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ㅁ 모-니껴?...'변방'의 작가들, 지역문학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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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작가회의 문학제 / "지금 여기서...작가가 있는 곳이 곧 문학의 중심"


대구경북작가회의가 주최하는 여름문학제가 8월29일 용학도서관(수성구 범물동)에서 열렸다.
여름문학제는 대구작가회의가 오랫동안 추진해 온 대표적인 문학행사지만, 올해는 '경북작가회의'와 '대구작가회의'가 올 3월 '대구경북작가회의'로 통합된 뒤 열리는 첫 행사여서 의미가 크다. ‘지역문학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는 작가회의 회원과 시민 8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권오현 문학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됐다. 발제는 ▲ 지역문학의 정체성 탐색 - 정대호 시인 ▲ 근현대 경북지역 문학의 흐름 - 한경희 문학평론가 ▲ 지역문학의 역할 : 1946년 10월 항쟁을 중심으로 - 이철산 시인 ▲  지역에서 지역문학인으로 산다는 것 - 권서각 시인이 맡았다. 

지역문학, '지금 여기서 감동을'

정대호 시인은 지역문학론이 나타난 배경을 1990년대로 꼽았다. 1980년대 ‘문화상대주의’수용 이후 나타난 거대한 사고의 변화는 ‘서구화가 곧 근대화가 아니다’라는 반성적 성찰을 가능케 했고, 식민사관과 종교적 우열인식을 극복하는 토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1994년부터 시작된 지방자치제 도입이 지역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부각시킴에 따라 지역문학에 대한 논의를 가속화시켰다. 이제 중앙의 문화독점과 지방의 예속화를 극복하기 위해 방관자가 아니라 스스로 주체가 되어 지역의 구체적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더욱 절실해졌다. 결국 지역문학이 무엇이냐에 대한 대답은, ‘지금 여기서 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신의 목소리로 써서 읽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구경북작가회의 주최 '여름문학제'...(왼쪽부터) 정대호 시인, 한경희 문학평론가, 이철산 시인, 권서각 시인(2014.8.29. 수성구 용학도서관) / 사진. 이은정
대구경북작가회의 주최 '여름문학제'...(왼쪽부터) 정대호 시인, 한경희 문학평론가, 이철산 시인, 권서각 시인(2014.8.29. 수성구 용학도서관) / 사진. 이은정

한경희 평론가는 지역문학 연구를 위한 방법론으로 ‘현장조사와 답사’, ‘저인망식 관점’에 무게중심을 둔다. 그에 따라 경북을 네 권역 즉, ‘경주중심의 동남부권 / 안동중심의 북부권 / 김천중심의 중부권 / 구미중심의 서북부권’으로 나누어 조사 정리하여 해방 전후 지역문학의 흐름을 소개하였다. 그는 조사정리 과정에서 문학활동이 잘 이뤄지고 있는 지역일수록 그 동인들의 연대가 각별하며 구심점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지역작가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것은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는’ 작가 개인의 노력과 공동체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지역문학은 지역 이야기..."대구, 10월항쟁  소홀히 해선 안돼"


이철산 시인은 지역문학을 설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이야기’라면서, 제주 4.3항쟁과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복원과정을 예로 들었다. 시인은, 그동안 왜곡되고 묻혀있던 지역의 이야기가 그 지역 작가들의 목숨을 건 저항과 노력에 의해 진실을 회복했듯이 우리지역의 가장 민감한 주제인 1946년 10월항쟁에 대해 작가들이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권서각 시인은 자신을 고향을 한 번도 벗어나 본 적 없는 ‘오리지널 촌놈’으로 소개했다.  작품을 발표할 지면조차 얻기 어려운 ‘변방작가’로 살아가는 고통이 적지 않지만, 오히려 중앙에 모여 있는 다수의 문학인들이 체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체험하는 특권을 누리는 축복 받은 자임을 자부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듯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인 것임은 자명하다. 특히 문학에 있어서 중앙과 변방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작가가 있는 곳이 곧 문학의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시를 읽지 않는 사회, ‘죽은 시인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문학이란, 시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러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극단적 비극이 연이어 벌어지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데에 문학은 여전히 큰 지탱점이 된다. 더욱이 자신이 뿌리 내린 현실에 온 몸으로 직면하는 작가를 가진다는 것은 ‘변방’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크나큰 위안임에 틀림없다. 이들 지역작가들의 쉼 없는 노력이 소중한 이유이다.

보-ㅁ 모-니껴?
                                               * 권서각

보면 모릅니까? 의 안동 말은
보-ㅁ 모-니껴?
보와 모를 강하게 발음한다.
아는 이는 알고 모르는 이는 모른다, 의 안동 말은
아-니는 아-고 모-니는 모-ㄴ다.
아와 모를 강하게 발음한다.
따라해 볼래요?
보-ㅁ 모-니껴?
아-니는 아-고 모-니는 모-ㄴ다.
입으로 여러 말 하는 것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낫고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몸에 밴 말투다.
농사철 땀 흘리며 일하는데
양복 입은 면장님이 찾아와서
올해 농사는 어떻습니까? 하면
보-ㅁ 모-니껴? 하고
선거철 높으신 분이 재래시장 찾아와서
요즘 장사 잘 됩니까? 해도
보-ㅁ 모-니껴? 한다.
지을수록 밑지는 농사짓는다고 업신여김 당하고
애면글면 해도 펴지지 않는 살림살이
우리네 기막힌 사정을
아-니는 아-고 모-니는 모-ㄴ다.
는 것이다.







이은정 / 평화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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