “저쪽에서 몽땅 찍는데, 우리도 똘똘 뭉쳐야지”하는 식의 이야기는 경상도 사람들의 입에서 보통 나오는 소리다. 그런 지역감정에 대해 성찰할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허수아비를 내세워도 특정 당이면 서로 OK라면 그 책임은 어느 쪽에 더 있을까? 이건 나처럼 경상도 사람이 아니면 쓰기가 좀 껄끄러운 주제다.

 먼저 먼 역사로부터 보자. 문화를 꽃피우던 백제가 외세의 힘을 업은 신라에 의해 망했을 때 그쪽 사람들 울분은 어땠을까. 악폐가 많았던 조선말기의 세도정치는 경상도 사람들이 주로 했다. 해방이후 정권을 잡은 회수도 호남보다는 경상도가 압도적이다. 경상도 인구가 호남보다 훨씬 많다보니, 국회에서도 언제나 경상도 세가 강하다. 그래서 그런지 경상도 사람들은 호남사람들을 얕잡아보기 일쑤다. 그런 속내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현이 바로 ‘전라도 하와이’다. 호남사람들이 피해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게 돼 있다.

 그렇다면 국민통합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울 필요도 없이, 배려 내지는 아량을 베풀어야 하는 쪽은 경상도 사람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민주주의가 다수결의 원칙이라고 해도, 다수가 소수를 배려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될 민주주의적 덕목이다. 호남사람들이 ‘몽땅’한다고 경상도에서도 ‘싹쓸이’로 대응할 일인가. “우리가 남이가”식의 선동에 아직도 박수를 보내는 태도야말로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해악이다.

 경상도 중에서도 대구의 기질이 남달라서 ‘경상도 하와이’라 불리는 것이라면, 그 말 속에는 대구 사람들이 자숙해주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고 봐야한다. 정치 ․ 정서적으로 현실이 된 동서분단의 책임이 호남과 경상도의 어느 쪽에 더 있을까? 그것은 풀기 어려운 해답이 아니다. 경상도의 중심도시에 사는 대구사람들이 먼저 ‘경상도 하와이’란 지적에 진실로 부끄러워 할 줄 알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전라도 하와이’ 따위의 부정적인 표현부터 삼가야 한다. 그것이 매듭을 푸는 순리다.
 





[김상태 칼럼] 26
김상태 / 언론인. 전 영남일보 사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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