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첨단의료산업국, 시민건강보다 돈벌이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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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재식 / 조직개편안, 보건정책과는 의료산업・관광 업무?..."지역보건의료정책 후퇴"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가 7월1일 오늘 취임한다. 선거내내, 그리고 당선되고 나서도 권 대구시장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대구시민을 시장으로 모시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당선 축하 프랭카드에도 이 문구가 붙었다.

6월27일 대구시장 취임준비위는 정책제안서를 전달하면서 대구시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조직개편을 제안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새로운 시장의 첫 작업은 조직개편과 그에 따른 인사일 거라는 생각은 너무나 당연하다. 8년간의 김범일 시장 체계를 이어받되, 권영진 시장 체계를 구축하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권 대구시장의 시정목표와 방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조직개편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특히,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일차적으로 사회복지여성국과 첨단의료산업국의 조직개편 방향에 관심을 갖고 있다. 권 대구시장은 선거시기 ‘장애인전담부서’(과) 설치를 약속했고, 2011년 조직개편으로 첨단의료산업국에 편재된 보건정책과를 그대로 존치할 지, 아니면 다른 방안이 나올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여성국이 사회복지여성국으로 바뀌면서 보건의료정책은 첨단의료산업국으로 2012년 1월부터 편재되었다. 그런데 ‘대구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부칙에 의하면, 한시기구로 첨단의료산업추진단(국)을 설치하여 2014년 12월31일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1회 연장이 가능하지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첨단의료산업국은 우선 이번 조직개편에서 살아남아 존재감을 대구시장에게 분명히 보여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취임 준비위가 제출한 안을 보면 사회복지여성국 내의 장애인전담 ‘과’는 1과 3담당으로 설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문제는 첨단의료산업국 내 보건정책과다. 최근 첨단의료산업국이 권 당선인에게 보고한 내용을 보면, 현안사업 11개와 공약사업 4개 등 총 15개 중 14개가 의료산업과 의료관광에 집중되어 오로지 돈벌이를 위한 부서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또한 현행 1국 3과 14담당 1TF를 1국 4과 15담당으로 기능을 확대하는 조직개편안을 올렸다. 이 안을 보면, 보건정책과는 의료관광을 주요 업무로 하고, 기존의 보건정책과에서 수행하던 건강증진과 질병관리 등 축소된 업무는 신설되는 ‘건강의료서비스과’에서 맡는 것으로 되어 있다. 

대구시 첨단의료산업국 조직과 기능 / 출처. 대구시 홈페이지
대구시 첨단의료산업국 조직과 기능 / 출처. 대구시 홈페이지

결과적으로 서비스 개선과 지역의료체계 개선이 주된 내용이었던 메디시티 정책을 의료관광산업으로 둔갑시켜 주무부서인 보건정책과에서 수행하고, 나머지 축소된 지역보건의료정책을 건강의료서비스과에서 맡는 것으로, 그야말로 지역보건의료정책을 후퇴시키는 조직개편안을 제안한 것이다. 기존의 주무부서인 보건정책과를 없애기가 힘드니 명칭은 그대로 두고 대신 내용을 완전히 바꾸어 의료산업을 주무부서로 두겠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해 주무부서가 아닌 축소된 다른 과를 하나 만든다는 것이다.

보건정책과는 일차의료와 응급의료 등 시민체감도가 높은 필수적인 건강과 안전을 다루는 부서다. 첨단의료산업국의 조직개편안은 2년만에 보건정책과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왕따행정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대신 정체된 의료관광을 전면에 내세워 외국환자를 대상으로 돈벌이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특히 수성의료지구 내에 대구국제병원 단지를 건립하여 국제병원 및 5대 특화 전문병원을 유치하고, 민간 개발회사가 제안한 국제헬스리조트를 조성하여 미국 병원을 유치하고 쇼핑과 컨벤션 등을 설치해 국제의료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일차의료와 보건기관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은 찾을 수 없는 반면, 국제의료관광단지 조성 계획과 같은 거의 픽션소설을 쓰는 수준의 장밋빛 계획만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의료산업 관련 국책사업 유치를 마치 대구가 다 하는 것 인 냥 보고하면서 안 되면 말고 식인 것도 문제지만, 제반여건이 조성되어 실현가능성은 있는지, 시민적 합의는 어느 정도 되었는지를 따져보지도 않은 채 은밀하게 보고되고 추진되는 것은 대단히 큰 문제다. 이런 의사결정은 권 대구시장이 약속한 시민과 소통을 통한 변화와 혁신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최근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대구시의 의료산업정책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통해 지역민의 건강증진과 의료산업 간의 균형을 잃은 일방적 의료산업 중심의 조직개편과 사업추진을 지적했다. 이럴 바에는 보건정책과를 첨단의료산업국에서 아예 분리하는 것이 맞다.

무늬만 주무부서인 보건정책과의 기능은 축소되고 의료산업과 의료관광에 종속되는 상황을 맞이한 보건정책과도 2년동안 무엇을 했는지도 무능함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이번 첨단의료산업국이 대구시장에게 보고한 사업과 조직개편안은 대구시민의 건강 증진보다는 외국 환자의 건강을 우선 생각하고, 시민건강증진보다 의료를 돈벌이 수단화하겠다는 노골적 선언이다. 그런데 실효성은 의문이다. 시비 약 25억을 날린 ‘스마트케어 원격의료 서비스 시범사업’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번 조직이 생기면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야 하는 조직특성을 첨단의료산업국은 그대로 보여준다. 이들은 시민의 의료비 부담이나 건강증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직 조직을 키워 인정받는 것이 최고의 능력일 뿐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선택이 몹시 궁금하다.






[기고]
은재식 /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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