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장벽 치고 '통일대박' 가능한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4.0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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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신은미씨 대구 강연 / "박근혜 정부, 증오・의심 버리고 남북 교류 넓혀야"


"마음의 분단장벽은 무너뜨릴 생각을 안하고 말로만 '통일대박'을 외친다 해서 통일 이뤄지지 않는다"


재미동포 통일운동가인 신은미(53)씨는 2일 대구 강연에서 이 같이 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신씨는 "통일대박이라는 말 자체에는 큰 공감과 지지를 보내지만,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는 증오와 의심, 냉소뿐"이라며 "그런 미움만으로는 분단의 장벽을 절대 못 허문다. 박 대통령이 먼저 북한에 대한 증오와 의심부터 버려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미동포 통일운동가 신은미(53)씨(2014.4.2.경북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재미동포 통일운동가 신은미(53)씨(2014.4.2.경북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6번 방북을 통해 내가 바라본 북한은 한국에서 배운 '괴물', '공산당', '군인', '적' 같은 무시무시한 곳이 아니었다"며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너무 소박하고 평범하고 소시민적이고 공손한 사람들이 있었다. 눈을 보고 손을 잡으니 한민족이라는 생각에 이질감보다 동질감이 컸다"고 했다. 때문에 "남북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나고 교류할 수 있도록 허락만 한다면 그것이 통일대박"이라고 주장했다.

'6.15남측위원회 대구경북본부'와 '경북대한국교민연구소'는 2일 경북대학교에서 <내가 본 북한은>을 주제로 재미동포 통일운동가인 신은미씨의 강연을 열었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와 남북평화나눔운동본부가 주관한 이날 강연에는 대학생과 시민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가량 진행됐다. 신씨는 대구출신으로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성악과 교수를 지내다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2011년 10월~2012년 9월까지 6차례 북한을 방문해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책을 저술한 뒤 통일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강연에는 대학생과 시민 150여명이 참석했다(2014.4.2.경북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강연에는 대학생과 시민 150여명이 참석했다(2014.4.2.경북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신씨는 지난해 북에 있는 수양딸 설경씨와의 만남을 얘기하며 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벤트성 이산가족 상봉으로는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수양딸 설경이를 그리워하는 내 심정도 천갈래로 찢어지는데 60년 동안 정부 때문에 자유롭게 가족을 못만나는 노인들에게 가뭄에 콩나듯 만나게 해주는 건 인권유린"이라고 지적했다.

또 "가족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다. 천륜이다. 그런 가족을 정부가 강제로 갈라놓는 것은 21세기의 야만성을 보는 것이다. 적어도 이산가족이라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남북을 왕래하며 만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선언해야 한다"며 "이산가족 상봉을 하면 언제 다시 만날 만날지 몰라 울기만 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통일대박론을 주장하는 박 대통령이 먼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복을 입은 북한의 중.고등학생들 / 사진.신은미씨
교복을 입은 북한의 중.고등학생들 / 사진.신은미씨

이어 "내가 북한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은 재미동포라서 그렇다"며 "세상에서 오직 한국인만 갈 수 없는 나라가 북한이다. 이산가족 해외동포들은 자유롭게 북한을 왕래하며 가족을 만난다. 그 상봉 장면은 남북 상봉 장면과 차이가 많다. 그들은 자신이 원할 때 만날 수 있으니 항상 즐겁게 웃으며 만난다. 여행의 자유, 왕래의 자유가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남북도 자유롭게 만나게 하자"고 했다. 

'남북의 자유로운 만남'에 대해 강조하며 "이것이 이뤄진다면 북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많이 사라질 것"이라며 "한국과 다를 것 없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나도 방북하기 전에는 많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가서 보니 한민족이라는 것을 금새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생들과 직장인들로 가득 찬 북한의 만원버스 / 사진.신은미씨
학생들과 직장인들로 가득 찬 북한의 만원버스 / 사진.신은미씨

특히 "출퇴근 버스와 지하철에서 지친 사람들의 모습, 미키마우스 가방을 든 초등학생들, 공원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들, 한껏 멋을 낸 연인들, 날라리 중고등학생들. 너무나 평범하고 다를 것 없다"면서 "다른 것은 다른 대로 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자. 통일에는 사상도 이념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신은미씨는 오는 19일까지 남편 정태일씨와 함께 서울, 대전, 울산 등 16개 도시에서 '내가 본 북한은'을 주제로 강연을 예정이다. 5일, 17일, 18일, 19일에는 세계적인 정형외과전문의로 남북을 오가며 의술활동을 하고 있는 오인동 박사와 함께 서울에서 모두 4차례 합동강연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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